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세미나] 선집읽기: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발제 (2017년 7월 18일)
박우현
/ 2017-07-17
/ 조회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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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세미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1940) 박우현
테제 1번
- 자동기계 : 사람들이 ‘역사적 유물론’이라고 부르는 인형 -> 언제든지 승리하게 되어 있음.
- 오늘날 왜소하고 흉측해졌으며 더욱이 더 이상 그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신학의 시중을 받는다면, 그 인형은 어떤 상대와도 과감히 겨뤄볼 수 있다.
테제 2번
- 행복의 이미지는 구원의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음. 역사가 대상으로 삼는 과거의 이미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 과거는 그것을 구원으로 지시하는 은밀한 색인을 함께 간직.
- 과거 세대들과 우리 세대 사이에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기다려졌던 사람들. 우리에게는 앞서 간 모든 세대와 마찬가지로 희미한(미약한) 메시아적 힘이 주어져 있고, 과거는 이 힘을 요구하고 있음. 이런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역사적 유물론을 주창하는 자는 누구든 그에 대해 알고 잇다.
테제 3번
- 연대기 기술자 : 사건들을 그것들의 크고 작음을 구별하지 않고 헤아리는 사람, 과거에 일어난 그 어떤 것도 역사에서 상실되어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중시.
- 다만 구원된 인류에게 비로소 자신들의 과거가 완전히 주어짐, 구원된 인류에게만 매 순간 자신들의 과거가 인용 가능하게 된다는 뜻.
테제 4번
- 맑스의 학교에서 교육받은 역사가가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계급투쟁은 투박하고 물질적인 사물들을 위한 투쟁인데, 이런 것들 없이는 세련되고 정신적인 것들도 있을 수 없다.
- 계급투쟁에서 이 세련된 것, 이 정신적인 것은 승리자에게 떨어지는 전리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
- 그것들은 일찍이 지배자들의 수중에 떨어져 축하받은 일체의 승리에 의문을 제시.
- 역사적 유물론자는 모름지기 모든 변화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이 변화를 감지하는 데 능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테제 5번
- 역사의 진짜 얼굴은 불현 듯 등장할 뿐. 우리는, 그것이 인식되는 순간에 번쩍하고는 영영 다시 볼 수 없게 사라지는 이미지로서만 과거를 붙잡을 수 있다.
- 과거의 모든 이미지는 매 현재 순간이 스스로를 그 이미지 안에서 의도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 경우 그 매 현재 순간과 더불어 사라질 위험이 있는, 복원할 수 없는 이미지.
-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가가 헐떡이며 가져다주는 희소식은, 어쩌면 입을 여는 순간 이미 허공에 대고 말하는 입에서 나오는 것.)
테제 6번
-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인식하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어떤 위험의 순간에 번득이는 어떤 기억을 제 것으로 삼는다는 것을 뜻한다.
- 위험의 순간에 역사적 주체(억압받은 계급들과 그들의 진영을 택한 역사가)에게 느닷없이 주어지는 과거의 이미지를 꼭 붙드는 것은 역사적 유물론의 과제.
- 그 위험은 전통의 존속(억압받은 자들의 전통)만큼이나 그 전통의 수용자(이 전통의 ‘새로운 수탁자들’인 피지배 계급)도 위협한다. 둘 모두에게 그 위험은 지배계급에게 도구로 넘어갈 위험이다.
- 어느 시대에나 전통을 제압하려는 타협주의로부터 그 전통을 다시 뽑아내려는 시도가 필요.(이는 ‘공식’ 역사가들이 누그러뜨리고 마멸시키거나 부인한, 기성 질서를 전복하는 역사의 차원을 역사에 복원시키는 것)
- 메시아는 구원자로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메시아는 적그리스도를 극복하는 자로서도 오는 것. (메시아의 세속적 등가물은 오늘날 반파시스트 저항의 핵, 적그리스도의 속세적 대응물은 아 제3제국)
테제 7번
- 어떤 시대를 추체험하고자 하는 역사가에게, 퓌스텔 드 쿨랑주는 이후에 일어난 일체의 것을 잊으라고 제안.
- 감정이입의 방법 = 역사적 유물론이 분쇄한 방법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는 없음. 원천은 일시적으로 번쩍이는 진정한 역사적 이미지를 붙잡기를 단념한 마음의 나태함, 태만.
- 역사주의적 역사가는 승리자에게 감정이입. 결과적으로 승리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늘 지배하는 누구에게든 도움.
- 개선행렬에 따라다니는 전리품 -> 사람들은 그 전리품을 문화재로 칭함.
- 야만의 기록이 아닌 문화의 기록이란 결코 없다. 그리고 문화재들에 관계된 바로 그 야만이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는 문화재들의 전승 과정에도 똑같이 영향.
- 역사적 유물론자는 가능한 한 그런 전승에서 비켜선다. 역사적 유물론자는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여긴다.
