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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캘리번과마녀> 4장 0731 발제
준민 / 2017-07-31 / 조회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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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과 남성지상주의 : 여성 길들이기

르네상스 시대의 악마는 주인의 뜻대로 일해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반대로 마녀사냥은 악마를 여성의 소유주로 만들어놓고, 여성은 악령에게 신체와 마음이 지배당한 존재였다. 여기서 여성을 지배하는 악마는 남성으로 그려졌다. 마녀사냥은 남성지상주의를 정당화하는 도구였다. 마녀들이 남성의 생식력을 마비시키거나 성기를 원하는 대로 조작한다는 설은 마녀들을 남성의 파괴자로 보이게 만들었다. 마녀사냥이라는 선동은 여성과 남성을 성공적으로 갈라놓았다. 계급적 연대가 붕괴되어 저항의 잠재적 에너지가 분산된 것이다. 또한 마녀사냥은 남성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면죄해줬다. 자신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이유는 마녀의 마법 때문이거나, 그녀들이 에로틱한 열정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따라서 16-17세기에 성적 탄압이 시작된다. 페데리치는 목회나 고해성사를 통해 권력이 성을 탄압했다는 푸코의 주장을 부정하면서 성적 탄압은 마녀사냥 고문실에서 가장 강력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뱉을 수밖에 없었던 광란의 단어들은 탄압과 검열, 거부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탄압과 검열, 거부에 순종하면서 전개되었다. 이 단계는 여성의 얼굴을 노동하는 얼굴로 바꾸기 위한 첫 단추였다. 

 

마녀사냥과 섹슈얼리티의 자본주의적 합리화

이 과정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남성에 대한 서비스와 출산으로 바꾸어 놓았다. 출산과 무관한 것은 악마적인 것이 된다. 그것은 출산과 관계없는 노파의 섹슈얼리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나이 든 여성의 성생활은 재생산의 수단이 아닌 죽음의 도구로 삼았다. 마녀들은 특수한 젖꼭지로 젖을 먹이며 동물들을 돌본다. 마녀의 세계에서 동물의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고, 동물 역시 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동물 역시 궁극적인 “타자”로 폄하된 것이다. 

마녀사냥이 수행했던 역할은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현재의 주요한 금기 몇 가지를 통해 이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성애이다. 르네상스 시대 때 인정받았던 동성애가 마녀사냥과 함께 완전히 뿌리뽑혔다. 또 하나는 매춘이다. 성노동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고, 사랑을 가장하여 남자들을 꼬드긴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출산과 관계없는 섹슈얼리티의 의인화이다. 

 

마녀사냥과 신세계

마녀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은 아메리카의 식민지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노예들이었다. 축적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양의 노동을 자본에 공급했다. 우상숭배에 대한 비난은 아메리카 주민들을 궤멸시키고 식민화와 노예무역을 정당화했다. 인디언들의 원초적인 사악함, 야만적인 언어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들에게서 악마를 읽어내었다. 거기에 인종주의 이데올로기까지 합쳐서 흑인은 악마 취급을 당했다. 이것은 부유한 백인 남성들의 불안 때문이기도 했다. 백인 남성들은 자기통제와 이성적 능력 때문에 성적으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본성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흑인들의 성적 능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마녀, 치유자, 그리고 근대과학의 탄생

가족관계가 연장자를 돌보는 대신 육아에 치우쳐지면서 여성노인들은 눈에 띄게 열악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 노인들은 생존을 위해 구걸하는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마녀는 마을의 산파이자 의료진이었고, 예언자였다. 반종교 개혁물결은 대중치유사들을 두려워했다. 또 영과 마법을 사용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라는 법안도 통과되었다. 이것은 전문의학에 의한 새로운 인클로저였다. 이 때 과학지식의 벽이 우뚝 솟았다. 그렇다면 근대과학의 발달과 과학적 세계관은 마녀사냥 성쇠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계몽주의에 유래한 이론에 따르면 과학적 합리주의는 마녀사냥을 종식시키는 데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신과학은 우주가 직접적이고 꾸준한 신의 개입이 불필요한 매커니즘임을 밝힘으로써 지식생활을 바꾸어 놓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녀사냥이 최후를 맞은 이유는 마녀의 세계가 소멸해 갔기 때문이다. 좀 더 계몽된 세계관이 나타난 게 아니라 그 즈음 지배계급 권력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근대적인 과학수단의 등장을 마녀사냥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과학혁명, 데카르트적인 기계론적 철학의 등장이 여성을 착취하기 위해 모든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녀박해를 지지했던 지적인 형틀이 철학적 합리주의에서 직접적으로 추출된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완수해야하는 과업의 압력을 받으며 진화했던 과도기적인 현상이 일종의 브리콜라주처럼 작용했다. 수많은 절차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마녀박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합리주의와 기계론이 아니었다. 원인은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권력을 위협하던 존재양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느끼게 된 유럽 엘리트들의 필요였다. 자신의 헤게모니가 확립된 시점에 마녀사냥이 중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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