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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소송> 04-05(수) 텅 빈 법정에서~숙부 레니, 후기 +3
김준민 / 2017-04-09 / 조회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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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읽었던 장들엔 특히 많은 성적 함의가 들어있습니다. 카와 정리 아내의 관계에서도 많은 스킨십이 있었죠. 그녀는 카와의 이해관계를 활용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칩니다. 이 전에 소설에 등장했던 하숙집 주인이나 뷔르스트너와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여성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여성을 도구화했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여성이 존재한 곳에 항상 권력이 따라다닌다는 측면에서 여성들에게 특권적인 위치를 부여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몇몇 인물들이 카의 욕망을 대변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정리의 아내를 업고 달아나는 대학생, 감시인들에게 매질을 하는 태형리. 모두 카가 직접 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대학생을 엘자 앞에 데려다 앉혀놓고 싶다는 부분도 그렇습니다. 앞의 발제문에서 제가 부조리한 권력론이라고 썼었는데, 권력 자체가 원래 부조리하다는 것을 말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대단해 보였던 예심판사의 책들이 야한 그림이나 삼류소설이었죠. 카에 입장에선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자신을 재단하는 권력이 그렇게 허술하다니요. 또 소송의 카는 다른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들보다 더 오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감상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카의 계급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처 안의 피고인들도 그러하듯 그들의 높은 계급은 법의 권력 앞에서 한없이 허접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당시 체코 프라하의 사회에선 같은 계급끼리만 혼인하고, 하층민 여성의 경우 더 높은 계급의 남성들에게 음란의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소송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은 자연스레 당시 사회상의 여성들을 묘사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또 기계적이거나 불구인 권력자 남성들 곁에 항상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당시 사회상의 여성을 그대로 그렸다기보다 다른 설정을 부여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소송의 여성상은 도스토예프스키나 괴테 소설의 등장하는 이념적인 구원의 형상은 아니라는 코멘트도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여성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조금 더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태형리가 감시인들을 처벌하던 장소는 카가 다니는 은행의 창고입니다. 그러면서도 현실과는 독립된 하나의 연극 무대처럼 묘사했습니다. 그곳을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읽기보다는 카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읽는 게 더 타당할 겁니다. 또 이 에피소드는 법의 편재성을 표현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세 번째 장에서 소송에 대한 사실을 숙부가 알고 있다는 설정은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카의 조카가 사환에게 들은 이야기를 진실로 볼지 아닐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진실로 본다면 사환이 소송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설정이 되고, 진실이 아니라면 카의 조카가 소송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설정이 됩니다. 사환이 알고 있는 것은 조금의 개연성이라도 있지만 조카가 알고 있는 것은 개연성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카의 소송 사실을 등장인물들 모두가 아무런 개연성 없이 알고 있다는 소설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 같지요. 카가 인간의 원죄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이 소송에 대해 알고 있는 설정을 썼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덧붙여 카의 동선에 따라 관음의 시선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누군가는 항상 보고 있는 것, 초자아의 시선이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같은 장에서 레니의 손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손가락 사이의 연결막이 위까지 올라와 마치 갈퀴같은 형상입니다. 이것에 카가 매력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그도 가지고 있는 소수자(피고인)의 특성에 대한 묘한 동질감 때문이라는 코멘트도 있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소수자의 매력이랄까요?

 

능력이 부족해 세미나 내용 정리를 잘 못한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ㅜㅜ

 

댓글목록

namu님의 댓글

namu

잘 읽었습니다. 세미나 당시에 나욌던 모든 의견이 총망라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삼월님의 댓글

삼월

세미나 시간에 열심히 메모를 하시던데, 이렇게 꼼꼼하게 정리하려고 그런 거였군요.
지난 세미나 시간을 복기하며, 이제 다음 부분을 읽어야겠습니다.

주호님의 댓글

주호

뒤늦게 읽었습니다. 짧은 분량이었는데도 꽤 많은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오갔죠.
정리하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훌륭한 후기 감사합니다. 그럼 수요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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