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뮨] 거대한 전환_4장 사회와 경제체제의 다양성_후기 (0916.토) +5
오라클
/ 2017-09-17
/ 조회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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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하는 사회, 선물하는 관계
1. 증여와 포틀래치의 이중적 기능
고대사회에서 증여는 재화의 교환/분배와 잉여재화의 소모/소비라는 이중적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증여는 시장과 화폐가 없는 사회에서 재화를 교환하고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하였고, 여기서 재화는 물건 뿐 아니라 사람도 포함(결혼제도, 수양제도)된다. 한편, 증여는 잉여재화를 소모하고 소비하여 필요 이상의 재화가 축적되지 않도록 저지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이렇게 증여는 물건의 주고받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통한 인간의 관계맺음이다. 따라서 물건을 매개한 인간관계는 경제관계, 나아가서 정치사회적 관계를 통해, 증여는 사회를 유지시키고 결속시키는 하나의 시스템, 고대사회의 운영원리가 된다.
고대사회의 포틀래치는 증여와 마찬가지로, 재화의 교환/분배의 시장기능과 잉여재화의 파괴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공동체의 축제, 의식인 포틀래치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거대한 공간으로서 ‘전체적인 급부체계’로 표현되는데, 재화의 교환, 답례, 분배가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적 시장기능을 수행하였다. 한편, 포틀래치는 축적물을 파괴하여 축적을 저지하는 혁명적인 기능을 수행하였는데, 축적이 전쟁, 착취, 계급의 발생 등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을 저지하였다. (축적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티벳사회는 사원에 기부를, 이슬람사회는 전쟁을 선택하였다!)
2. 증여 = 타인과 관계맺음 | 답례 = 증여의 선순환을 강제
고대사회의 증여는 ‘자발적 의무’라는 정의에서 이중적 성격이 잘 드러난다. 증여는 자발성에 기초하지만 도덕적 의무와 강제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증여는 주기, 받기, 답례라는 3중의 의무를 뜻하는 것으로 단순한 물건의 교환이 아니라 명예와 관련된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명예, 지위, 체면, 위신) 위해 증여를 하고, 증여를 하지 않으면 명예, 체면, 위신,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다.
특히, 받는 것보다 더 성대한 것으로 되돌려주는 ‘답례는 증여의 핵심’이다. 답례는 ‘재화의 거대한 교환/분배의 써클’이라는 증여의 선순환을 강제하는 고리이다. 누군가 받고 돌려주지 않는 순간 이 순환은 파괴될 것이며, 받고 더 적게 돌려주는 관계 속에서 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다. 증여의 선순환을 강제하는 답례의 강제는 바로 ‘물건의 힘’에서 나오는데, 즉 교환되는 물건 속에 선물이 순환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효력이 있다. 사람들은 물건 자체가 인격과 영혼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로마에서 물건은 가족의 일부로 여겨졌다. 교환되는 물건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주고받는 자의 영혼이 포함되어 있어, 물건과 더불어 자신의 일부인 영혼의 교환이 일어난다. 따라서 물건의 교환을 통해 ‘존경’을 주고받고, 물건의 영혼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구속’받는 자가 된다.
3. 증여의 동기 (증여의 이익과 유용성)
증여는 무사무욕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한 동기가 존재한다. 증여는 추장과 가신, 가신과 추종자 사이의 위계서열을 확립한다. 준다는 것은 자신이 보다 우월하다는 것, 더 위대하고 높은 주인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받는다는 것은 주는 사람의 위상을 인정하는 것이며, 답례하지 않거나 더 많이 답례하지 않으면 종속되거나 낮은 지위로 떨어진다.
