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성의 역사 1> 1019 발제문
소리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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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우리, 빅토리아 여왕 시대풍의 사람들
우리는 흔히 권력은 억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기, 억압, 억제 등의 단어는 우리가 권력을 떠올리며 흔히 떠올리는 단어들이다. 17세기 이전에는 성에 대해 자유로웠지만, 이후 고전주의 시대부터의 억압들은 권력과 성생활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식을 형성해간다고 쉽게 떠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시기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성에 대한 억압과 권력의 금기들은 여전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질문은 “왜 우리가 억압받는가?”로 주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방법도 거대하고 억압적인 권력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저항운동쯤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푸코는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억압가설 자체에 질문을 표하는 것이다. 성은 정말 억압된 것인가? 권력의 매커니즘이 정말 억압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억눌린 성과 권력이라는 구도는 정당한가? 왜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억압받는다고 생각해 온 것인가? 왜 성생활에 대해 말했는가? 성생활에 대해 말함으로써 유발된 권력효과는 무엇인가? 어떤 지식이 형성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푸코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담론에 의문을 던지고, 다른 질문을 던짐으로써 ‘어떤 것이 진실인가?’가 아닌 ‘무엇이, 어떤 지식의 의지가 이를 구성하는가?’를 문제 삼게 된다. 푸코는 금지, 검열, 거부 등의 억압가설은 권력의 국지적인 전술 중 하나일 뿐이며, 더 근본적인 권력의 매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점검하고자 한다. 어디서부터 담론이, 권력이, 지식이 생산되는지, 그것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을 (성담론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고전주의 시대부터 점검하고자 한다.
제 2 장 억압의 가설
푸코는 17세기를 억압의 가설이 시작한 시대라고 본다. 17세기는 부르주아 사회이자, 여전히 우리가 억압의 가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시대이기도 하다. 근면성실을 당대 최고의 가치로 꼽았던 그 시대에 성에 대한 모든 것들은 언어의 차원으로 축소되고, 그 언술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성에 대한 담론이 폭발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푸코는 이 지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표의 영역에서 그 언술들은 통제되었지만, 담론의 영역에서 다른 형식을 지닌 특수한 담론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 현상은 18세기에 가속화되었다. 이 특수한 담론들은 모두 권력이 행사되는 장 안에서 증가한 것들이다. 이를 부추기는 권력의 집요한 권유를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로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의 가톨릭 교서와 고해성사의 변화가 있다. 고해성사에서 중요한 질문은 더 모호하고, 완곡하게 변화했다. 그러나 이 고백을 받아내는 범위는 훨씬 더 광범위하게 넓어졌다. 상세한 성행위에 대한 질문들, 성에 관한 법의 위반에서부터 생각, 욕망, 음탕한 상상 그리고 인지하지 못한 육체의 욕망으로까지 넓어진다. 이런 고백들을 더 자주, 더 많이 하도록 권유된다.
성에 관한 담론화의 기획은 아주 오래전의 수도원의 금욕적 전통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리고 17세기에 이르러 성의 담론화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되었다. 끊임없이 이 영역은 넓어졌으며, 넓어지기를 강요받았다. 오히려 검열보다는 더 많은 담론을 생산할 수 있 는 설비가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기독교적 영성의 영역에서만 발전되었을 수도 있었을 성에 대한 담론은 18세기에 이르러 다른 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바로 ‘공공의 이익’과 성의 담론이 결합한 것이다. 이제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인 영역에서 성에 대해 말하라고 하는 선동이 일어난다. 이 모습은 분석, 회계, 분류, 명시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출생률, 결혼, 연령, 합법적 출생과 비합법적 출생, 육체관계에서의 조숙성과 빈도, 육체관계를 임신 또는 불임으로 이끄는 방법, 독신생활 또는 금기의 효과 등등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문제가 한 사회의 부강을 이끌어낸다는 주장은 있어왔지만, 한 사회의 미래와 운명이 각자가 자신의 성을 이용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제부터 성에 대한 권력의 미묘한 조절의 시대가 시작한 것이다. 부부의 성적 행동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사전에 조율하려는 조직적 캠페인이 시작하는 것도 이 시기이다. 그리고 19세기~20세기부터 인종차별이 싹튼다. 국가는 각 개인의 성의 활용과 관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이의 성 또한 침묵으로 일관되었다.
