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성의 정치학> 1106 후기 +1
소리
/ 2017-11-12
/ 조회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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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흘러간 첫 세미나였지요.
페미니즘 세미나 사상 처음으로 2시간만에 끝난! 이번 세미나 였습니다.
제 1부에서 길게 묘사된 여러 성교의 장면들은 현실의 확대된 모습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단순히 여성과 남성을 넘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성과 남성성 간의 성교 장면에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여성과 남성의 성교장면이었지만, 여성적 역할의 남창과 남성적 역할의 남창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그 성교장면은 단순한 쾌락의 교환이나 친밀감이라는 정서교류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1부에서 케이트 밀렛이 포착한 소설 속 여러 섹스 장면은 권력관계의 재확인의 장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소설의 허구의 내용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이 허구들은 현실의 관계를 돋보기를 가져다가 거대하게 확대하여 본 현실의 연장에 다름이 아닙니다.
이 속에서 여성/성은 성기, 마녀, 정복대상인 객체로서 그려집니다. 이들은 남성/성을 위대하고 신성하게 만들기 위해 이용됩니다. 여성성은 비루하고 척박하고 메마른 것으로, 남성성 혹은 남성기의 침략, 정복은 이 여성성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동시에 이 객체화된 여성성은 더럽고 타락된 것으로 그려지지요.
밀렛은 한 사회의 여성성이 어떤 식으로 취급받는지를 섹스라는 아주 사적이고 은밀한 장면에서부터 그것을 포착하려 했습니다.
이 소설 속의 장면들은 세계의 여성성에 대한 은유입니다.
밀렛은 모든 관계에서 권력을 보고자합니다. 성교, 섹스, 성관계의 장은 권력의 장, 정치의 장입니다.
이 세계의 모든 체계-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군대 등등-는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한, 남성의 세계입니다.
정치의 본질은 힘입니다. 이 힘은 남성을 위한 체계 위에서 남성을 중심으로 흐르게 설계되었습니다.
부권제 속에서 여성은 열등한 지위를, 남성은 우월한 지위를 보장받았습니다.
그렇게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이 나뉘게 되는데, 이러한 성별범주는 기본적으로 불완전합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성별 역할(sex role)입니다. 성별역할은 양성에게 부여된 태도, 몸짓, 행동을 정해 성별범주의 빈약함을 보완해줍니다. 이제 지위라는 정치적 구성요소와 역할이라는 사회적 구성요소, 기질이라는 심리적 구성요소라는 세 가지의 연쇄작용을 통해 사회의 성별 권력의 분배가 이뤄집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롭습니다. 여성성에 부여되는 열등한 역할은 성별 역할을 통해 강화됩니다.
그리고 이 성별역할을 가장 많이 연극하는 장소가 연애의 장소, 사랑의 장소입니다.
섹스가 이뤄지는 장소, 사랑과 친밀함이 오가는 그 장소에서부터
우리는 성별 역할을, 여성성과 남성성을 흉내내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친밀감과 정서적 유대, 사랑이란 이름 때문에 가장 무너뜨리기 힘든 그 장소가 그곳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사회가 말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장 많이 연극하고, 그것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장소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주장 끝에 젠더의 문제도 제기됩니다. 젠더는 근본적으로 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잉태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젠더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들뢰즈 시간에도 나왔던 그 얘기들, 젠더는 만들어지는 것인지, 생물학적인 기반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그 모든 것들은 여전히 미궁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주목할 부분은 젠더가 잉태된 기저에는 성별 이분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별 이분법은 문화적인 것에 기반한 것이고요.
그렇다면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난 젠더, 그것은 n개의 젠더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젠더의 구분은 무용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젠더의 정의 또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무수히 많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이름의 젠더들의 구분은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진정으로 다양한 젠더를 무수히 생성시키고 받아들이는 사회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어쨌든 밀렛은 양성간의 기질과 역할의 차이는 부권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부권제는 지배의 이데올로기이며, 이것의 중요 제도로 "가족"을 꼽고 있습니다.
푸코의 논의와 비슷하게 돌아가는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논의가 얼마나 더 날카로울지 기대됩니다. 이제 시작인데 첫 세미나가 끝났군요.
그럼 다음 시간에 함께 부권제의 제도에 대해 함께 얘기해봐요.
댓글목록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묘사된 부분에서 "너도 좋으면서 왜그래" 이런 부분에서 쫌 짜증도 나면서 읽었어요...ㅋㅋ
제목이 한문이라 .. 한문 울렁증생길뻔 했는데 책 내용은 완전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책이라고 들었는데 왜 추천했는데 알거 같아요..
첫시간 1번 했을 뿐인데도 . 평상시 가지고 있는 많은 의문들이 풀리는 느낌이였어요..
페미니즘이 이야기 하고 싶은건 생물학적인 sex 가 아닌 젠더의 문제라는것들도 더 확실하게 들어 왔고요..
성의 이분법화.. 저도 공감하는 문제 입니다.최근 독일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간성(?)이 법적으로 인정되었다지요.. (오라클님게 들은 정보 쿄쿄쿄 게을러서 아직 기사를 찾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보통은 사람들의 사고보다 법제도가 훨씬 나중에 바뀌는것이 보통인데... 유럽의 법은 한국인의 사고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거 같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는 의미 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