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미래를 앞당기다 0907 후기 +6
선우
/ 2018-09-09
/ 조회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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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나는 고독했다.
세상에 깊은 의혹을 품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형벌 같았다.
많은 친구들이 떠났다.
나는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도덕에 대해 이미 충분히 간파하고 있었음에도
쇼펜하우어의 맹목적인 도덕 의지를 묵인했다.
바그너의 치유할 수 없는 낭만주의를 그저 시작일 뿐이지
끝은 아닐 거라고 나 자신을 기만했다.
더욱 불안하고 고독했다.
이국 땅, 사람들의 무관심, 질병 속에서 나는 친구가 필요했다.
나는 자유정신들을 창안해냈다.
“언젠가는 이런 자유정신들이 존재할 수 있을거야.
내일과 모레의 아들 중에서 이처럼 명랑하고 용감한 친구가 우리 유럽에 나타날거야.
내겐 아직 환영 같고 은둔자의 그림자 연극 같지만,
언젠가는 육체를 지니고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날거야.
벌써 그들이 오는 모습이, 서서히, 서서히 오는 모습이 보여.
내가 그들이 어떤 운명들 속에서 탄생하고 어떤 길로 오는 지를 통찰하여 미리 묘사한다면,
아마도 그들이 오는 시간을 앞당기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라는 책을 자유정신들에게 바친다고 말합니다.
'우울하고 용감한’ 책이라고 하는데요, 어째서 우울한지 또 어째서 용감한지 앞으로 읽어나가다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인간’이 니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도요.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니체 사상을 요약하는 해설서에 눈길을 두지 않으려고요.
형벌 같은 고독 가운데서도 친구를 만들어내며, 미래를 다만 앉아서 넋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묘사해가며 끈기있게 통찰한 그 숨막히는 순간들에, 저 또한 숨죽이며 함께 해보려고요.
명랑함 또한 잃지 않으려고요. 잃지 않게 생겼습니다. 첫 세미나 시간을 떠올려보면요.
자연 님의 빵빵 터지는 ‘어록’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왜 나는 무슨 책을 읽어도 의혹이 생기지 않는 걸까요? ^^;;;;)
‘시작’을 함께 해주신 걷는이, 자연, 달래, 그리고 웅빈 님, 고맙습니다.
니체를 함께 통과하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댓글목록
자연님의 댓글
자연
"왜 나는 책을 읽어도 깊은 의혹이 생기지 않는 걸까요?"... 이것도 의문이라면 의문인 것 같네요...ㅠㅠ
이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명랑함은 기본이라 괜찮은데, '우울하고 용감한' 태도가 문제네요....
"....
비단같은 하늘 아래
이끼와 너도밤나무에 몸을 맡기고
벗들과 소리내어 기분 좋게 웃고
.....
이 어리석은 책에
귀와 마음과 쉴 곳을!
....."
공부 하는 동안 이 책 끝말 <친구들 속에서> 란 니체의 시를
마음에 품고 가려고 합니다^.^
선우님의 댓글
선우
질문을 품고 시작해보려는 자연님께 박수!!
제가 1연만 읽고 하도 웃어서... 2연은 안 읽었었는데요.
지금 읽었습니다. "귀와 마음과 쉴 곳을!" 아, 이 구절도 좋네요.^^
몇 년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저는 이제야 자연 님을 만나는 것 같아요...
웅빈님의 댓글
웅빈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탐독하며
과연 니체가 말하는 자유정신이라는게 무엇인지,
자유정신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인지 배우고자 합니다.
회원분들 모두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
선우님, 걷는이님, 자연님, 달래님 그리고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과의
만남을 통해 있게 될 변화를 기대하며,
금요일날 뵙겠습니다 ^^
선우님의 댓글
선우
평균 연령 낮춰주신 웅빈 님께 무한 감사~~^^
뒤풀이 메뉴 선점의 기회를 드릴께요...ㅎㅎ
걷는이님의 댓글
걷는이
서문에서 니체가 말한 '벽에 드리워진 햇빛의 얼룩'은 잘 모르겠으나...
니체를 읽어보겠다며 연신 밑줄을 긋느라 생긴 우리들의 '책에 드리워진 연필의 얼룩'은 너무
잘 알지요. ㅎㅎ
인간적인 , 자유정신, 위계질서의 문제 등등... 어려운데 멈출 수가 없으니 계속 읽어 나갑니다.
내일 만납시다요~~~
선우님의 댓글
선우
ㅎㅎ 암튼 걷는이님 표 유머란~~ㅋ
파란색, 노란색, 붉은색 펜으로 행간을 돌아다니다가
가끔 아~하!! 할 때의 쾌감도 있어요.
이런건 해설서나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주는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기쁨이라. . .
어려워도 느려도, 멈추지 않고 쭈~욱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