그러나 증여의 이러한 동기는 ‘상인이나 은행가, 자본가의 냉정한 동기’와 다르며, 이들 문명도 이익을 추구하지만 현대사회와는 방식이 다르다. [재산은] 타인에게 지출하기 위해서,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 충복을 얻기 위해 모으며, [교환은] 향연을 베풂으로써 이루어지며, [증여는] 처음 증여자나 교환자를 압도하기 위해서지 손실을 보충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4. 증여하는 사회 (원시사회) vs 축적하는 사회 (자본주의사회)
증여가 사회운영의 원리가 되는 ‘증여하는 사회’와 자본의 이윤과 개인의 소비가 운영원리인 ‘자본주의 사회’를 대비하면 다음과 같다(도식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차이의 핵심은 ‘증여하는 사회’는 행위(물건의 증여)의 동기가 ‘타인을 위한 것’인데 반해, ‘자본주의 사회’는 행위(상품의 판매/구매)의 동기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의 동기는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데, ‘증여하는 사회’는 타인을 위한 동기가 공동체를 거쳐 다시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데 선순환’인데 반해, ‘자본주의 사회’는 자신을 위한 동기가 관계와 공동체를 파괴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손실로 돌아오는 악순환’이라는데 있다. 타인을 위한 동기에서 출발했으나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고, 자신을 위한 동기에서 출발했으나 자신에게 손실로 돌아오는 역설, 증여의 철학적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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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하는 사회 (원시사회) |
축적하는 사회 (자본주의사회) |
재화ㆍ물건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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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의 교환 물건의 형태 물건의 성격 |
물건의 증여 (주기-받기-답례, 직접적) 화폐형태가 아닌. 관계의 따뜻한 표현 물건의 인격화 (물건 : 인격과 영혼) |
상품의 판매·구매 (화폐를 매개한 간접적) 상품형태로 화폐로 계산되는. 관계의 냉정한 표현 물건의 객체화 (물건 : 소비의 대상) |
교환ㆍ증여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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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의 성격 교환의 공간 사회운영 원리 |
부등가교환 (더 많은 물건의 제공) 포틀래치 (축제/향연 : 베풂이 목적) 타인에 대한 증여가 운영원리 |
등가교환 (동일한 가치의 교환) 시장 (시장논리 : 경쟁논리, 승리가 목적) 자본의 이윤과 개인의 소비가 운영원리 |
축적ㆍ소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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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의 목적 자신을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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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는 타인에게 주기 위해 모으며 타인에 대한 증여로 자신을 표현 타인에게 베푸는 재화의 양으로 과시 |
재화는 자신이 소비하기 위해 모으며 자신에 대한 소비로 자신을 표현 자신이 모은 재화의 양으로 부를 과시 |
5. ‘증여하는 사회-선물하는 관계’의 현재적 의미
‘증여하는 사회-선물하는 관계’는 재화의 교환분배의 방식(재화의 교환분배가 어떻게 인간관계, 경제체제, 사회의 운영체체로 확장되는가)을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전 사회의 공동체와 교환분배방식을 공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이 유토피아적 환상, 과거로의 회귀, 문명과 기술에 대한 냉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면 그것의 현재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고대사회와 같이 시장이나 화폐가 없이도 재화의 교환/분배가 가능할 뿐 아니라, 그것이 훨씬 인간의 본성이 가깝다는 것 ······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지배적인 방식(이윤과 소비 중심의)과 가치체계(시장논리, 경쟁논리)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은, 이것이 절대적이 아니며 다른 방식과 가치체계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다음, 자본주의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증여하는 관계, 선물하는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 이것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 현실적 조건의 출발은 바로 내 안에 있는 자본의 속성과의 대립일 것이다. 자본주의적 방식과 가치체계 내부에 있는 나로부터 출발하여 현실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증여하는 사회-선물하는 관계’의 현재적이고 실천적인 의미일 것이다.
댓글목록
영민님의 댓글
영민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텍스트를 읽는 성실함이 우리세미나의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보통 사람들은 원시 야만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미성숙하고 발달되지 않은것이지
자본주의가 발달 성숙한 제도라고들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 물론 전 "자본"을 공부하기 전에 자본주의상자 밖의 세상이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지만요 . ^^;;;)
저는 자본주의에 이미 찌들어서 인지 증여론을 읽으면서 "아 놔 .. 걍 돈으로 주면 안되?" 할정도로 너무나도 복잡하고 사려깊이 구성되어 있음에 놀랐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그 큰 그림을 이미 알고 이런 복잡한 교환분배 방식을 구성했을까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것에 비해 자본주의는......천박한 제도로 느껴집니다.
원시 시대에 안살아 봐서 지금의 사고를 가지고 그시대로 돌아 가면 분명 불편하겠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옳은 방법이라고 동조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
( 모 이레 쓰다 보니 감정이 섞이네요 . 쿄쿄쿄)
눈에 쏙 들어 오는 정리 감사합니다. (표 까지 쿄쿄)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폴라니가 원시사회를 다루는 맥락은 이런 것이지요.
1. 원시사회의 상호성, 재분배, 가정경제 처럼, 인간의 본성은 결코 자본주의적이지 않다는 것!
2. 자본주의의 이익, 경쟁, 노동 같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배치에 불과하다는 것!!
3. 자본주의는 인류사회 최선의 모델도 아니며, 영원불변한 체계도 아니라는 것!!
폴라니의 문제설정에 동의한다면, 비자본주의적인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널깊님의 댓글
널깊
후기 감사드립니다!
내 안에서 먼저 변화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말씀이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