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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소송 발제 (04.19)
걷는이 / 2017-04-19 / 조회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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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상인 블로크⋅변호사와의 해약 ~ 대성당에서

                                                                                                                      2017. 04. 19 걷는이

✳ 상인 블로크⋅변호사와의 해약

K는 변호사와의 해약을 결심하고 열 시가 넘은 시각에 그를 방문한다. 한 남자가 문을 열어주자 레니가 셔츠 바람으로 달아나는 모습이 보인다. 화덕 앞에서 변호사에게 줄 수프를 끓이고 있던 레니와 그 남자에 대해 몇 마디 주고받던 K는 해약 문제에 대해 레니와 상의해 보려던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K는 상인에게서 뭔가 들을만한 의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와 대화를 시작한다. 상인은 다른 다섯 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음을 밝힌다. 또 법원에서 K를 만났던 일을 얘기한다. 사람들이 입술 모양을 보고 유죄판결을 점친다는 상인의 얘기를 듣고 K는 손거울을 꺼내 자신을 들여다본다. 상인은 소송이 진전이 없었으며 변호사가 여러 가지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전혀 쓸모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한다. 소송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서 피해가 생겼고, 첫 공판이 열릴 조짐이 안 보이자 상인은 다른 변호사를 물색했으나 결국 어떤 변호사도 공판기일을 요구하거나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레니가 상인을 대하는 다정하지만 깔보는 태도가 K의 마음에 거슬렸다. K는 레니가 상인의 손을 앞치마로 닦아주고 바지에 떨어진 촛농을 긁어내는 모습을 화난 얼굴로 바라본다. 상인과 얘기를 나누던 레니가 K에게 그의 말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레니가 상인이 변호사와 만나기 위해 잠을 자기도 한다는 작은 방을 보여주자 화가 난 K는 즉시 해약을 통보하고 변호사뿐만 아니라 레니와 상인에게서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변호사의 방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잠그는 K를 본 변호사는 레니가 피고인을 매력적으로 보는 기이한 습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피고인의 매력은 죄 때문만은 아니고 그들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소송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인다. K는 변호사가 이런 얘기를 늘어놓아 핵심을 흐려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K가 변호 의뢰를 철회한다고 말하자 변호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둘러댄다. 변호사는 K의 이런 판단은 피고인의 신분임에도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이니 다른 피고인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여주겠다며 상인 블로크를 부른다. 벽을 향해 누운 채 고압적인 말투로 블로크를 몰아세우는 변호사. K와 얘기 나눌 때와는 달리 무릎까지 꿇으며 비굴하게 대답하는 상인. 그 광경을 지켜본 K는 변호사가 의도적으로 자기 권력을 과시해 K까지도 굴복시키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변호사는 상인에게 판사와 그의 소송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들려준다. 블로크가 교활해서 소송을 지연시키는 법을 알고 있지만 무지해서 소송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은 모르고 있다고 판사가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인이 해명하려 하자 변호사는 판사의 말은 의미가 없으며 자신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부질없는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가 상인의 불안이 신뢰의 부족이라며 다그치자 당황한 블로크는 양탄자의 털을 쓸어댄다.

 

✳ 대성당에서

K는 이탈리아인 고객에게 문화유적을 안내해 주라는 지시를 받는다. 안내를 준비하기 위해 일찍 출근한 K는 은행장에게 불려가 이탈리아인과 인사를 나눈다. 그 고객은 시간이 별로 없어 대성당 하나만 구경하고 싶다며 열 시쯤에 대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K는 남은 시간 동안 안내에 필요한 단어들을 찾아 외우며 보낸다. K가 사무실을 나서는데 레니가 전화를 걸어 그들이 당신을 뒤쫓고 있다고 말한다. K는 정각에 대성당에 도착했으나 이탈리아인은 아직 오지 않았다. K는 성당 주위를 둘러본 후 어두운 성당 안으로 들어가 제단화와 설교단을 자세히 살펴본다. 주름진 검은 옷을 입은 성당지기가 들어와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K는 의도적으로 쳐다보지 않는다. 등불이 매달려있는 조그만 설교단이 K의 눈에 띄었다. 그 아래에 신부가 서 있다가 짧고 빠른 걸음으로 설교단에 오른다. 설교가 시작되기 전에 밖으로 나가려고 빈 좌석들 사이를 혼자 걸어가면서 K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출구 쪽으로 다가섰을 때, 신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제프 K!" K는 호기심이 일기도 했고 빨리 용무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설교단 쪽으로 날듯이 걸어간다. 신부는 자신이 교도소 신부이며 K를 이리로 오게 한 것이라고 말한다. 신부는 K에게 그의 소송이 안 좋은 상황인 것을 알고 있는지,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이라 생각하는지를 물어본다. 또한 신부는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나게 될까 걱정이라며 저들이 K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K의 죄가 입증된 것으로 여겨진다는 신부의 이야기에 그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으며, 이 땅에서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고 대꾸한다. 신부는 K가 남의 도움, 특히 여자들의 도움을 너무 많이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K는 신부가 법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얘기하고, 신부는 두 걸음 앞도 못 보냐며 K에게 소리친다.

 

신부는 K가 법원과 관련해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법 앞을 지키는 문지기와 법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시골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부의 이야기를 들은 K는 문지기가 그 남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신부는 속단하지 말라면서 그 이야기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들을 늘어놓는다. 문지기가 내부의 모습이나 의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오히려 기만당하고 있다. 문지기가 비록 법에 봉사하고 있지만 사실은 입구로 들어가도록 정해진 그 남자만을 위해 봉사할 뿐이다. 이야기의 처음 부분에 법으로 들어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문은 문지기 역시 닫을 수 없는 것이다. 등등. 이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K의 말에 신부는 모든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K는 허위가 세계질서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성당을 떠나기 전에 K는 신부에게 자기에게 뭔가 더 바라는 것이 있는지를 묻는다. 신부는 자신은 법원에 속한 사람이니 바랄 것이 없으며, 법원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K가 오면 받아들이고, 가면 내버려 둘 뿐이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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