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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작은 여인 ~ 술 취한 자와의 대화 발제 +2
요고마고 / 2017-08-30 / 조회 2,279 

본문

 

작은 여인

윤기 없는 금발의 곱슬머리를 가진 작은 여인이 있다. 그녀는 코르셋으로 몸을 단단히 죄고 날씬한 몸으로 날렵한 움직임을 과장한다. 그녀의 차림새와 행동에는 의도된 과장이 담겨 있는데, 그녀와 ‘나’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그녀는 늘 ‘나’를 비난한다. 그녀는 ‘나’를 못 참아한다. 하지만 둘의 관계에서, ‘나’로 인해 그녀가 손해를 보도록 강요되는 그 어떤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로 인해 늘 부당함을 당한다고 느낀다. 이 부당함이야말로 ‘나’에게는 의도된 과장인 것이다. 그녀는 그것으로 ‘나’를 옭아매려 한다. 코르셋으로 자신의 몸을 죄듯이 말이다.

이 관계에 대한 문제해결은 간단하다. 그녀가 ‘나’를 완전히 낯선 사람으로 간주하기로 마음먹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그녀는 세계의 의심을 ‘나’에게 돌리게 하기 위해 고통을 가장하고 있다. 단지 적대감 때문에, 영원히 그녀를 몰아댈 적대감 때문에 그녀는 ‘나’에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단식 광대

한때는 단식 광대에 대해 열광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시들해져버렸다. 단식 광대는 가끔씩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되었다. 단식 광대의 쇼에는 관객에 의해 선택된 고정 감시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가끔 감시를 소홀히 함으로써 단식 광대에게 요기할 시간을 벌어주고자 했다. 그것이 그들의 배려가 담긴 행동이라 해도, 그것은 광대를 슬프게 했다. 왜냐하면 단식 광대가 단식 기간에 결코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신의 예술적 명예가 달린 일이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의심받는 것이 너무도 괴로웠다. 사실 단식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러한 의심이야말로 단식을 힘들게 만들었다.

정해진 단식 기간인 40일이 지난 후에도 단식 광대는 음식 먹기를 거부했다. 그 자신은 더 오랫동안 단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단식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단식 광대는 자신의 예술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모든 일들을 매번 참아냈다. 세상 사람들의 격찬 속에서 그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 자신의 예술이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단식에 대한 위로가 아닌 예술을 행하는 자로서 갖게 되는 이런저런 슬픔에 대한 위로였다.

어느 날 단식 광대는 군중이 떠나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른 직업을 갖기에도 늙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단식 광대는 단식 자체에 광적으로 집착했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식뿐이었다. 그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곳, 즉 서커스 연기장 바깥에 있는 짐승 우리 부근에 놓여졌다. 그는 서커스 휴식시간이 되어서야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었다. 그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지나쳐버렸다. 그의 남은 단식일 숫자는 그와 함께 잊혀져버린다. 어느 날 감독관에게 가까스로 발견된 그는 자신이 단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임을 고백하고 죽는다. 그가 걷어치워진 자리는 무엇이든 물어뜯을 준비가 된 표범 한 마리가 들어오게 되고 그곳은 생동감으로 가득 차오른다.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서씨족鼠氏族

鼠쥐 서 / 쥐, 임금 측근에서 해독을 끼치는 간신에 비유, 근심하다

서씨족인 요제피네의 노래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서씨족은 노래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래에 감동한다. 사실 서씨족은 조용한 평화가 최상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그들에게 요제피네의 노래는 휘파람 소리에 불과할 때도 있다. 휘파람은 서씨족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들은 휘파람을 부는 동안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러한 그들이 요제피네에게 감동하는 것은 그녀의 노래를 직접 들을 때에 느껴지는 예술성 때문이다. 서씨족은 자신에게서 감탄하지 않는 것을 그녀에게서 감탄한다.

그러나 요제피네는 자신의 예술과 서씨족 휘파람 사이의 관계를 부인한다. 요제피네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쎄다. 단순한 경탄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예술성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또한 요제피네는 자신의 노래가 서씨족에게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힘을 주며 그들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과 달리 서씨족은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와 같은 입장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서씨족은 어떠한 종족인가. 그들의 어린 새끼는 어린 새끼로 머물 시간이 없다. 사방에 둘러싸인 위험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어린 시절을 가질 수 없다는 그 특이성은 천진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천진성은 조숙함과 함께 서씨족의 특성이다. 청춘 시절이 없는 서씨족은 너무 오랫동안 어른으로 존재한다. 서씨족의 비음악성은 이것과 관련 있다. 음악을 하기에 그들은 늙은 것이다. 그들의 삶의 무게에 알맞은 건 휘파람이다.

요제피네는 자신이 원하는 인정을 받기 위해 이런저런 작당(?)을 벌인다. 그녀는 조급하게 인정받기를 요구한다. 그것은 그녀가 늙어가기 때문이 아니라 내면적인 일관된 논리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최상의 화관, 그 내면적인 일관된 논리이기에 그녀로서는 자신이 정당하다고 여긴다. 그러한 그녀가 대중에게는 아이의 재잘거림에 불과하다. 언제나 호의는 있으되 마음은 동요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정을 받기 위해 스스로 불구자처럼 행동하던 그녀는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 요제피네의 휘파람 소리가 영원히 멎게 되는 날, 그녀는 지상적인 괴로움으로부터 구원받게 될 것이다.

 

 

여성의 애독서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은 소재에 있다...보이지 않는 사막의 동물들의 외침에 이끌린 은둔자들을 한때 신선하게 해주었던 유혹들을 연상시킨다...저자에게 이러한 유혹은...그와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그 유혹에 얽혀들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숙녀들을 위해 책을 썼다. 만약 그녀들이 자신의 손에 고해서가 들려 있다고 느끼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기도자와의 대화

‘나’는 매일같이 성당에 나가 기도하러 오는 소녀를 기다린다. 언젠가 소녀가 오지 않은 날 한 젊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깡마른 체구의 그는 기도를 올리기 전, 주변을 의식하며 사람들이 많은지를 살펴보곤 했다. ‘나’는 그러한 그의 행동에 화가 나 있다. 기도를 끝내고 돌아가는 젊은이를 기어이 쫓아간 ‘나’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묻는다. 깡마른 젊은이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자신의 인생 목적이라고 말하며 둘의 대화는 이어진다.

 

 

술 취한 자와의 대화

스물세 살인 ‘나’는 아직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다는 말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는 원형 광장을 빙 둘러 뛰면서 하늘과 달, 시청과 마리아 입상과 성당 사이에서 부유하는 듯하다. 그는 고정된 물체라기보다 하나의 흐름처럼 존재하는 모습이다. 어쩌면 사람이 아닌 혼 같기도 하다. 그는 술주정꾼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흐느적거리는 술주정꾼이야말로 그가 대화를 나눌 유일한 상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술주정꾼을 찾아다니는 ‘나’는 누구일까.

 

댓글목록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요고마고님의 물 흐르는 듯한 문장으로 다시 새기게 된 카프카의 이야기들.
발제 준비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하나의 흐름처럼 존재하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 ~~^^

요고마고님의 댓글

요고마고 댓글의 댓글

반짝반짝 토라진님! 여러모로 서툰 사람을... 미리 단정짓지 않고 기다려주셔서, 고마웠습니다. ^_^ 흘러흘러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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