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법과 자유에 대하여 (4/12 발제문) +1
삼월
/ 2017-04-12
/ 조회 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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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송》 - 변호사. 제조업자. 화가
1. 법은 어디에나 있다
카는 이 장에서 변호사와 제조업자, 화가를 만난다. 카가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카의 소송을 알고 있고, 법원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구도 법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카에게 쓸데없는 훈계를 한다.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변호란 원래 법률상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묵인될 뿐이다. 그렇다면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변호사란 없으며, 변호사들은 모두 원칙상 불법이다.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법원 사무처를 얼쩡대다가 관리들과 연줄을 만들어 매수를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하급관리들은 판단이 미숙하여 재판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도리어 변호사들에게 의존한다. 결국 법원의 그 누구도 소송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은 좋지 않다.
카는 자신의 직장과 인간관계, 지위가 선택의 여지없이 소송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은행의 책상 위에 앉아 방문고객도 맞지 않은 채 직접 진정서를 쓰는 일에 매달리다가 실패했다. 카가 소송에 정신이 팔려있음을 알고 있는 제조업자는 카 대신 차장과 상담을 하고 가면서, 카에게 화가의 주소를 알려준다. 카는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을 뒤로 하고 당장 화가를 만나러간다. 허름한 건물의 다락방에 살고 있는 화가는 자신을 법원의 중개자라고 말한다. 또 화가 집 앞에 몰려 있는 수상한 소녀들도 법원에 속해있다고 주장한다. 카는 이상한 신뢰감을 가지고 화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화가는 자신의 아버지가 법원화가였다고 말하며, 변호사만큼이나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소설에서 법은 어디에나 등장한다. 그 법은 엄격함이나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변호사가 법원 관리들은 어린아이와 같다고 말한 것처럼, 법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미숙하고 어수선하게 묘사된다. 화가가 살고 있는 허름하고 더러운 건물과, 카를 안내하는 꼽추소녀의 불손한 행동, 먼지 쌓인 황량한 그림과 그곳의 탁한 공기까지. 이들을 대하는 카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카는 법원과 관계가 있다는 말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일상을 포기한다. 법원도 한번쯤은 자기 권리를 지킬 줄 아는 피고인에게 당해봐야 한다고 큰소리치지만, 현실은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제대로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린아이처럼 변덕스럽고, 심술궂고, 천진하다기보다는 허무맹랑한 법에 계속 이리저리 쫓겨 다닐 뿐이다.
2.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
화가는 카에게 무죄판결을 받은 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형식적으로 무죄판결을 받거나, 판결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형식적 무죄판결은 화가가 쓴 진정서에 판사들의 서명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형식적 혹은 일시적 자유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최종적인 무죄판결을 내릴 권한이 없으므로 언제든 다시 체포될 수 있다. 아니면 지속적으로 심리와 심문에 참여하면서 소송을 지연시킬 수 있다. 다소 불쾌하지만, 다시 체포될 걱정은 없다. 결국 카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유죄판결을 방해하는 동시에, 무죄판결 역시 방해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유란 어디에도 없다. 자유가 모든 구속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더욱. 자유에 대해 말하려면,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댓글목록
namu님의 댓글
namu카는 끝까지 이기적이다.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직도 도래할 그 순간까지도 이기적이다. 보르헤스는 말했다. 그래 어떤 사람이 화살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고 하자. 누구는 그 독의 성분이 뭔지, 또 누구는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의견이 분분하다. 보르헤스는 말한다. 그 화살을 당장 빼는 게 초점이라고. 그 화살은 에고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