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성의역사』1026 세미나 후기 +3
소리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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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 세미나 후기
푸코 저작을 읽어가기 시작한다는 의미의, 모두가 이름 붙여준 '푸코 시즌2'.
'시즌 2'가 시작한지 2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번 세미나 말미에 뜻밖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새로운 꼴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이 나온 것! 그 소식을 유택에게서 전해듣고 찾아보니
『지식의 의지에 관한 강의』라는 이름의 1970~71년의 꼴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이 번역되었더군요!
뚜든! 푸코 세미나 반장으로서 다음 책을 어떤 것으로 해야할지 고민입니다.
저작이냐 새 강의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의견 받습니다.
지식의 의지 간의 전쟁
이번 세미나에서는 푸코가 말하는 서양의 성의 진실을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계속해서 푸코는 성에 관한 담론은 감소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성에 대한 진실은 이 끊임없이 증식하는 담론의 질서에 따라 구성되었고, 금기와 허가, 단죄와 보상 등이 주어졌습니다.
따라서 성은 그 자체로, 까놓고 드러내어 말해질 수 없었습니다. 특별한 방식에 따라 말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과학이 들어옵니다. 성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소위 말하는 '비정상적'인 것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학은 절대적으로 도덕의 요구에 기대어 있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과학은 의료적 실천과 결합하여 진실을 생산해내었습니다. 우생학과 같은 과학에 기댄 인종차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입니다. 성을 중심으로 생식의 생리학과 성생활의 의학 사이의 불균형이 나타나는데, 푸코는 이를 두고 지식의 의지와 비-지식의 의지 간의 전쟁으로 표현합니다. 두 지식의 의지 간의 대결인 셈이지요. 그리고 그 지식의 의지들의 중심에 "성"이 있습니다.
푸코는 이 특이한 담론의 기획이 19세기에 힘을 더 얻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시작한 기획이라고 말합니다.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
성의 진실을 생산하는 주요한 방식은 2가지가 있습니다. 성애의 기술이 실천과 경험에서 얻어지는 쾌락 자체에서 진실이 생산하는 방식인 '아르스 에로티가'와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가 그것입니다. 서양의 문명은 이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의 방식을 취합니다.
이 방식의 모든 것에서의 고백 입니다. 서양의 모든 인간은 고백하는 짐승이라고 푸코는 표현할 정도로 고백은 일상화되어 모든 부분에서 강요됩니다. 그 강요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교묘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고백한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는 고백이지요. 흔히 생각하듯, 죄가 사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고백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고백이 아닙니다. 이 때의 고백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강요당하는,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고백입니다. 고백이 자발적이지 않을 때에는 위협과 술책에 의해서 고백을 끌어내기도 하는 고백입니다. 물론 성에 관한 것을 고백하는 것이지요.
탈탈 턴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고백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한 방식으로만 고백해야만 합니다. 바로 권력관계 하에서 고백하는 것입니다. 듣는 이가 고백에 대한 판단, 처벌, 용서, 위로, 화해 등을 판단하고 심판합니다. 여기서 듣는 이에게 권력이 "있다"라고 표현하면, 있다/없다의 이분법적 함정이 빠지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푸코의 시각에서 우리 모두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르스 에로티카에서의 고백은 기본적으로 아래로부터의 권력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배의 심급은 듣고 침묵하는 자이며,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질문자입니다. 따라서 이 진실의 담론이 효력을 가지려면 진실의 담론을 강요당하는 쪽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반 선생님인 현 님이 교감선생님의 수다스러운 말에 침묵으로 일관한 사례를 얘기했었지요. 권력역전!
고백의 변신, 그리고 나의 진실은 어디에.
이제 이 고백은 변모합니다. 그저 성적 고백의 전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형태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청취기술, 인과관계의 전제, 잠복성의 원칙, 해석의 방법, 의학화 라는 5가지의 방법을 통해 고백의 전통은 과학이 됩니다.
푸코는 서양 사회가 아르스 에로티카의 전통과 결별하고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의 방법만이 남게 된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고해성사에서 시작한 고백은 교육학 쪽으로, 성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로, 가족관계로, 의학과 정신의학 쪽으로 확장되면서 모든 인간들을 고백의 장으로 포섭해버립니다. 더 광범위하고, 더 촘촘하게 말이지요. 그러나 이 담론의 모습이 어떤 표상체계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담론은 권력의 효과이기 때문입니다. 권력효과의 결과물이자 그것의 원인이기도 한 것이지요.
