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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차이와 반복_후기 :: 2 대자적 반복 1,2절 (0804) +5
연두 / 2017-08-10 / 조회 2,932 

본문

수축하지 못한 후기로 인해서 피곤을 느낄 여러분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그는 독자를 매료시킨다. 그의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 문장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매달리고 싶어지는 문장이, 매력적 연출이 거기 있다. 그래서 나는 텍스트를 읽다 때론 포기하고, 읽어가면서도 종종 좌절하고 의기소침해지며, 매번 세미나 하차를 결심하다 다시 그의 텍스트에 달라붙는다. 

 
그 날은 의기소침했다 매력에 빠졌다 하다가 텍스트를 결국엔 다 읽어내지 못하고  감자를 잔뜩 삶아 잘 익은 탐스러운 복숭아와 함께 간식으로 내놓는 데 집중했다.
 
논의는 매우 뜨거웠다. 나무님과 정수샘의 부연설명이 없었다면 단 1도 이해하지 못했을 테다. 녹음한 내용을 다시 들어보니 그마나 좀 들리기 시작했다. 여튼 지난 시간에는 시간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살펴보았다. 반복과 차이의 사유에는 어떤 시간성이 개입하므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이해된다. 그는 세 가지 시간의 종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첫 번째 시간의 종합은 살아 있는 현재, 이는 응시하는 정신, 그것이 이루어내는 수축으로 인한 수동적 종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주체성이 해체된다. 주체가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응시하는 정신이 주체다. 과거도 미래도 모두 현재 안으로 수축된다. 수축을 통해 과거는 다시 끌어당겨지고, 미래는 미리 끌어당겨진다. 그는 지각적 종합들 배후에는 어떤 유기체적 종합들이 자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감관들의 감성이 우리의 존재에 해당하는 어떤 원초적 감성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수축된 물, 흙, 빛, 공기이다. 모든 유기체는 수축, 파지, 기대들이 어우러진 어떤 총합이다. 생명이 숨쉬는 원초적 감성의 수준에 주목해 보라. (175p)
 
여기에서는 습관이 중요한 문제이다. 습관은 반복에서 새로운 어떤 것, 곧 차이(일단 일반성으로 설정된 차이)를 훔쳐낸다. 수동적 종합은 우리의 삶의 습관을 구성한다. 반복에서 차이를 훔쳐내는 것은 상상력이다. 참된 반복은 상상에서 나온다.
 
차이는 두 반복 사이에 있다. 이는 역으로 반복이 또한 두 차이 사이에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차이의 한 질서로부터 다른 한 질서로 이동하게 만든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182p)
 
두 번째 시간의 종합은 과거다. 시간의 첫 번째 종합인 지나가는 현재는 두 번째 종합인 과거를 근거로 두고 있다. 시간의 근거는 본연의 기억이다. 여기에서는 기억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기억의 능동적 조합은 재현의 원리다.
 
첫 번째 종합은 습관의 종합이고, 이 종합은 시간의 진정한 정초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초와 근거를 구분해야 한다. 정초는 땅과 관련된다. 그리고 어​떤 것이 어떻게 그 땅 위에 세워지는지, 어떻게 그 땅을 점유하고 소유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근거는 차라리 하늘에서 비롯된다. 근거는 정상에서 정초 지점들로 향해 가고 소유권에 따라 땅과 소유주를 측정한다. 습관은 시간의 정초 지점이고, 지나가는 현재에 따라 땅과 소유주를 측정한다. 지나간다는 것, 그것은 정확히 현재의 요구이자 지망이다. 하지만 현재를 지나가도록 만들고 현재와 습관을 전유하는 것은 시간의 근거로 규정되어야 한다. 시간의 근거는 다름 아닌 본연의 기억이다. (189p)
그는 과거의 네 가지 역설을 베르그손의 시간론을 재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 유명하다는 원뿔 그림은 이해에 약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순수과거가 무엇인지는 많은 논의들이 있었으나 여전히 이해불가영역이다.
 
운명은 결정론과는 그토록 부합하지 못하는 반면 자유와는 그토록 잘 부합한다. 즉 자유는 수준의 선택에 있다. 계속되는 현행적 현재들은 단지 보다 심층적인 어떤 것의 표출에 불과하다. 즉 거기서 드러나고 있는 것은 각각의 현행적 현재가 앞선 현재와는 다른 수준이나 등급에서 삶 전체를 다시 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때 이 모든 수준과 등급들은 공존하고 있으며, 결코 현재인 적이 없었던 어떤 과거의 바탕으로부터 우리의 선택에 내맡겨진다. (197p)
 
현재는 실존한다. 하지만 오로지 과거만이 고집스럽게 자신을 주장하는 가운데 내속하며, 그 안에서 현재들이 지나가고 서로 충돌하는 요소를 제공한다. (201p)
 
세 번째 시간의 종합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되(이것은 미래를 발견하는 것과 관련있다), 도입부의 데카르트적 코기토와 칸트적 코기토를 언급한 부부까지만 다루었다. 칸트적 코기토는 반데카르트적 코기토이며, 그가 발견한 자아의 수동성, 자아의 균열이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의 요소가 구성되는 것이라고 들뢰즈는 환영한다. 그럼에도 그는 칸트가 그 창의성을 끝까지 추구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인식론적 사유에서 순수이성과 신을 모두 폐기했다. 그에게 주체란 수동적으로 종합된 감각의 수렴자이다. 칸트에게 신은 입법자로서의 나를 입증하기 위한 존재이며, 계율을 주는 자가 아니라 내가 나의 도덕을 설립할 때 그 보증인이다.

