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10/5 니체 세미나 후기 +2
웅빈
/ 2018-10-13
/ 조회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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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2부 도덕과 자유정신
니체는 형이상학과 마찬가지로, 2부에서 도덕 또한 오류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니체에 따르면 도덕이 오류에 근거하고 있는 이유는, 소위 비이기적인 행위를 기초로 윤리학이 수립되었으며(HA:37), 인간의 자유의지를 상정하고 따라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오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지의 자유에 관한 잘못된 해석을 통해 후회, 가책, 복수심등이 생겨나는데, 따라서 이러한 잘못된 전제가 고쳐진다면 우리는 마찬가지로 후회, 가책, 복수심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HA:39)
잘 아시다시피 니체는 동정의 도덕을 부정합니다. 아니 부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동정을 상당히 비열하고 반동적인 행위로 해석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정이란 동정 받는 자에게 위안이 되는 선한 행위가 아니라, 영혼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며, 동정을 받고자 하는 자는 동정을 통해 타인을 괴롭히며 오직 쾌감을, 자신의 힘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HA:50)
니체는 소위 비이기적행위란 것이 결코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는데, 아무리 그 어떤 희생과 헌신도 결국에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조국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군인은 결국 조국의 승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조국의 승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희생’하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며,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는 사실 자식의 건강과 행복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하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것뿐입니다.(HA:57)
무엇보다 공동체 안에서 도덕이 성립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의지가 전제되고, 책임질 수 있는 개인이 있어야만 합니다. 결국 그러한 개인은 ‘약속 할 수 있는’ 주체로서 거듭나게 되는데, 니체는 결국 인간들은 ‘감정’까지 약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비판합니다.(HA:58) 니체에 따르면 감정은 결코 약속될 수 없는 것입니다. 감정은 우리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표면상의 약속 –행위- 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동기들에 의해서 하나의 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은,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가 아니라, ‘나는 너에게 영원히 사랑의 행위를 입증할 것이다.’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니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도덕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는데, 이러한 근시 도덕의 관점은 복수하는 것과 복수하기를 원하는 것을 같은 것으로, 혹은 오히려 복수하는 것을 더 나쁜 것으로 평가하여, 정작 복수를 행할 힘은 없으나 복수심을 품게 된 영혼이 겪는 영혼의 ‘만성병’과 ‘중독증’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HA:60)
오류를 가져온 가장 잘못된 전제중의 하나인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니체는, 범죄자의 책임을 범죄자 자신에게 묻는 것에 반대하여, 그러한 죄는 범죄자를 만든 상황들, 예컨대 “교육자, 부모, 환경”에 있다고 주장합니다.(HA:70) 범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현명한 인간의 선한 행위는 결코 그의 업적이 될 수 없습니다.(HA:105) 따라서 보상과 처벌은 오직 정의가 아닌 효용성의 관점에서, 즉 선한 행위는 장려하고 악한 행위는 경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만 지닐 수 있게 됩니다.
니체는 2부에서 인간의 ‘허영심’에 대해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허영심을 ‘영혼의 피부’(HA:82)라고 정의하는데, 이러한 영혼을 감싸는 피부 덕분에 영혼의 활동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이어서 그는 89번 아포리즘에서, 인간이 어떻게 허영적인 존재가 되는지 설명합니다. 인간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기 원하며, 한편으로는 타인에 대해 즐거움을 주기 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떠한 개인이 타인의 즐거움은 등한시한 채, 오직 다른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좋은 평판’만을 원할 때, 우리는 그것을 허영심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때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웃을 현혹하여, 자신에게 ‘좋은 생각’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쾌감이 결여된 허영심은 이웃에게 즐거움이 아니라 질투심을 유발합니다. 결국 자신에 대한 ‘좋은 평판’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그를 권위에 의존하게 합니다. 힘 있는 자에게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설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허영심에 가득 찬 인간의 문제는, 그가 자신의 판단력 보다 타인의 판단력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의 장점조차 등한시 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오직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로 인해 고통을 느끼고, 따라서 적의를 갖고서 그에게 해를 가할지도 모르는 행위들뿐이 됩니다.
