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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 0614 세미나 후기 +2
희음 / 2017-06-20 / 조회 808 

본문

 

    이번 세미나에서 우리는 본격적인 해당 텍스트 부분의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들뢰즈·가타리의 카프카 문학에 대한 문학 비평이 얼마나 타당하고 유효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자들의 문학 비평의 내용은 대략 이런 것들입니다.

    카프카 문학을 통한 소수적인 문학에 대한 정의. 카프카 문학을 단편과 장편으로 나누어 그것의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 즉 작가가 자신의 내재적 욕망 혹은 욕망의 외부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데 성공했는지를 가늠하는 것. 카프카 문학의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는 문체와 <소송> 등에서 아버지에 대한 과장된 그림을 그림으로써 아버지의 질서가 카프카 내부에 내재화되는 일, 세계 전체를 아버지화하는 작업을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팽창시키고 확장시키다 못해 폭발시켜 버리고 있다는 해석. <변신>에서 내용 형식인 숙인 고개는 표현 형식인 초상화-사진과 연관되며 내용 형식인 쳐든 고개는 표현 형식인 음악적-소리와 연관된다는 하나의 계열화.

    이런 저자들의 카프카 비평은 분명 그들만의 독자적이고도 독보적인 특개성을 입증해 줍니다. 그들의 해석을 통해 우리 또한 조금 다른 각도로 카프카 문학을 톺아보게 되는 면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들의 비평은 일면적인 조명으로써만 유효한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이미 말한 것처럼, 카프카 문학은 어디에도 온전히 포섭되지 않고, 이론화되지 않는, 그 자체로 끝없이 꿈틀거리고 변형되는 사물입니다. 고형적인 것도,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어떤 분명한 상태로 규정되지 않는 에테르 같은 것이라 해야 할까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 문학 비평은 어쩌면 이미 그 안에 실패로의 귀결 가능성을 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비평 작업은 끊임없이 행해져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것이라는 한에서. 그것 또한 하나의 문학으로서 자신의 영토를 새로이 펼치길 시도하는 한에서.

    그런데 들뢰즈·가타리의 비평은 카프카의 소설에 기대거나 그것을 이용하여 그들의 사유 혹은 이론을 설명해 내고 보다 단단하게 구축한다는 점에서, 정확히는 문학 비평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우리들은 잠정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텍스트는 저자들의 작업 과정의 하나입니다. 저자들은 이미 다른 저작들에서도 문학 작품의 예시나 인용을 통해 그들의 이론을 설명해 내고 있지요. 이번 텍스트는 그들의 기존 작업을 한 작가에게 집중하여 행했다는 점에서만 그것과 분별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번 범위의 본문에서는 카프카에 대한 저자들의 어떤 발견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그것은 카프카와의 긴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카프카 비평을 담아 낸 구스타프 야노흐에 대한 반박의 입장을 드러내면서 시작됩니다. 구스타프 야노흐는 카프카의 글쓰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사건이나 대상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사물들이 당신에게 불러일으키는 인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요. 그것은 서정주의지요. 당신은 세계를 움켜쥐기보다는 그것을 어루만지고 있어요.”

    저자들은 이에 대해 오히려 구스타프의 말을 이용하여 이렇게 지적하지요. 카프카는 “반서정주의-세계 그 자체를 피하거나 그것을 어루만지는 게 아니라, ‘세계를 움켜쥐고’ 그것으로 하여금 탈주케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카프카의 문학적 표현 기계는 그것이 고독한 작동자에 의해 다루어지는 경우에도, 좋든 싫든 전적으로 집합적인 것에 결부되어 있는 조건 속에서 내용을 진전시키고 가속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모두 여기에는 동감했습니다. 카프카는 결코 세계를 대충 어루만지거나 아름다운 천으로 덮어두지 않습니다. 그는 그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가 세계의 숨은 곳곳들을 보여줍니다. 보여주는 방식 또한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작가가 열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그저 부려 두어 어떤 뜬금없는 맥락들과 만나도록 하고, 그 상황 자체를 그저 노출시킴으로써, 그러니까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혹은 말을 더듬거나 옹알이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그의 문학을 만나면서 우리는 당황합니다. 당혹스러워 하면서 빨려 들어가지요. 등장인물들을 따라서,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정말로 이런 곳인가 하고 두리번거리게 되고, 부정하게 되고, 또 그곳을 어서 빠져 나오고 싶어 합니다. 빠져 나온 뒤에는 다시금 그리워합니다. 카프카의 문장을 찾아 책등과 책날개와 그 속살을 더듬게 됩니다.

    들뢰즈·가타리를 통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카프카 문학을 바라보게 되는 것, 그의 문학의 살결을 저며내어 하나의 단면을 구경하게도 된 것에서 나아가, 그것을 계기로 저자들이 설파했던 것과는 또 다른, 카프카 문학의 얼굴을 새로이 발견하게 된 것이 이 책을 함께 읽었던 일의 최대 수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댓글목록

주호님의 댓글

주호

개인적으로는 들뢰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무모하게 맞닥뜨린 책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래서 내일 이 책의 마지막 세미나를 앞둔 지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혼자 읽을 땐 어렵고 복잡하던 것들이 세미나원들과 함께 할 땐 구체적으로 와닿는 것 같아요.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조금씩 빚지며 가는 것이 세미나가 아닌가... 문득 생각해봅니다.
지난 번에 빠진 분들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희음님의 문장으로 다시 그려진 세미나의 풍경은 참 다채롭고 좋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만나요~!

희음님의 댓글

희음 댓글의 댓글

이번 세미나에서는 저번에 참석 못하셨던 삼월 님과 토라진 님이 오셔서 문학 비평에 대해 제 후기와는 다른 새로운 입장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또한 의미 있었다고 봐요. 문학 비평의 지평을 더욱 넓힌 듯한 말씀. 비평이란 게 단순히 작품에 딱 달라 붙어서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바를 성실히 읽어내는 건 아니다, 비평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다, 자신의 철학 혹은 사유를 넓히는 장이다, 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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