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0911 <엄마됨을 후회함> 세미나 발제문 +1
메아리
/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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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3장. 결코 엄마가 되지 말아야 했다.
엄마들이 후회할 때
저자는 산후우울증을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엄마 개인의 감정세계에 슬픔과 우울함이 발생하는 것, 둘째는 엄마로의 변화에 대한 당연한 반응으로서 엄마를 둘러싼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후우울증은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고도 엄마됨을 후회하는 여성들이 분명 있지만, 그들의 의견은 제한 당한다. 엄마가 되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일 것이라는 사회의 약속과는 달리, 실제로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게 없고 정체된 듯한 엄마로서의 삶에 점점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과 원래 느껴야 하는 감정의 간극 사이에서 당황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게 된다. ‘엄마됨을 후회한다’는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할 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엄마로서의 삶의 장점과 단점
엄마들이 말하는 장점은 사회가 그들에게 엄마가 되라고 설득하기 위해 약속했던 그 장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의미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터뷰를 한 엄마들이 장점과 단점을 뒤섞어 이야기하거나, 단점밖에 없다고 이야기한 것을 미루어 보면, 그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의구심과 갈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4장. 용납되지 않는 감정으로 살아가기
나는 누구였으며 누구인가
새 생명을 낳으면 자신의 삶을 상실하는 경험을 한다. 육체와 열정의 상실, 낭만적이거나 현실적인 관계의 상실, 자아의 상실, 창조성의 상실, 언어의 상실. 엄마가 되면 뭔가 완성되고 충만해질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불완전하고 불만족스럽고 공허하여 출산 전의 자신을 더 이상적으로 느끼게 된다. 반면 엄마가 되는 것은 ‘과거의 나’가 되살아나는 경험이다. 아이를 통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살게 되는 독특한 경험은, 좋았던 과거든 지우고 싶은 과거든 ‘과거’를 ‘현재’로 맞닥뜨리게 만든다.
트라우마 경험이 되는 엄마의 삶
우리는 특수한 큰 사건이 트라우마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엄마가 되는 것도 여성에게 지속적인 트라우마로 인지될 수 있다. 여성을 서서히 소진시키고 소멸시키는 엄마로서의 삶은 그 실체가 다양한 이유로 포장되어, 결국 엄마의 삶이 의미 있고 아름다우며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신화적 상상을 파괴하지 못한다.
애착과 족쇄의 모성애
현재의 모성애는 이데올로기의 발판으로서 엄마들을 억압하며 더 심한 감독을 받고 있다. 엄마들은 자녀에게 무조건적이며 무한한 사랑을 느껴야 하고, 그것을 분명히 드러낼 것을 요구받는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과 엄마된 것을 후회하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상황에서, 엄마들은 더욱 모성애를 두드러지게 과시하고 ‘선량하고 도덕적인 엄마’가 됨으로써 도덕적인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인정받는 권리를 되찾는다.
보살핌의 의무
엄마됨을 후회하면, 사람들은 이를 아이에 대한 냉담, 적대, 등한시, 폭력, 살해의도 등과 동일시하며 그들을 비난하고 의심한다. 그러나 타인을 사랑하는 것과 보살피는 것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엄마들은 후회의 감정상태에 있다 해도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다는 걸 밝혀야 한다고 느낀다. 후회의 여부를 떠나, 엄마가 되었다면 아이에 대한 책임으로 그들을 잘 돌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침해받을 때 엄마 안의 두 정체성이 계속 갈등을 겪게 된다.
끝없는 이야기
육아와 관련된 과제는 ‘아이가 자기 발로 서서 독립하면’ 끝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기르는 책임은 끝이 없다. 인터뷰에서 엄마들이 고백했듯이, 자녀를 보살피는 일은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라 ‘의무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의무감과 책임감은 마치 탯줄이 자신의 목을 휘감고 있듯이 영원한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아빠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빠는 껍데기만 있을 뿐 내용은 텅빈 것 같아 보인다. 그들은 있으면서도 없다. 아빠들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도피처를 마련할 수 있다. 때로 남편과 평등한 육아분담을 하더라도, 엄마는 아이와의 유대감이 느슨해지지 않는다. 육아를 지원받는 것이 엄마됨을 보상해주지는 않는다. ‘엄마로서의 시간’은 끝없이 순환하며, 현실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엄마들은 ‘정상적인’ 생활과 이전의 ‘자아’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상상 속에서나마 내 아이나 자신을 가족구성원에서 없애버린다.
댓글목록
소리님의 댓글
소리정말 깔끔한 발제였지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깔끔하고 멋진 발제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