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소송> 03-29(수) 체포~첫 심문, 후기 +1
주호
/ 2017-04-03
/ 조회 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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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후기가 늦었습니다. 카프카 팟캐스트 준비 때문이라고 하면... 돌 맞을까요?
지난 시간에는 카프카의 대표작, '소송'을 읽었습니다.
'성'은 읽는 내내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는 느낌이었죠. K는 계속 갈지 자의 행보를 보였고 그 비틀대는 발자국을 따라가는 우리도 그리 쉽고 녹녹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소송'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죄 때문에 요제프 카가 서른 살 생일 아침에 체포되어야하는지 알려주진 않지만, 사실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란 걸 읽는 동안 느낄 수 있었죠. 카프카가 남긴 일기에 보면 약혼녀와의 파혼 과정에서 겪은 심적 고통들이 '소송'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요? 전 '소송' 속 표현들이 계속 카프카의 삶과 연결이 되더라구요. 삼월 님도 계속 전기적 해석을 내놓았던 것보면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요제프 카가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 날 아침 다짜고짜 체포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체포라고 해서 수갑을 찬다거나 포승줄에 묶이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요제프 카의 태도도 체포된 사람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합니다. 다소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에요. 소송의 K가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방랑자였다면 요제프 카는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 계층이니까 그 오만한 태도도 어느 정도 수긍은 갑니다. 물론 그 오만한 태도가 언젠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읽는 내내 좀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죠.
'성'에서도 K 주변에는 많은 여자들이 등장했었죠. '소송'에서도 역시나 많은 여자들이 등장할 조짐(?)이 보입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옆방 뷔르스트너에게 찾아가 거부하는 그녀에게 거의 반 강제적으로 입맞춤을 하고 나오는 요제프 카의 모습을 보면서 설마 박력있다고 느낄 사람은 없겠죠. 이럴 땐 작품을 전기적으로 해석하고 싶지 않은데, 카프카의 다소 방탕했던 여자관계를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네요. 늦은 밤 뷔르스트너를 찾아가는 요제프 카의 모습과 그녀의 방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저는 불편하기도 했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나무 님께서는, 요제프 카가 아침에 있었던 체포 사건에 대한 불안감을 위로받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닐까 분석하시더군요. 괜찮은척 회사에 출근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를 했지만 사실 요제프 카는 몹시 불안한 상태였고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옆 방에 사는 뷔르스트너 양에게 찾아가 성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죠. 그 분석에 대해서는 반쯤은 수긍하면서도 반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카프카의 소설 속 여성들은 철저히 소품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셈일테니까요. 앞으로 요제프 카가 만나는 여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새로운 멤버들도 두분이나 들어오시고(걷는이 님, 김준민 님 반갑습니다!) 다소 부드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주부터는 다시 파이팅 넘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 두근두근 기대가 되네요.
그럼 늦은 후기는 이쯤에서 마칠게요. 이번 주 수요일에는 봄꽃이 많이 필까요?
그럼 수요일, 해방촌에서 뵐게요. 모두들, 안녕!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제가 전기적 해석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카프카처럼 여러 소설에서 캐릭터를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경우에는 작가의 글쓰기 자체를 전기적 사실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 것 같아서요.
계속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말년에 글을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읽을수록 카프카, 이 사람에 대해 뭔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안개 속에서는 또 거기서만 느껴지는 뭔가가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이번 주 반장님의 부상투혼, 빛났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세미나 진행하길래 그렇게 많이 아픈 것도 몰라서 미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