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후기-궁극의 혁명:요구와 사변 +2
에스텔
/ 2017-06-13
/ 조회 1,341
관련링크
본문
페미니즘 세미나의 첫 번째 책 『성의 변증법』을 마쳤다. 소리님과 단 둘이서 페미니즘 세미나를 시작했다. 서로가 없었다면 이 세미나가 열리지 못했을 거라며 고맙다는 말을 주고 받은 기억이 난다.
『성의 변증법』은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슈팅스타’처럼, 입 안에서 지들끼리만 불꽃 튀던 것을 속 시원하게 쭉쭉 쏟아내 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한풀이가 되었다. 그리고 내게는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으로 마빡을 냅다 갈긴 또라이 같은 책.
파이어스톤은 이 책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살아왔던 남성 중심의 사고에 강한 의심을 품도록 자극이 되길 바랐다. 적어도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속고 있는 문제들을 깨닫고 해결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책의 내용이 유토피아적이라고 시인했다. 특히 대안 부분에서 지나친 상상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감안할 때, 페미니즘의 큰 틀을 잡고 대략적인 스케치를 한 것만으로 대단한 업적이라 하겠다.
다시 처음을 생각해본다. 지원자가 저 밖에 없어도 세미나를 하실 건가요? 게시판에 신청 댓글을 쓰기 전 소리님에게 카톡을 보냈었다. 일단 우리가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들어올 거라고 믿어요. 함께 공부해보아요. 이렇게 우리는 긴 여정의 세미나를 시작했다.
다른 공부였어도 우리가 무턱대고 시작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었으니까 한 거다. 페미니즘은 바로 우리, 지금 여자로 사는 ‘나’란 사람들에게 직접 맞닥뜨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 합류하신 분들도 마찬가지다. 둘이어도 좋고 셋이어도 좋다. 자기 문제를 안고 나온 사람들의 절박함, 그것이 페미니즘 세미나를 끌고 가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소리님의 댓글
소리
첫 세미나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한 권의 책을 끝냈다는 것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게는 소중한 페미니즘 세미나의 회원 한 명이었습니다. 덕분에 용기내서 이 책을 함께 완독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제게 정말 많은 충격을 준 세미나이기도 합니다.
텍스트의 내용적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은 적었습니다. 그것보다도
같이 했던 학우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경험을 통해
기혼의 여성에게 가지고 있었던 제 편견이 깨지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거든요.
이토록 솔직하고, 이토록 급진적일 수 있다니.
그것은 제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상을 날려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성으로, 여성으로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첫 날의 세미나 때의 대화를 기억합니다.
혼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함께 하는 목소리들을 만나
지지를 받고, 위로를 받고, 치유가 되었던 경험을 기억합니다.
각자가 자신의 삶의 지점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하는 그 순간에도,
사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서서 같은 것을 고민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의문에 의심하지 않고 표현하면서 앞으로도 소통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페미니즘 세미나 파이팅! 진솔한 <성의 변증법> 마지막 후기 감사합니다. 다음 세미나에서 만나요!
에스텔님의 댓글
에스텔
다른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니... 참 소중하고 즐겁습니다.
<캘리번과 마녀>도 아주 흥미로운 책이던데,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 스스로 모순을 깨어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