95번 아포리즘에서 니체는, 성숙한 개인의 도덕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성숙한 개인은, 동정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완벽한 개인을 만들어내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최고의 행복을 주시”한다고 합니다. 이는 완벽한 개인을 타인에게서 만들어내려고 하며, 최고의 행복을 타인의 머릿속에서 찾으려하는 허영심에 가득 찬 인간과는 다른 그 어떤 모습일 것입니다.
사실 니체는 이미 45번 아포리즘에서 ‘우리들이 윤리’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니체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윤리란 지배하는 종족과 계급의 ‘영혼’의 관점에서 나타난 윤리라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억압당하고, 무력한 자들의 관점에서 나타난 윤리가 있는데, 그들은 복수할 수 없기에 모두가 모든 사람에 대하여 ‘적의’에 차 있습니다. 반면에 전자의 영혼은 오히려 언제든 복수할 수 있기에, 적에게 조차 ‘적의’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니체는, 도덕의 비판을 통해 사람들이 그저 오류의 결과로서 생겨난 후회, 가책, 복수심, 적의, 그 중에서도 특히 원한 감정이라고 하는 복수심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가장 바랐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니체가 인간을 가장 구속하고 억압하며 병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복수심이라고 간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수를 실행할 힘이 없는데도 복수심을 품게 된 영혼이 겪는 ‘만성병’, ‘중독증’(HA:60)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기 자신의 장점에 주목하여, 자신 안에서 가장 완전한 개인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며, 자신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능동적 개인이 되기를 바랐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결코 이기적이고 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자연스럽고 긍정적적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솔직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랐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모든 인간은 쾌감을 원하고 그러한 쾌감이란 자신의 힘의 느낌인데, 그렇게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현상을 이타심이니 동정심이니 ‘인간적인’ 덕목들로 포장하여 스스로 기만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2부의 결말부에서 자유정신으로 가기위한 ‘인식’과 ‘새로운 습관’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오류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인식’을 해야만 하는데, 그러한 인식이란 “모든 것은 죄가 없으며, 인식이란 무죄를 향한 통찰에 이르는 길이다.”(HA:107)라고 합니다. 자연이 뇌우를 내린다고 해서 우리가 자연을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인간 앞에 그렇게 서야만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특정한 개인 안에서 특정한 –악한- 의도를 보고, 그를 비난하고 악한 인간으로 규정하지 말자고 요청합니다. “의향이라는 것에 대한 이 믿음은 증오, 복수심, 악의를 야기하고 상상력을 완전히 손상시킨다.”(HA:99) 그의 행위는 다름 아닌 그가 처한 상황들 속에서 나타난, 특정한 방식의 자기만족과 힘의 추구일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단지 그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삶; 힘을 위한 투쟁의 결과일 뿐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다시 한번 “인간은 항상 선하게 행동한다.”(HA:102)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는 도덕으로부터 해방된, 무죄를 인식하는 자유정신은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으며, 미워하지 않고 달관하는” 새로운 습관을 터득하게 된다고 얘기합니다.(HA:107) 또한 그는 “칭찬도 비난도 흥분도 없이, 지금까지는 공포만 느껴야 했던 많은 것을 연극을 보는 듯 보고 즐기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단지 “좀 더 잘 인식하기 위해서,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계속 살아갈 정도로 삶의 일상적인 속박을 벗어버린 인간”이라고 합니다.(HA:34)
3부 종교 -<종교적 삶>와 관련해서 니체는 어떻게 계속해서 자유정신의 모습들을 그려나갈지 기대됩니다.
댓글목록
선우님의 댓글
선우
와~ 잘 읽었습니다 웅빈 님.
2부 전체를 요약해주시다니... 멋집니다!!
모든 것은 죄가 없다는 인식.
그러한 이해와 함께 사랑하지도 않으며 미워하지도 않고 달관하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자유롭고 능동적인 개인.
잘못 평가하고(오해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우리의 기존 습관과 대비되는
'새로운' 습관 이야기가 여운이 아주 많이 남았습니다.
한 주 쉬었는데, 꽤 오래된 거 같죠?
내일 봐요~~
자연님의 댓글
자연
웅빈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3장 읽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내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