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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소송> 04-05(수) 텅 빈 법정에서~숙부 레니, 발제
김준민 / 2017-04-04 / 조회 1,272 

본문

1. 텅 빈 법정에서, 대학생, 법원 사무처

  카는 별다른 통지가 없자 전과 같은 시간에 법정으로 다시 찾아간다. 법정에 들어서자 지난 날 자신의 연설을 방해했던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법정이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후 카는 그녀가 법원 정리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이곳의 구질구질함을 강조하며 카에게 도움을 준다. 예심판사의 책을 보여주고, 판사와 연줄이 있냐는 질문에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법정에 나타나고 그는 카와의 언쟁 끝에 여자를 짊어지고 예심판사에게로 간다. 카는 그녀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끌려갔음에 실망한다. 이 후 법원 정리가 자신의 아내를 찾으며 법정에 들어선다. 그는 예심판사나 대학생이 자신의 아내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며 카에게 대학생을 두들겨 패달라고 부탁한다. 카는 사무처에 같이 가자는 정리의 말에 응하고, 여러 피고인들이 앉아있는 복도를 마주한다. 그는 그곳에서 왠지 모를 어지러움을 느끼고 몸조차 가눌 수 없게 된다. 안내 담당자와 아가씨에게 양팔을 부축 받아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온다.

 

  이 장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 혹은 권력의 소유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갖은 수모를 당하는데 당신이 유부녀일 줄 몰랐다는 카의 추궁에 이어 그녀가 카에게 호감을 표하자 그는 “이 여자도 이 주변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타락했어.”라고 말합니다. 또 그녀의 남편은 “가장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그 여편네지요.”라고 말하며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 씌웁니다. 키가 작은 대학생은 그녀를 옆구리에 끼고 납치해가고, 카는 그것을 ‘최초의 명백한 패배’라고까지 표현합니다. 법정에서의 연설이 실패한 것조차 패배라고 표현하지 않는 그에게 여자를 빼앗긴 것은 패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여성을 이용한 이런 소재들은 당시의 사회적 인식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거나 혹은 당시보다도 조금 더 과장된 표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왜 카프카의 소설에는 여성이 이렇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우린 카프카의 이런 특성을 전근대적인 산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밖에 없을까요?

 

 

2. 태형리

  카는 은행에 근무하던 중 창고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듣는다. 호기심에 문을 연 그는 감시인이었던 프란츠와 빌렘이 어떤 남자에게 매질을 당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감시인들은 카의 불평과 고발 때문에 매질을 당하고 있고, 태형리로 승진할 기회도 없어질 거라고 말한다. 그들은 감시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선처를 부탁하지만 태형리는 이들이 처벌받는 게 원칙이라며 계속 매질을 한다. 카는 사환이 나타나자 문을 닫고, 그들이 방을 열어보지 못하게 한다. 카는 감시인들을 구해주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다음날에도 그 방에 다시 가보았는데, 감시인들과 태형리가 똑같이 그대로 있었다. 그제야 그는 사환들을 시켜 창고를 치워달라고 지시한다.

 

  카는 감시인들을 구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같진 않습니다. 그 방에 들어간 순간 카는 감시인들보다 더 권력자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태형리를 발판삼아 감시인들에게 권력을 행사한 것이지요. 카의 권력은 무자비한 폭력이었습니다. 폭력으로써 카의 권력에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방법이 왜 폭력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여태껏 이 소설에서는 직접적인 신체 폭력이 표현된 적은 없었습니다. 소송을 당한 사람마저 저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반면 감시인들은 카의 불평 몇 마디에 의해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야 한다니요.

 

 

3. 숙부, 레니

  카에게 그의 숙부 카를(후에는 알베르트라고 표기)이 찾아온다. 그는 카에게 소송 사실을 말하며 왜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냐고 추궁한다. 카를과 카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 친구를 찾아간다. 변호사의 집엔 그의 시중을 드는 아가씨와 사무처장이 함께 있었다. 카를은 카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려 변호사와 사무처장을 포섭하지만 카는 아가씨와 긴 시간을 보내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숙부는 카와 여자가 일을 망쳤다며 그를 추궁한다.

 

  여기에서 권력은 나이든 고위층간에 관계에서 나옵니다. 숙부는 변호사를 만나러 간 곳에 사무처장이 있자 그의 환심을 사려 안간힘을 씁니다. 권력은 숙부에게서 나오고, 카는 그들의 관계에 낄 수 없습니다. 카는 변호사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정분이 났다는 의심을 받아 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이 전 장에선 폭력으로써 권력을 얻지만, 여기선 (숙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그맣고 더러운 계집애 때문에 권력을 잃게 된 것입니다. 바로 위의 글을 포함한 두 단락은 카프카가 말하는 부조리한 권력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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