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 발제/후기 +2
자연
/ 2018-10-13
/ 조회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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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네 집 쪽으로 2> 두 번째 세미나
이번 세미나의 내용 대부분이 스완의 사랑에 대한 것이다. 사랑이 질투로 되어가는 과정을 길게 묘사하고 있어서 사랑의 본질이 질투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질투는 스완의 주관적 심리상태다. 오데트에 대한 사랑을 관념화시켜 ”사랑에 빠져 사랑으로만 사는 쾌락“을 즐기고 몰입한다. 결국 비물질적 감각을 즐기는 스완. 스완은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고, 그것이 쾌락을 유지시켜 주는 수단이 된다.
”어떤 사실을 안다는 것이...우리가 아는 것을 비록 손에 쥐고 있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 생각 속에 간직함으로써 우리가 원할 때는 언제라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일종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되는 것이다.(p221)
스완의 사랑은 오데트와 나누는 상호감정이 아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사랑을 하고 질투를 만들어낸다. 질투는 스완의 모든 생각과 행위에 밀접하게 섞이면서 습관이 된다. 질투가 병이 된다. 외과 의사의 표현을 빌리면 그의 병은 더 이상 수술불능 상태가 된다. 스완의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자신의 모든 것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이 사랑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병 연구를 위해 스스로 균을 접종받는 사람만큼이나 명철하게 자신의 병을 관찰해서, 자신이 치유되면 그때는 오데트가 하는 일레 무관심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병적인 상태에서 그가 죽음만큼이나 두려워한 것은 그가 처한 모든 상황의 죽음이나 다름없는 바로 그 치유였다.”(p197)
스완의 질투심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고 지속되면서 연애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자 그의 질투심에는 독립적이고 이기적인 생명력이 있어 질투를 부양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먹어 치우기라도 하듯, 비록 스완 자신을 희생한다고 할지라도, 그런 사실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질투심은 필요한 양분을 얻었다.”
스완에게 오데트는 이상형이 아니다. 스완의 질투는 오데트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오데트가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와 쾌락을 맛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오데트의 부재로 겪는 두려움과 걱정이다. 자기의 이상형도 아닌 오데트에게 어찌 이리 집착할 수 있을까....
“그가 마차에 올라타면, 동시에 오데트에 대한 생각도 마차로 튀어 올라서는 어디든지 데리고 다니며, 다른 손님들 몰래 테이블 밑에 넣어둔 애완동물처럼, 그의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그는 그 생각을 애무하고, 그 체온으로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했다. 그리고 일종의 나른함을 느끼면서 매발톱꽃 다발을 단춧구명에 꽂고는 그의 목과 코를 경련시키는, 그에게는 새로운 전율에 몸을 내 맡겼다.”(p149)
오데트가 스완의 이상형이 아니듯, 프루스트에게 사랑의 대상이 뛰어난 존재인가 아닌가는 조금도 문제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것이 주체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내면적인 드라마로, 사랑의 대상은 그것을 밖으로 나타내게 하는 계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은 어떠한 내면을 가졌는지 영원히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이것이 프루스트다운 연애를 곤란하고 비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고 한다. “인간의 비극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그래서 편집증적이고 변태적인 사랑으로 보이는 스완의 사랑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는....어쨋거나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 그래서 사랑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스완의 사랑은 다음 세미나에서 계속됩니다~ ~ ~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후기를 읽으니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도, 기형도의 시도 생각나는군요.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것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것처럼
지칠줄 모르고 궁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난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세로토닌님의 댓글
세로토닌자연님의 글을 읽다보니 정말로 스완의 질투가 하나의 역동하는 생물체로 느껴졌어요. 세미나 때는 스완의 사랑이 너무 자기만의 생각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드라마같다는 생각이었다면, 한 차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질투'의 존재가 더 크게 부각이 되네요. 생각해보니 정말 1권에서 마르셀이 스완의 사랑을 '질투'와 바로 직결시켰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