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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 힘과 의미작용Force and Signification -Ⅰ 후기 +2
안지영 / 2017-12-03 / 조회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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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차이- <힘과 의미작용Force and Signification -> 11~29

 

글쓰기와 차이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이 장은 데리다의 난삽한 문체와 더불어 구조주의의 양가적 측면을 아주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텍스트였습니다. 데리다는 역사주의적인 방식으로 구조주의를 통시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며 구조주의의 특이성을 장 루세의 형식과 의미에 대한 서평의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발제에도 불구하고 세미나 참여자 분들과 꼼꼼하게 독해해가는 과정에서 이 글에 대한 풍부한 해석과 마주할 수 있었던 데 감사드리며 후기를 써 보겠습니다.

데리다는 구조주의적 강박관념과 언어의 불안 사이에서 유비 관계를 발견하며, 특히 문학비평이 어느 시대든 구조주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문학비평은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힘이 쇠퇴된 이후에나 가능한 역사적이고 종말론적이고 황혼에 이른 반성의 형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를 통해 도달하게 되는 총체성은 도식화와 공간화를 통해 가능한, 비유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건축물과 같은 것으로 그려집니다. 구조주의라는 것이 항상 해체의 시기에 등장하여 구조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꿰뚫어봄으로써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세미나를 하면서 데리다가 구조주의의 양가적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누차 지적되었습니다. 구조주의는 중성화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힘(force)을 사유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이는 먼저 읽었던 2코기토와 광기의 역사에서 데리다가 푸코를 비판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구조주의의 중성화하고 환원하는 방법론은 총체성에 대한 열림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해체하는 힘만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황혼의 반성에 머무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구조주의의 약점을 사유함에 있어 상상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흥미로운 부분이 됩니다. 데리다는 칸트의 상상력개념을 가지고 와서 상상력과 구조주의의 관련성을 본격적으로 언급합니다. 상상력은 개념이 아님에도 도식화 한다는 점에서 구조와 관련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상력은 이론적 인식과는 달리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관계합니다. 다시 말해 상상력은 (rien)’와 관계되는 인식능력으로, 작품의 기원이 지니는 수수께끼와 관련됩니다. 그러니까 작품은 무 자체가 사라지면서 결정되는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데리다는 상상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언어가 야기하는 불안의 문제를 끌어옵니다. 이때의 불안은 모든 가능한 의미들이 서로를 밀치고 서로의 출현을 막으며 그 벽에 부딪히게 되는, 말하기(parole)에 필연적으로 제한된 통로”(19)로 묘사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들이 좁은 통로에 우글대며 서로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순수한 다의성의 힘을 지닌 의미 작용들의 과잉 공가능성(sur-compossibility)이라 설명되기도 합니다.

말과 생각이 절대적으로 동일한 신과 달리, 인간의 말은 그의 생각과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불안은 야기됩니다(‘ruah’의 고뇌). 이는 아즈마 히로키가 지적한 오배 가능성 혹은 산종의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글쓰기의 개시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다가 다음 주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세미나를 마무리했습니다. 까다로운 텍스트였음에도 꼼꼼하게 독해해나가면서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글쓰기의 불안에 대한 부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이미지를 남겨준 것 같습니다. 다음 스터디도 기대가 되네요.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영문 번역까지 비교해 가면서, 또 참조가 되는 비평가들에 대한 자료까지 준비하면서
꼼꼼하고 단단하게 발제해 주신 안지영 선생님 덕분에 세미나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된 듯합니다.
특히 이번 논문 제목의 '의미'를 '의미작용'이라고 바꾸어 주신 것 덕분에 텍스트의 전체적 의미와 의의가 더 잘 와 닿았습니다.
세미나 때 나왔던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핵심적으로 잘 복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연두님의 댓글

연두

언어가 야기하는 불안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 흥미롭네요.
후기를 읽으며 데리다 텍스트에 관심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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