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후기(2/24) +7
선우
/ 2017-02-26
/ 조회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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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권력관계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광인, 병자, 비행자, 아동 등의 품행 인도를 분석하는 데 효과적이었던 ‘통치성’이 경제 정책이나 사회체 전체의 관리 같은 현상들을 논의할 때도 유효한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런 ‘방법’의 문제와 아울러 ‘비판의 도덕성’ 문제로 인해 생명관리정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독일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이렇게 오랫동안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푸코는 다양한 국가비판의 주제들 안에 있는 공통된 두 개의 중요한 요소를 지적합니다. 첫째로 국가는 시민사회라는 자신의 대상이자 표적인 것과 관련해 제한 없는 확대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고방식, 둘째로 국가의 형태들은 국가 특유의 하나의 역학으로부터 출발해 서로 다른 형태를 만들어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각기 ‘다른’ 국가 내에 근친관계, 발생상의 연속성, 또는 진화상의 연관관계 같은 것이 있다는 사고방식이죠.
이 두 사고방식이 국가 비판의 인플레 현상을 가져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국가들이 연속성 상에 있다면, 각 국가들에 대한 분석 또한 서로 교환될 가능성이 크게 증대하겠지요. 그만큼 분석의 특수성은 사라지고요. 둘째로 이런 비판은 분석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늘 최악의 무언가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영화관 유리를 깨뜨린 사람에게 다소 무거운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 사람들은 음, 이건 국가의 파시즘화의 징후야. 라고 해석한답니다. 마지막 인플레적 메커니즘은 ‘현재성의 소거’입니다. 국가 비판을 통해 “국가는 환상이야.”라고 최종결론 내리고 현재를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과 분석이 없는 국가비판의 인플레 현상. 푸코는 1930~1945년 사이에 행해진 독일 신자유주의 학파의 내부에서도 이런 국가 비판의 내부에 있는 공통된 그 두 가지 사고방식-국가들의 불가피한 근친관계, 제한 없는 확대력-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푸코의 생각, 논지는 무엇일까요?
푸코는 여러 다양한 국가들이 동일한 근원이나 기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복지국가나 후생국가는 전체주의 국가, 즉 나치 국가, 파시즘 국가, 스탈린주의 국가와 동일한 형태를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근원이나 기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논지입니다. 푸코가 보기엔 전체주의 국가는 국가메커니즘의 강화나 내적 확장의 특징을 갖는 국가가 아닙니다. 반대로 국가의 자율성, 국가의 특성, 국가 고유의 기능에 대한 제한, 약화, 종속화를 구성합니다. 전체주의 국가의 원리는 국가화되는 통치성이라는 17~18세기에 탄생한 것 속에서 찾아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정당의 통치성’에서 그 원리를 찾아야 합니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출현한 정당의 이 새로운 통치성이야말로 전체주의 체제, 나치즘, 파시즘, 스탈린주의의 역사적 기원에 있는 것입니다. 나치즘은 적어도 처음에는 국가를 소멸로 이끌고자 하는 가장 체계적인 시도였습니다. 국가보다는 인민을, 행정의 위계질서보다는 믿음과 복종의 총통 체제를, 국가보다는 당을 우선시 했으니까요.(5강) 그래서 푸코는 파쇼화의 절차가 국가에 속한다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파쇼화는 국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고, 오히려 국가의 쇠퇴와 해체에 관련된 것입니다.(8강)
그러나 물론 신자유주의자들은 나치즘에서 국가권력의 무제한적 증대를 끄집어냅니다.(5강)
“국가는 외관상으로만 소멸하고 있는 듯 보일 뿐이고, 새로운 국가가 필요한 이유를 부르주아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국가의 파괴로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공동체라는 주제, 총통에게 복종한다는 원칙, 정당의 존재 등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초과분, 국가권력의 강화장치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난다. 경제체제의 네 요소(보호경제 국가사회주의 계획경제 통제경제) 중 하나가 부여될 수 있다면 다른 세 가지 요소도 반드시 점차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요소들 중 각각은 준비되고 작동되기 위해서 바로 국가권력의 확장을 요구한다.”
