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0821 <엄마됨을 후회함> 1장 세미나 후기 +1
소리
/ 2017-08-28
/ 조회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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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안 올렸네요. 혼자 쓰고 올리는 것을 깜빡해서 이제야 올립니다. 다행히 세미나 전에!!
[페미니즘 세미나] <엄마됨을 후회함> 1장 후기
<엄마됨을 후회함> 세미나의 첫 시간을 재밌게 보냈습니다. 여성은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엄마가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자, 이 책을 신뢰할 수 있게 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책이 그저 엄마가 되는 것은 모든 고통의 근원이자 모든 힘든 것의 표상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목의 강렬함으로 쉽게 그렇게 오해될 수 있습니다. 도나스는 기존의 ‘엄마’담론에서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을 더 조명하고 싶었을 뿐, ‘엄마됨’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도나스의 지적은 여전히 맞습니다. 이 사회에서 ‘엄마’를 논하는 지대는 여전히 편파적입니다. 사회는 어떤 여성도, 어떤 엄마도 신성불가침한 ‘엄마’라는 영역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불쾌했던 엄마에 대한 경험은 지워집니다. 단순히 불평을 할 수 없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은 미래의 엄마로서, 혹은 현재의 엄마로서 끝없이 도덕적 자기검열의 지대에 놓이게 되고,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조차 발언하지 못하게 됨으로서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만 합니다. 아이 양육과 여성으로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논의는 멈춰버립니다. 바로 이 지점을 도나스는 지적하고자 합니다. 엄마로서 경험한, 경험할, 다양한 얘기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게 얘기되고 소통되고, 논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도나스는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을 다음 세미나 책으로 선정하고, 이 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친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미혼이고, 현재 아이 생각이 없으며, 향후 몇 년 간은 상황도 아이를 낳을 상황도 아닌데 왜 ‘엄마’와 ‘아이’, ‘양육’의 이슈가 내게 중요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의 말은 맞는 말입니다. 그것은 향후 3년 이상 제 얘기가 될 수 없는 이슈였습니다.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아이를 키울 생각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슈가 제게는 다른 페미니즘적 이슈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여성은 아이와 함께 묶여서 사회로부터 취급받기 때문입니다. 즉, 저는 여성으로 살면서 예비 엄마로서 취급받는 일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에 단순한 진료를 받으러 갈 때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길을 지나가면서도, 그리고 정부로부터 분류받는 과정에 있어서도 저는 예비 엄마로 분류되고 취급됩니다. 아이에 대한 반감과 결혼과 출산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기라도 하면 모성애가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는 욕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맘충이라는 욕은 여성 전체에 대한 욕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여성의 분류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은 다시 저를 옥죄겠지요.
사회는 기혼여성과 미혼여성을 적대관계로 흔히 묘사합니다. 남성을 사이에 둔 라이벌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현실에서 저를 실질적으로 도와준 사람들은 기혼여성, 나이가 저보다 많은 혼인여부와 상관없이 소위 ‘아줌마’라고 부르는 이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들의 경험들과 말들은 미/비혼 여성들에게 많은 레퍼런스로, 참고자료로 존재합니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젊은 여성들은 유부남에 관심이 많지 않지요. 반대 상황이 더 많지. 어쨌든,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은 적대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더욱 서포트 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혼여성들 혹은 비혼여성들로부터 시작된 최근의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은 기혼여성들의 권리향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기혼/연상의 여성들의 물질적, 감정적 지지는 그 운동을 더욱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고요. 제 생각에 진정으로 여성권리를 생각하는 여성은 다 같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상황은 다를지라도, 그들이 받는 단죄적 처벌이든 사회적 낙인이나 유리천장은 모든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미나에서는 정말 다양한 얘기를 했습니다. 사회로부터 여성에게 엄청난 변화를 야기시키는 이 결혼과 육아, 출산을 여성 스스로는 이토록 모를까.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어쩜 이렇게 없을까. 모든 삶이 다 힘들고 내 맘대로 안된다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엄마라는, 누군가의 엄마라는 타이틀에 갖혀 살아야만하는가. 후회라는 감정이 들지만, 아이의 정서적 피해에 대한 생각 때문에 그 감정마저 표현할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상태의 엄마 얘기까지. 분명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야기시키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 여성의 희생이 강요되고, 높은 도덕을 요구한다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세미나 중에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아이의 존재는 사랑스러우나, 아이를 양육하면서 남편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더 크다고 말이지요.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에 공감하는 기혼 여성분들의 얘기를 통해 한국 여성의 엄마됨 이후의 삶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에서 남편이라는 존재가 육아에 있어서 사회적, 개인적으로 얼마나 여성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책임감 없이 살아가는지도 알 수 있었고 말이지요. 아이로 인해 잃은 것보다는 남편으로 인해 잃은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요. 그 중 하나가 아이이겠지요.
임신과 출산의 경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 동물적인 과정을 통해 여성이라는 종 자체에 대한 배신감도 느꼈다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여성이 아직도 이렇게 동물적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하는 존재라니,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울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는 네 발로 기어다니는 자세라고 합니다. 실제로 전문가에게 들었던 말이라고 합니다. 젖을 물릴 때도, 걸을 때도 여성에게는 더 편한 자세라는 것이지요. 인간으로서 공부한 모든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음을 느낄때의 좌절감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의심을 모두 느꼈다고 합니다.
예전에 올린 기사 중에 인류의 진화는 특히 여성의 몸의 진화는 출산에 부적합한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BBC의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개인의 생존에는 불리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확실히 아이를 낳으면 칼슘부터 뇌의 영양소까지 돌이킬 수 없을만큼 손실이 옵니다. 사회는 그런 부분은 절대 알려주지 않지만요.
바로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떤 누구도 여성에게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한 가지 약을 먹더라도 그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알려주는데, 임신과 출산 육아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는 어떤 누구도 부작용에 대해, 그것의 안 좋은 면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그거 알면 절대 oo(결혼, 출산, 임신, 육아) 못해~”라는 말로 덮어버리지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극과 극의 선택지밖에 없는 상태에서의 선택은 절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닙니다. 그것은 암묵적인 강요이자 폭력일뿐입니다.
이 세미나의 첫 시간을 마치며 든 생각은 사회는 여성에게 너무도 폭력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여성은 자신의 몸에서도 유리되어 자신을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 수 없고, 어떤 상황에 내던져질지 알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여성들이 그 알 수 없지만, 그 전의 여성들이 겪었던 똑같은 상황에 같은 방식으로 던져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 폭력적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키우고 싶어하는 여성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여성에게도, 원치 않은 여성에게도 똑같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한 충분한 자료와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는 여성들이 경험하기 전까지는 굳게 닫혀있습니다. 그 정보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회에서 그것을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돌보고 사랑하고 키우며 행복해하는 경험이 모두에게 선택할 수 있는 행복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목록
에스텔님의 댓글
에스텔
우리가 이야기한 것들을 정말 자세하게 적어주셔서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그 전의 여성들이 겪었던 상황에 사회권력에 의해 내던져지지 않도록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를 분열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그들의 뻔한 수법에 놀아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책의 텍스트와 삶이 깜짝 놀랄 만큼 밀착되어 있어서, 어떤 때는 나의 이야기가 책에 쓰여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