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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공백3]김영랑 시 후기 +1
마도요 / 2017-03-18 / 조회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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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각별한 날이었습니다.

저도 박근혜 탄핵 인용 소식 기념, 세미나원들과 함께 축배를 들 와인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다들 술 없이도 기쁨에 취해 있었고,

새 멤버 '세로토닌'님까지 등장하셔서 한층 즐거운 분위기에서 세미나가 시작됐습니다.

 

발제자인 저는 김영랑의 시적 태도인 '현실 도피'를 문제제기 하고,

더 깊이 읽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첫 시를 열었습니다.

 

첫 번째 시는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였습니다.

우선 희음님께서 김영랑 시 읽기의 묘미로 'ㄹ설칙음'을 알려 주셨고, 설칙음을 적용해 다시 한 번 낭독해 주셨습니다. 과연 의미보다 발음이 더욱 도드라졌고, 희음님은 김영랑 시가 의미보다는 형식을 통해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반면 토라진님, 자연님 등은 작품에서 '시대의 공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현실이 탈락된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의견 차이가 좀 더 확장돼 논의되었습니다. 희음님은 '서정시도 시대 속에서 숨쉬는 하나의 방식이며, '슬픔이라는 보편 정서를 건드리는 작품', '표현형식 자체가 시인의 내면'이라는 의견을 강조하셨습니다. 토라진님은 확실히 김영랑의 '하늘'은 윤동주의 하늘과는 다르다는 점을 짚어내셨고, 참여 문학일 필요는 없지만 다른 시들과 달리 시대가 거의 없는 느낌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두 번째 시는 <사개틀닌 고풍의 툇마루에>였습니다.

이전 시와 달리 모두들 마음에 들어 하셨고, 특히 자연님이 시 세미나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라고 하셨습니다. 제한된 시공간에서 독특한 스케일이 있고, 밀도와 깊이도 뛰어나다는 평이었습니다. 희음님은 시인의 작품 내내 고조된 감각의 지속을 '팽창하는 발기력'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세 번째 시는 <뻘은 가슴을 훤히 벗고>였습니다.

남성 시적 화자로서 여성-되기라는 독특한 관점의 시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저는 옛날 사람인데다 남성이 이런 시를 써서 놀랍다고 했는데, 성혜님께서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이 뒤쳐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네 번째 시는 <뉘 눈결에 쏘이었소>였습니다.

자연님께서 설명해주신 시인의 삶이 잘 대입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시인은 일찍 결혼했으나 1년 만에 사별한 아픔이 있었고, 작품에 이런 비애와 슬픔의 정서를 많이 담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연상되는 시로 '모란이 피기까지는'도 낭독했습니다. 세로토닌 님은 이 시가 김영랑의 성 욕구 불만으로 써내려간 시 같다는 설명을 하셨고, 희음님은 매조키즘적인 감성도 느껴진다고 하셨습니다.

 

다섯 번째 시는 <황홀한 달빛>이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대한 해석 차가 갈렸습니다. 화자가 바다인지, 달에 대한 찬양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끝에 성혜님이 말씀하신 '혼란스러우니 깨울 수 없다'라는 해석이 가장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마지막 시는 <청명>이었습니다.

자연님이 또 한번 감탄한 시였습니다. 자연님도 어릴 적 시골에서의 비슷한 정취를 느낀 적 있지만, 김영랑의 언어를 만나고 나서야 그때 정취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는 나머지 시들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세미나 말미, 김영랑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애정결핍인 부잣집 아들, '재앙스럽소'가 고통의 최대치라는 사람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날짜가 많이 지나서 내용이 가물가물했을 텐데, 최대한 기억해내고 옮겨주었네요.
감사합니다, 마도요 님. 축배를 들자며 가져 온 와인은 그날에 딱 어울리는 풍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골라주신 시 중에서 두번째 시가 가장 좋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죠.
그 시를 나눠 읽는 동안에는 일순간 한 곳으로 뭉쳐지는 우리의 감각과 정서가 마치 눈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마도요 님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시였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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