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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0821 <엄마됨을 후회함> 세미나 발제문 +1
소리 / 2017-08-23 / 조회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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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엄마’로서의 경험

  이 책은 이스라엘 사회학자인 오나 도나스가 (평균출산율이 OECD국가 평균인 1.74명 보다 훨씬 많은 3명인) 이스라엘 ‘엄마’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책입니다. 여기서 그는 두 가지 가정을 하고 들어갑니다. 첫째는 우리 사회의 시야가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둘째는 뭔가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고 보고 들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차별 중에 가장 심각한 차별은 그 차별의 존재를 구별할 수도 없고, 차별 받는 자 스스로도 그것을 제대로 자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엄마의 경험들이 지워지는 것, 어머니에 대한 신화가 깨지는데 일조할만한 얘기들이 지워지는 것이 그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에는 후회라는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오나 도나스가 인용한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회는 인식적 측면과 감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인식적 측면은 상상력, 기억, 판단력, 신중한 검토 등이 있습니다. 감정적 측면은 근심, 걱정, 고통 등이 있습니다. 후회는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감정표현입니다.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회가 배제된 영역, 후회의 배제를 강요하는 영역이 ‘엄마’라는 것입니다. 엄마가 되기로 한 결정에는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사회가 ‘엄마됨을 후회함’이란 감정 자체를 터부시하고 죄악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과는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그때 유학을 갔다면, 그 때 이직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말하듯이,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이란 말과 생각은 할 수 없고 터부시됩니다. 한국과 국가주의적 사회분위기의 이스라엘부터 우리가 성평등이 잘 이뤄진 소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도나스는 말합니다.

‘엄마’와 관련된 후회에 대한 담론은 반대감정 양립의 문제로 흘러왔습니다. 반대감정이란 예속되고 싶은 반면 독립하고 싶은 소망, 미움과 사랑, 가까이 하고 싶은 욕구와 거리를 두고 싶은 욕구, 조화와 갈등순간처럼 반대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엄마들의 반대감정의 양립과 후회는 다른 것입니다. 반대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 여성도 있고, 반대감정이 없이 엄마됨을 후회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반대감정의 양립에 초점을 두면,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제한됩니다. 결국 현상태를 유지시키는-아이를 계속 출산하고 육아하며 느끼는 반대감정을 지닌 여성은 당연하다는 논의-것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나스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도 첨가되지 않은 엄마들의 “후회”라는 감정 그 자체입니다. 이를 통해 ‘엄마’라는 영원한 굴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품은 여성들을, 동시에 그런 소망을 끊임없이 몰아내야만 하는 여성의 삶과 사회적 억압에 대해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라는 연구방법을 선택하여, 여러 엄마들을 연구하는 도나스는 많은 엄마들에게서 도나스가 엄마인지를 묻는 질문을 1번 이상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사회연구에서 조사대상자들은 연구자에게 질문을 해서도, 그 질문에 답해서도 안 됩니다. 그것이 사회연구의 기본원칙이자 불문율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원칙을 과감히 깨고 “나는 엄마가 아니고, 엄마가 될 생각도 없다고.” 답합니다. 도나스 생각에 그 원칙은 진부한 것이고, 그들은 답을 들을 권리가 있으며, 그것이 공정한 처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조사대상 여성들, 이미 엄마가 된 여성들의 소망과 질투,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도나스는 여성들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경향에서 되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책에 담아내려 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가 덮어두려는 엄마들이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경향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엄마들과 엄마가 아닌 여성들 간의 공통점은 가족상황이 반드시 많은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라는 도나스의 언급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가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가 있고 결혼을 했다고 해서 같은 여성의 문제 안에 있는 여성들은 같은 사회적 압력 하에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결혼과 아이의 존재여부가 여성의 우열을 가리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에 대한 분류일 뿐입니다. 도나스는 이 한 문장으로 나이와 인종, 국적, 혼인과 출산 여부로 구분되는 여성의 분류, 사회적으로 분절시켜놓은 여성을 한데 모아 얘기를 진행합니다. 그 모든 분류를 넘어서는 ‘엄마’라는 압박 하에 있는 여성 중 하나로서 얘기합니다.

 

‘엄마 됨’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여성들

  ‘여성은 엄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1장은 이 책의 전체 주제와도 잘 맞닿아 있는 문장입니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여성인 몸으로 태어난 이상 사회는 여성을 잠재적 ‘엄마’로 취급합니다. 최근 한국에서의 ‘가임여성지도’와 같은 사태처럼 여성의 몸, 소위 ‘자궁’으로 부르는 생식기관의 존재 자체는 여성의 모든 정체성, 삶의 목적이자 정당성을 “잠재적 엄마” 혹은 “엄마”로 규정합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다라는 생물학적 결정주의적 입장과 동시에 자기 의지로 엄마가 된다는 모더니즘·자본주의·신자유주의적 입장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 중 도나스는 후자에 주목합니다. 자신이 원해 엄마가 되는 것이라는, 자유로운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는 이 입장은 전자에 비해 여성의 권리신장의 결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인지 도나스는 묻습니다. 아이를 낳는 여성에게 보장되는 사회적 보상과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비난(아이 언제 낳아? 더 늦으면 낳고 싶어도 못 낳아. 넌 즐기기만 하고 책임감이 없어, 아이가 없으면 외로울거야. 등등) 속에서 여성은 진정 자유롭게 엄마됨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여성들이 한 ‘자유로운 선택’이 비록 자유, 자율, 민주주의, 자기결정에 가까운 것이라 할지라도, 이 역시 기만적입니다. 그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지대가 불평등, 강요, 이데올로기, 사회적 규제, 권력관계 하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선택의 자유라는 기만’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포괄적 선택의 자유는 생식과 엄마로의 이행이라는 주제로 넘어가면서 그 기만성이 폭로됩니다. 사회의 올바름, 여성의 성숙의 한 과정으로 ‘엄마’라는 자리를 놓으면서, 결국 생물학적 결정주의의 입장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여성이기 위해서 사회가 말하는 ‘올바른 선택’을 위한 압박을 끊임없이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도나스의 연구의 인터뷰에는 엄마인 여성들이 엄마가 된 이유에 대해 말하는 얘기들이 소개됩니다. 누군가는 대세에 따라 다들 그렇게 살아왔고, 사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더 좋은 식으로 반복하기 위함이거나, 사회적인 자리를 획득하기 위해서 즉, 소원성취를 위해서였습니다. 또 누군가는 동의는 했지만 자발적 의지로 한 것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동의’와 ‘의지’는 다르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엄마됨을 동의는 했지만 엄마됨을 의지하지 않았던 여성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성이 출산을 배우자에게 강요당하면서 자신의 소망이 무시되는 것은 강간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도나스는 동의와 의지의 차이를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 것을 세심하게 구별해야 엄마가 됨을 원치 않았지만 동의에 의해 엄마가 된 여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여성이 아이를 원한 결과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댓글목록

에스텔님의 댓글

에스텔

'엄마됨을 후회함'도 새로운 언어였지만, 메아림이 표현하신 '아내됨을 후회함'은 더 깊숙히 와 닿는군요.
그리고 '동의와 의지'는 엄마됨을 강요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가 억압하고 강요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민감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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