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성의 정치학> 1106 발제문
소리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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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성의 정치의 예증 ~ 2. 성의 정치의 이론
케이트 밀렛은 이성 간의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장면인 ‘교접(성교)’를 여성과 남성 간의 권력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으로 꼽는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1부의 ‘성의 정치의 예증’라는 긴 장을 할애하여, 여러 소설 속의 성교장면을 길게 포착한다. 그 장면들은 단순한 성교의 장면이 아니다. 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성교를 매개로 하는 권력관계의 장이다.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에 부여된 역할과 권력, 그리고 쾌락의 배분까지도 할해 되는 순간들의 생생한 포착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인 구분에서만 얘기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적 역할을 하는 남창의 모습을 통해서도 그 권력관계가 드러난다.
성교, 섹스의 장이 정치적 장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정치”라는 단어를 먼저 정의해야 할 것이다. 밀렛은 이에 대해 정치는 한 무리의 인간이 다른 무리의 인간을 지배하는 정도를 정치라고 먼저 정의한다. 인종주의에 대한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출생에 의해 정해진 일부 집단의 위치가 다른 집단에 대해 일반적인 지배의 관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동의한다.
양성 간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막스 웨버가 헤르샤프트라고 정의한 현상, 즉 지배와 복종의 관계는 양성 간에도 유효한 말인 것이다. 사회 속에서 검토되지 않고,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로 지나쳐 버리게 되는 것은 타고난 권리에 의한 우위성이며, 이것이 여성에 대한 남성 지배인 것이다. 인종차별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고, 더 엄격하게 그리고 훨씬 영속적인 경향성을 지닌 지배이다.
뿌리 깊은 남성 지배는 다른 문명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문명이 부권제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를 이루는 모든 사회체계들, 가령 군대 산업, 과학기술과 대학, 행정, 경제 등의 모든 부분은 남성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또한 종교와 문화, 문화의 소산인 철학과 예술, 윤리의 문제까지 모두 남성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른바 부권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론적 측면
모든 정치적 문제는 힘의 문제, 즉 권력의 문제이다. 부권제 사회는 성의 정치를 기반으로 존재 가능한 것이다. 이 성의 정치를 떠받치는 이론적 기반은 기질, 역할, 지위에 관하여 양성을 기본적인 부권제의 정치형태로 ‘사회화’시키면서 합의를 이끌어낸다. 남성은 우월한 지위를 여성에게는 열등한 지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 우월한 지위의 남성의 편의에 따라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구분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기질을 만드는데 주요한 요소는 “성별 역할(Sex role)”이다. 성별역할은 태도, 몸짓, 행위 등에 대하여 잘 다듬어진 규범들을 정해준다. 이 성별 역할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주로 생물학적인 경험의 측면의 부분만, 동물적인 부분의 영역만으로 한정시킨다. 그 외의 인간적인 활동으로 규정된 모든 것들은 남성을 위하여 확보되어 있다. 지위라는 정치적 구성요소, 역할이라는 사회적 구성요소, 기질이라는 심리적 구서요소 라는 세 가지의 요소들은 하나의 연쇄 작용을 하면서 이론적 지배의 토대를 만든다.
생물학적인 측면
부권제 하의 모든 제도와 태도, 그리고 과학까지도,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구별이 생물학적 차이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사실 기질적 구분을 생물학, 인간 본성에 의한 구분으로 볼 수 없다. 남성의 체력적 우위를 통해 부권제가 되었다는 것은 체력이 아닌 다른 방법(기술, 무기, 지식)을 통해 발전했던 인류의 문명과도 반대되는 이야기이다. 현대 문명은 더 이상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체력의 강약을 떠나 가장 낮은 사회의 계급이 가장 힘든 일을 한다. 전 부권제 사회에서 행해지던 다산숭배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부권제의 방향으로 전환하여 여성의 생식 기능의 위치를 격하시켰다. 그리고 생명의 힘을 남근에게만 돌리는 흔적이 발견된다. 종교 또한 남성 유일신 혹은 남성신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부권제 하에서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을 구분하는 것, 그것의 가치판단의 기준의 장은 유사종교적인 성격의 것에 다름이 아니다. 밀렛은 양성의 구별은 생물학적인 것이라기보다 본질적으로 문화적인 기반에 근거한다고 말한다. 내분비학과 발생학은 정신적·정서적 상이점을 결정하는 어떠한 명확한 증거도 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과학은 그 구별을 문화적으로 조장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다. 그에 기반 한 연구는 성별(gender)라는 성적 범주에서 본 인격의 구조가 압도적으로 문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스톨러의 “핵심적 성별 정체성”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생후 18개월까지 유아에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오늘날 생각하고 있다. 스톨러는 성은 생물학적인 것이고, 성별(이하 젠더)은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심리적 인격은 후천적 학습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환경에 의해 여성과 남성은 상의한 두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의 경험 또한 상이하다. 따라서 부권제에서 말하는 생물학적, 본성적 상이성을 주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부권제의 생물학적 기반은 무척 불안정한 것으로서, 이들이 말하고 있는 성별에 따른 차이점은 기존의 지배가치 체계를 위한 종교적 신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권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다. 양성간의 기질과 역할의 차이는 부권제에서 기인한 일방적인 성격으로, 사회화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