시간의 집함에 부합하는 그런 상징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된다. 시간의 빗장을 풀기, 태양을 폭파하기, 화산 속으로 뛰어들기, 신이나 아버지를 죽이지 등이 그것이다. (210p)

 

댓글목록

namu님의 댓글

namu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두님. 녹음까지 하시는 그 열정, 본받고 싶습니다. 아니, 본받겠습니다. 읽고 생각이 나서 적어보는데요. 잘못된 부분이 있거들랑 세미나 회원님들 지적해주시고요. 함께 배워요.

“첫 번째 시간의 종합은 살아 있는 현재, 이는 응시하는 정신, 그것이 이루어내는 수축으로 인한 수동적 종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는 주체성이 해체된다. 주체가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응시하는 정신이 주체다.” _> ‘정신 안에서 응시하는 자아(들)’, 즉 무의식 차원의 응시하는 자아들이란 능동적인 주체 이전의 수동적인 자아들입니다. 의식적인(능동적인) 자아(주체) 이전의 수동적인 애벌레 자아 수준에서 시간의 첫 번째 종합인 “살아있는 현재(living present)”가 구성된답니다. “살아있는 현재”란 순간들을 수축한 것으로 과거를 retention, 미래를 protention’한 두께와 질을 지니고 있고요. 수축하는 힘인 ‘상상력’이란 이미지화는 ‘상상작용’을 말하고요.

“ 우리는 수축된 물, 흙, 빛, 공기이다. 모든 유기체는 수축, 파지, 기대들이 어우러진 어떤 총합이다. 생명이 숨쉬는 원초적 감성의 수준에 주목해 보라. (175p)”
_.> 위의 말은 다음의 문장과 관련지어 읽어보면 의미가 명확해 질 것 같습니다.  “심장, 근육, 신경, 세포 등에는 어떤 영혼이 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혼은 응시하는 영혼이며, 이 영혼의 모든 역할은 습관을 수축하는 데 있다.(178p)” 다시 말해 유기체란 게 단순히 기관들이 모여 활동하는 게 아니라 더 미시적인 수준에서 응시하는 영혼(자아)이 수축을 이루므로, 인간 유기체도 그런 감성적 차원에서 볼 때, “수축된 물, 흙, 빛, 공기”로 볼 수 있다. 그러니 만족과 충일한 지복의 존재인 줄 알라. 모든 존재가 다 그렇다. 들판의 백합 한 송이조차도. 삶의 대긍정. 무슨 <아가서>같은 얘긴데, 토라진님 같으면 뭐 갈등도 없고 모순도 없고, 뭐 그렇게 단순해, 인생이! 라고 할 텐데, 그 자체 모순(악타이온과 사냥개)도 지복이니라. 대대긍정! 영원회귀! 이중의 긍정!!!

 “정초는 땅과 관련된다---그러나 근거는 차라리 하늘에서 비롯된다.”
-> 살아있는 현재의 구성은 정초(foundation), 실마리, 단초라면, 순수과거(본연의 과거, 기억)은 그 바탕, 근거(ground) 라는 말(현재보다 과거가 더 중요하다. 순수과거라는 근거가  없다면 현재는 말짱도루묵이다)은 세미나 시간에도 나왔고요. 다만, 하늘 땅 얘기는 베르그손의 역 원뿔을 보면 과거가 위쪽(하늘)로 향해 있잖아요. 현재는 밑바닥 첨점으로 땅으로 되있고요, 하늘은 지아비(과거), 땅은 지어미(현재)?


그러고요. 솔직히 순수과거(기억) 이 부분은 명확히 그림이 안 그려지네요. 대충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언젠가 소식이 오겠지요.

연두님의 댓글

연두 댓글의 댓글

아, 말씀해 주시니 좀 더 명확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수동적 종합에 관해서 제가 거칠게 정리한 것이 결이 좀 달랐던 듯.

또 고백하자면 몇 가지 발췌 텍스트는 중요한 핵심 내용이라기보다는 매료시킨 문장으로 넣었어요. ㅋㅋ
핵심 내용 파악이 어려워서. ^^

선우님의 댓글

선우

잘 읽었어요 연두 님.
사랑하고 매달리고 싶은 문장이 있는 데 뭔 하차를...^^
들뢰즈,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사실 제가 살아온 삶, 연두 님이 살아온 삶 보다 더 어렵겠어요.
더 어려운 삶도 이리 꿋꿋하게 잘 헤쳐나왔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건데... 들선생 쯤이야 하며 몰라도 고고!!
날 쪼매 선선해지면 세미나 후 밥 먹고 함께 산책하는 시간, 잡아보아요~~
2주 후 다시 만나요.

연두님의 댓글

연두 댓글의 댓글

후기 목 빼고 기다리셨죠?
이해도 어렵고 요약하기도 어려운 텍스트라 후기가 참 어렵네요.
발제는 어떨지 @,@
여튼 며칠간 선우님 얼굴이 아른아른. 낭랑한 목소리도 어른어른. 했답니다.
후기는 언제 올라오나요~~? 하고 물으시는.

선우님의 댓글

선우 댓글의 댓글

ㅋㅋㅋㅋ~~~
아침 호기는 간데 없고,  오전내내 들선생한테 시달리다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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