테제 8번
-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은 우리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예외상태’가 상례임을 가르쳐준다.
- 우리는 이 상태에 상응하는 역사의 개념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예외상태를 도래시키는 것이 우리 과제로 눈앞에 나타날 것이며, 파시즘에 맞서는 우리의 입지도 그만큼 개선될 것.
- 파시즘의 적들이 역사적 규범으로서의 진보의 이름으로 파시즘에 대항하고 있는 점이 문제.
테제 9번
- 파울 클레가 그린 「새로운 천사」 : 천사는 자기가 꼼짝 않고 응시하던 어떤 것에서 멀어지는 듯 묘사. 그 천사는 눈을 부릅뜨고 있고, 입은 벌어져 있으며, 날개는 펼쳐져 있다.
- 역사의 천사는 필시 이런 모습. (그 천사의 얼굴은 과거를 향하고 있다.)
- 우리에게 일련의 사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로 그곳에서 그 천사는 잔해 위에 또 잔해를 쉼 없이 쌓아 올리고 또 이 잔해(역사의 파국, 살육, 다른 “참혹한 작업들”, “보편사의 진정한 결과”)를 (자기 발) 앞에 던지는 단 하나의 파국만을 본다. 천사는 다시 결합하고 싶어한다.
- 그러나 낙원(원시적인 무계급 사회)에서 폭풍이 자신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할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기 때문에 천사는 날개를 접을 수도 없다.
- 우리가 진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런 폭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
테제10번
- 파시즘의 반대자들이 기대를 걸었던 정치가들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대의를 배신(소비에트의 현실과 공산주의 이념 사이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 분열)하면서 스스로의 패배를 가중시키는 와중에, 우리는 세기의 아이(20세기의 세대, 벤야민 자신의 세대)를 이 정치가들이 쳐놓은 그물망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독일-소련 불가침조약 배경)
- 우리의 성찰은 진보의 신화에 대한 이 정치가들의 집착(진보에 대한 맹목적 믿음), ‘대중 기반’에 대한 이들의 신뢰(대중 지지가 보장되어 있다는 확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제 불가능한 기구에 노예처럼 종속된 이들의 모습(당에 대한 맹목적 신뢰)이 하나의 동일한 현실의 세 측면과 다름없다는 데서 출발.
- 그것은 이 정치가들이 고집하는 역사 개념과 어떤 공모관계에도 가담하지 않는 역사 개념을 세우기 위해서 우리의 익숙한 사고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테제 11번
- 처음부터 사회민주주의의 비밀스런 타락인 타협주의는 그 자체의 정치 전술뿐만 아니라 경제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헤엄친다고 믿던 방향, 흐름을 타고 있다는 확신만큼 독일 노동자 운동을 타락시킨 것은 없다.
- 속류 맑스주의에 특징적인 이런 노동 개념(“노동은 근대 세계의 구세주이다. 노동의 개선...에는 .. 부가 거한다. 그 부는 지금까지 어떤 구원자도 성취하지 못한 것을 이제 가져다 줄 수 있다.”)은 노동자들이 노동의 산물을 이용할 수 없는 한 그 산물이 노동자들 스스로에게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물음을 그리 오래 숙고하지 않는다.
- 이런 노동개념은 자연 지배의 진보만을 보려고 하고 사회의 퇴보는 보려고 하지 않음. 파시즘에서 마주치게 될 테크노크라시의 특징들을 이미 보여줌.
- 사람들은 소박하게 만족해하면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착취에 자연의 착취를 대립시킴.
테제 12번
- 역사적 인식의 주체는 투쟁하는 계급, 억압받는 계급 자신.
- 짧은 기간 스파르타쿠스단 운동에서 다시 한 번 기운을 차렸던 이 의식을 사회민주주의는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자 계급에게 미래 세대들의 구원자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로써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자 계급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에서 그 힘줄을 잘라버렸던 것.
- 노동자 계급은 이 훈련 과정에서 증오와 희생정신을 모두 잊어버렸다. 왜냐하면 그 둘은 해방된 자손들의 이상에서가 아니라 억눌린 선조들의 이미지에서 자양분을 취하기 때문.
테제 13번
- 사회민주주의는 그 이론에서, 그리고 그 실천에서는 더욱더, 현실에 밀착하지 않고 교조적인 주장을 내뱉는 진보 개념에 따라 규정.
-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왔던 진보는 우선 인류의 능려고가 지식의 진보만이 아니라 인류 자체의 진보. 둘째로 그것은 인류가 무한히 완벽해질 수 있는 가능성에 상응하는 무제한적인 진보. 셋째로 그것은 자동적으로, 직선 내지 나선을 따르는 본질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진보.
- 인간종이 역사를 관통해 진보한다는 생각은 역사가 균질하고 공허한 시간을 관통해 진행해나간다는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런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