자유주의자들의 생각, 신자유주의자들의 생각, 그리고 푸코의 생각을 잘 구분해가면서 독해를 해야할 거 같은데요, 시장과 국가, 그리고 법의 관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앞으로 남은 강의에서 좀 더 분명히 확인해보아야겠습니다. 아님, 벌써 나왔는데 제가 아직 잘 정리 안 된 것인가요?^^
지난 세미나에서 사실 제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장자상속권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한 삼월의 똑부러지는 설명이었습니다. 영국자본주의 발달의 역사를 건드리면서 말이지요. 젠트리 계급의 형성. 작위와 재산이 없어 서러웠던 둘째들에게 떨어진 교회의 재산... ㅎㅎ 푸코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래, 역사를 공부해야해!! 라는 생각이 더욱더 커집니다.
주석을 안 읽고 들어갔더니 대체 ‘부의 소득세’가 뭔가 했드랬습니다. 최저소득체계. 혼자 읽는 것 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읽는 게 훨씬 더 좋다는 걸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강점이 서로를 더 단단히 해주는 시간... 아, 어떡하나 이 넘의 주체의 해석학...^^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역시 맥락을 꿰어주는 후기를 완성해주셨군요. ㅎㅎ
저도 푸코 읽으면서 역사 공부에 대한 의욕을 더 불태우게 됩니다. 가을에는 함께 해요!
한번 슥 읽고 명쾌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세미나 시간에 부분부분 연결되는 경험도 신기합니다. 이 과정에는 모든 세미나원들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저는 신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법치국가와 복지국가 이야기도 재미 있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국가를 끊임없이 새롭게 느끼게 해 주는 푸코에 감탄하기도 하면서요.
선우님의 댓글
선우
역사! 하반기 공부 일순위 입니다.
이번에도 유택 간증 시켜가며, 우리 실험실의 부흥을 한 번 꾀해봅시다요~^^
라차님의 댓글
라차
이번 책 읽으면서 <국가>에 대한 개념이 한번 더 전복되는 중입니다.
푸코를 논지를 따라가다 보니, 거대한 고체처럼 단단하던 주체였음에 분명하던 국가가,
점점 환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무엇이었다가
이제 국가는 시장에 의해, 자본에 의해, 정치에 의해 맘껏 이용당하고 휘둘리는 쭈구리가 된 것 같습니다.
추상에서 구체성으로, 구체성에서 나씽으로 무너져가는 국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선우님 덕분에 7/8강도 무척 재밌었습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선우님의 댓글
선우
라차 님,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라차 님의 앎도 우리 세미나의
큰 축인거 아시지요? 앞으로도 마구마구 들려주시길...
유택님의 댓글
유택
후기 잘 읽었어요
<주체의 해석학>에서도 맥락 잡아주러 오겠지요
그렇게 믿으려고요 ㅎㅎ
그게 내 진실이니까!
선우님의 댓글
선우
내 비록 똑똑해졌다던 유택을 셈나 시간에는 확인 못했으나... ㅋㅋㅋ
올라오는 후기 보며 감탄하고 있는 거 알고 있죠?
역시 누구든 자기 삶의 자리에서 체득한 앎은, 그 강도가 대단한거 같아요.
푸코에 대한 애정과 비정상 줌마들과의 썰전으로 날로 발전하는 유택!!
가만 보니, 세상에나 우리 만난지 일 년 다 되었네요.
와, 함께 공부하는 재미 언제까지 이어질지...
소리님의 댓글
소리
다시 한 번 복습 할 수 있는 후기였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이번 강의에서는 절대 권력자 같았던 국가의 모습이
아라차님 말처럼 '쭈구리'가 된 그런 느낌이었죠!
푸코의 말들은 끝까지 읽어봐야 알 수 있다는...
다음 책<주체의 해석학>도 함께 읽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