어쨌든 발전하는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는 이제 아르스 에로티카(성애의 기술)처럼 작용하기도 한다고 푸코는 말합니다.
이 부분이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아르스 에로티카처럼 쓰이는, 혹은 아르스 에로티카로 알고 있는 모든 것들- 사회의 기호들, 나의 패티쉬나 성욕 버튼 같은 것들 - 중 어떤 것들은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섬뜩한 이유는 이것에 대한 좋고 나쁨의 도덕판단 때문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내가 '얼마나 많이 고백하는 신체로 살아왔는가? 그리고 이 사회는 얼마나 수다스럽게 고백을 하고 있는가? 고백을 생산하는가?'하는 그 수다스러운 담론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속에서 나의 진실은 어디에 있지?' 하는 질문도 듭니다. 푸코처럼 저도 잠시 사라져 버린 아르스 에로티카의 전통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사회에는 여전히 아르스 에로티카의 전통이 산발적으로 남아있지요. 게다가 한국은 아르스 에로티카 전통이 있는 중국/일본/인도와 더 가까우니까요... 서양보다 더 많이 남아있지 않으려나? 그 전통을 찾기 더 쉽지 않으려나? 나의 쾌락부터 생각방식, 언술방식 까지도 아르스 에로티카의 방식을 따르기 더 용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아르스 에로티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푸코는 말 할 것 같습니다. <진실의 용기>와 <주체의 해석학>의 내용이 많이 생각나네요. 아마 예술과 견유주의자에 대해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주체-되기, Government에 대해서도 말 할 것 같네요. 꾸준히 같이 읽어나가봐요. 그럼 후기 끝.
댓글목록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
"얼마나 많이 고백하는 신체로 살아왔는가?"
진짜 섬뜩합니다.
고백을 강요당하는 줄도 모르고, 고백만이 '진짜 나'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착각을 장착하고
글쓰기조차도 고백적 글쓰기만이 '진실하고, 타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교활한 기제로 수없이 아웃팅을 강요당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짜 나! 보편적 진실!유일한 진리! 그런 게 있다고 상정해놓고 거기에 맞도록 모든 걸 꿰어 맞춰야하니
억지스러운 거짓 고백들이 판치고, '진실'이라고 말하는 거짓말쟁이들만 늘어난 것 같습니다.
푸코는 고백은 어떤 의미에서 고문과 같다라고도 했지요.
자꾸 고백하게 해서 어떤 이는 이익을 취하고,
어떤 이는 취약해지는 권력관계가 늘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고백은 진실처럼 거짓말하는 신체를 만들어놓는 이상한 결과만을 남기고...아 길어진다...
당분간은 절대 고백하지 말아야지, 라는 고백을 여기다 남기며 끝.
후기 넘 감사해요 ㅎㅎ
삼월님의 댓글
삼월
사드의 소설 <미덕의 불운>에 등장하는 착하고 불운한 주인공은 고백전문가입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지난 삶에 대해 고백을 하고, 고백한 상대방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사디즘이라는 말이 왜 사드에게서 유래했는지를 알 수 있는 상황이지요.
고백은 상대방과 자신을 권력관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고백을 듣는 상대방을 지배의 심급에 위치시킵니다.
그렇다면 고백하는 사람은 고문과 억압에 못 이겨 강제로 고백을 하는 걸까요?
고백하는 이 역시 쾌락을 느낍니다. 그는 자신의 고백을 통해 쾌락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가 고백을 통해 저항 혹은 해방의 기분을 느낀다면, 이는 명백히 '스키엔티아 섹수알리스'의 영향 아래 있음을 말합니다.
쾌락이 저항이나 해방의 담론과 분리될 때 '아르스 에로티카'는 가능하겠지요.
유택님의 댓글
유택
오.. 너무 알찬 소리 반장의 후기네요. 감사!!!
시월의 마지막밤을..
하다보니 푸코의 텍스트와 함께 훌쩍 넘어가버렸네 젠장! ㅋㅋㅋ
잘 읽고 가요~~ *^^*
"고백 하세요 다들~~" (부자 되세요~~버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