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세미나 > 세미나자료
  • 세미나자료
  • 세미나발제문, 세미나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입니다.
세미나자료

[시의 공백3] 김경주 시인 읽기 후기 +2
정아은 / 2017-02-24 / 조회 1,969 

본문

여섯 분이 모였어요. 새로 오신 마도요님, 토라진님, 희음님, 성혜님, 저 정아은, 그리고 오라클님.

 

처음 낭독했던 시는 <기미>였지요. 황혼에 대한 안목은 내 눈의 무늬로 이야기하겠다, 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시종일관 ~하겠다, 라는 선언성 종결어미로 끝나는 독특한 시였습니다. 저는 이 독특한 어미에 이 시에 확 끌렸는데요. 희음님 말씀에 의하면 이렇게 일정한 종결어미로 끝나는 게 한물 간(?), 약간 촌스런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토라진 님은 1,2,3연은 좋았는데 4, 5연이 그리 와 닿지 않고 겉멋을 너무 부린 느낌이라고 하셨고요.

 

두 번째 낭독했던 시는 <목련>이었습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라는 문구가 무슨 뜻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갔고요. 땅에 떨어진 목련 꽃잎의 아름다움을 토로하시는 성혜님의 색다른 시각에 모두 감탄을 표하기도 했지요. 저는 이 시의 4연을 읽으면서 (다섯 번째 읽는데도 불구하고)코끝이 시큰해지며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뭔가 뜨거운 게 막 쏟아져나올 것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희음님은 이 부분을 좋아하는 저를 매우 놀라워하시는..그걸 보고 저도 놀라워하는..그런 재미있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악어도 깜짝~치과 의사도 깜짝~)

 

세 번째 시는 <바람의 연대기는 누가 다 기록하나>였습니다. 제가 김행숙 시인 하던 시간에 일부분 낭독했던 시였고, 그때 회원분들이 괜찮아 하셔서 제가 불쑥 이 시인을 하겠다고! 겁도 없이 말해버리게 만든 그런 시였지요. 먼저 읽었던 두 시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시였습니다. ‘얼음의 세계에 갇힌 수세기 전 바람을 먹는 것이라는 시구에 시인들은 역시 넘사벽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다양하고 광할한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시인들의 정신세계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시였습니다. 김경주 시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희음님이 그나마 가장 용서하시는(?) 그런 시이기도 했답니다.

 

네 번째 시는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는 시였는데요. 이 시에 대해 새로 오신 마도요님이 성적으로 해석해주셔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답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는데요. 이런 게 시의 맛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이에게, 완전히 다르게 음미될 수 있는, 읽을수록 새로워지는 희한한 글줄들. 이거 쓰면서 다시 한 번 읽어봤는데 아, 읽을수록 너무나 쓸쓸하고 고적하게 느껴지는군요. 역시 쓸쓸함만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다음으로 <먼 생>을 간단하게 읽어보기만 하고 시간관계상 세미나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읽었던 시들은 시인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 수록된, 시인의 젊은 날이 어려 있는 시들이었고요. 시인에 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오갔습니다. 그래서 앗! 이 시인을 좋아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내가 너무 뭘 몰라서...이 시인의 시구가 좋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나 고백컨대...저는 여전히, 아직도...이 시구, 잘난 체하고 감각과잉이고 마초로 의심되는 기운이 다분히 서려 있는 데다가 틈만 나면 후까시를 잡아대는 남류 시인이 방출한 이 시구에 마음이 달아오릅니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지금 읽어도 마음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 같은, <목련>4연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보며 이 엉성한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세미나 회원님들! 저를 끼워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전 시 세미나가 너무 좋습니다!!

 

 

댓글목록

희음님의 댓글

희음

바로 곁에서 이야기하듯 써 내려간 아은 님의 다정한 후기, 고맙습니다.^^

따져 보니 김경주 시인이 첫 시집을 낸 지 10년도 더 되었더라고요.
한 시절이 갔으니, 그의 시 역시도 당시에 읽었던 느낌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의 이 쓸쓸함 또한 어쩔 수가 없네요.
따끈따끈하게 첫 시집을 펼치며 설레이고 감탄하고 아파하던 그날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사이를 훑고 지나간 바람은 얼마나 차갑거나 뜨거운 것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같은 텍스트가 다르게 읽히는 일에 대하여, 그 어느 날의 슬픔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버린 지금에 대하여.

Hj님의 댓글

Hj

Gf

세미나자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