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세미나] 선집읽기: 번역자의 과제 후기 +1
승운
/ 2017-08-22
/ 조회 2,098
관련링크
본문
지난 시간에 살펴본 텍스트는 <번역자의 과제>(1923)입니다. 벤야민은 “낯선 [원작의] 언어 마력에 걸려 꼼짝 못하고 있는 순수언어를 번역자 자신의 언어를 통해 해방시키고 또 작품 속에 갇혀 있는 언어를 그 작품의 재창작을 통해 해방시키는 것이 번역자의 과제”(139)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언급하는 개념들을 정리함으로써 후기를 쓰고자 합니다.
작품, 원작, 번역, 열악한 번역과 좋은 번역, 의역과 직역, (개별)언어, 순수언어, 의도
작품- 예술 작품입니다.
원작- 원본 작품입니다. 여기서는 작가의 언어도 포함한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번역- 번역자가 원작을 번역자의 모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번역의 대상을 작품으로만 설정하기 때문에 실용 번역을 포함하지 않는 의미입니다. 벤야민은 번역의 본질이 전달, 진술이 아니고, 숨겨진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순수언어를 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원작의 언어 속에 숨겨진[속박된] 의도를 번역자의 언어로 드러냄으로써[해방함으로써] 최후에는 총체적인 의도[순수언어]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번역의 본질입니다.
열악한 번역과 좋은 번역- 벤야민은 번역을 열악한 번역과 좋은 번역으로 구분합니다. 열악한 번역은 “어떤 비본질적인 내용의 부정확한 전달로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라고 서술하고, 좋은 번역은 번역의 본질을 따르는, 루돌프 판비츠의 <<유럽 문화의 위기>>를 빌어 모국어의 경계를 허무는, 모국어를 외국어화하는 번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역과 직역- 벤야민에게 의역은 원작의 언어로 드러난 의도의 전달에 치중하기 때문에 부정적입니다. 반면에 직역은 “진정한 번역은 훤히 비쳐나오는 번역으로서 원작을 덮지 않고 원작에게 빛을 가리지 않으며, 오히려 순수언어를 번역 자신의 매체를 통해 강화하여 그만큼 더 원작 위로 떨어지게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구문의 번역에서의 직역이 해낼 수 있”다고 긍정합니다. 또한 문장을 언어 앞에 세워진 장벽으로, 직역이 좇는 낱말을 아케이드로 비유하여 문장보다 낱말이 번역자에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개별)언어- 언어들 중의 하나입니다. 벤야민은 개별 언어를 하나의 유일한 언어, 곧 순수언어에서 분화된 것으로 보고 있는듯 합니다.
순수언어- 벤야민은 순수언어를 언어의 근친성을 다루는 문단에서 “...오히려 언어들의 초역사적 근친성은 각각의 언어에서 전체 언어로서 그때그때 어떤 똑같은 것이, 그럼에도 그 언어들 가운데 어떤 개별 언어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 언어들이 서로 보충하는 의도의 총체성만이 도달할 수 있는 그러한 똑같은 것이 의도되어 있다는 점에 바탕을 둔다. 그것은 곧 순수언어이다.”라고 서술합니다. 즉 순수언어는 개별 언어들이 서로 보충하는 어떤 의도의 총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순수언어의 의도와 동의어로 사용된 것 같습니다. 즉 순수언어는 언어들의 의도를 모두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순수언어의 의도가 곧 순수언어이다 라고 이해했습니다.
의도- 의도는 언어 속에 숨어있고, 언어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원작은 작가의 모국어를 통해 작업의 의도를 드러내고, 작업의 의도는 작가의 언어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작업의 의도는 작가의 모국어로 드러난 의도와 드러나지 않은 의도가 있습니다. 벤야민이 주장하는 번역의 본질은, 작가의 모국어에서 드러난 의도를 번역자의 모국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모국어에서 드러나지 않은 의도를 번역자의 모국어로 드러나게 하여 작업의 의도를 더욱 드러내고 언어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벤야민은 의도를 의도하는 방법과 의도된 것으로 구분합니다. 빵을 뜻하는 독일어 Brot과 프랑스어 pain을 예로 들어 의도된 것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의도하는 방식은 동일하지 않음을 설명합니다. 의도하는 방식이 다른 언어들은 서로를 보완하고 순수언어로 성장합니다.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승운 님의 후기로 인해 지난 번에 논의되었던 중요 내용들을 복기할 수 있게 되네요.
광복절 휴셈으로 인한 늘어짐으로 후기 쓰기가 만만치 않으셨을 텐데,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벤야민 세미나와 시공백 세미나의 든든한 반석으로 자리해 가고 계신 승운 님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