17세기 이후의 새로운 담론의 시대에는 성에 대한 억압으로 인해 성이 덜 말해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성을 다른 방법으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효과를 위해 말한다. 떠들썩한 담론 주변으로 허용되지 않는 부분에는 침묵이 존재하게 되는 것뿐이다.
대표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에 대한 대대적 침묵이 강요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이들의 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들의 자격과, 담론의 형태, 실행지점 등이 체계화되었다. 촘촘하게 짜인 담론의 그물이 정한 범위 안에서 어떤 것은 말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말 할 수 없다. 이 담론들의 그물 속에서 등장하는 다른 발원지로는 정신의학이 있다. 사회가 정한 정상적인 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성은 정신의학의 관할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예들이 말하는 것은 한 가지이다. 18세기 이후부터 성은 권력의 밖이나 권력에 대항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행사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권력행사의 수단으로서 성에 관한 담론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 담론을 부양할 부양책들이 마련되어 있다. 중세 육신과 고해성사의 실천 속에서 이뤄진 단일한 담론은 이제 인구통계학, 생물학, 의학, 정신의학, 심리학, 윤리학, 교육학, 정치 평론 등에서 다양하게 해체되고 분산되며 증식된다. ‘성’은 그 자체로 비밀로 숨겨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을 비밀에 싸인 채로 유지하려는 시도들을 통해 우리의 곁 곳곳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2.성적 도착의 확립
19세기부터 지금의 시대는 오히려 성생활이 확산되고 다양한 성생활의 형태가 강화된, ‘성적 도착’이 확립된 시기라고 푸코는 말한다. 18세기까지는 교회법, 기독교의 교서, 민법이 성적 관례를 지배했다. 이것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합법적인 것과 비합법적인 것의 구분했다. 성생활과 생식에 관한 것에 대한 규정이 세세하게 규정되었다. 그러나 18~19세기의 담론의 폭발은 합법적 혼인관계 중심 체제에 두 가지 변화를 주었다. 이성애적 일부일처제라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동향이 생겨난다. 이들의 성생활은 많이 말해질 필요가 없고, 말해지지 않는다. 반면 어린이의 성생활, 광인과 범죄자의 성생활, 이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쾌락, 몽상이나 강박관념 또는 사소한 조광증이나 억제되지 않는 맹렬한 정념은 주의 깊게 검토된다. 그들의 성생활과 정념은 구분되고 계속해서 말해진다. 다양한 성적도착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곤충채집처럼 기이한 다양한 이름들이 붙는다. 근절을 위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더 다양하게 확정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권력은 이런 식으로 집요한 검토와 관찰을 통해 고백을 불러낸다. 이 정리된 고백들로 성생활의 의학화가 가능해진다. 이 과정 속에 권력이 돌아간다. 권력의 행사 자체에 의해 권력에 자극이 가해진다. 감시하는 통제가 흥분으로 보상 받아 더 멀리까지 미치고, 고백에 의해 묻는 자의 호기심이 유발되며, 밝혀진 쾌락을 에워싸는 권력 쪽으로 쾌락이 역류한다. 특히 이러한 권력과 쾌락의 순환구조는 19세기에 많았다. 부모와 자식, 어른과 청소년, 교육자와 학생, 의사와 환자 등등.
정리하자면, 19세기의 부르주아 사회는 성적 도착이 분산되어 있는 곳이다. 부르주아 사회가 육체와 성에 작용하게 한 권력의 유형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권력은 성생활에 경계를 정하지 않고, 성생활을 포착하여 정착시키고, 영속화한다. 더 많은 성생활을 새로 만들어 내고 정착시킨다. 결국 성적 도착이란 하나의 결과이자 수단이다. 성과 쾌락에 대한 권력의 관게가 퍼져나가고 증가하고 육체를 물들이고 행동에 스며드는 것은 성생활의 격리, 강화, 공고화에 의해서이다. 성생활은 나이와 장소, 취향, 습관에 따라 구분되고 명명되어 채집된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이익에 의해 보장되고 기도 한다. 의학, 정신의학, 매춘, 포르노그라피 등을 통해 쾌락의 분석적 확산과 동시에 쾌락을 통제하는 권력의 증대로 이어졌다. 따라서 푸코는 근대의 산업사회가 성에 대해 한층 더 억압적인 시대를 열었다는 가설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단적 성생활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었으며, 법과는 다른 권력의 장치들이 하나의 망을 이룸으로서 특유한 쾌락의 급증과 잡다한 성생활의 증가가 보장되는 것이다. 더 많은 쾌락과 더 교묘한 권력의 확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