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공백3] 김행숙 시읽기_발제자료
희음
/ 2017-02-10
/ 조회 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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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행숙 시인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문학이란 무엇이었는가』, 『창조와 폐허를 가로지르다』, 『마주침의 발명』, 『에로스와 아우라』 등이 있고 시집으로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에코의 초상』등이 있다. 노작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강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계간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행숙의 시 :: 시집 <이별의 능력> 신형철의 해설요약
1. 느낌의 공동체
- 시인은 ‘사랑’이라는 말을 극히 아끼는 편이지만 그것은 ‘사랑’이라는 말에 자주 실망했기 때문이지 ‘사랑’을 부정해서가 아닐 것이다. 시인에게는 사랑의 능력이 있다. 어떤 특정한 느낌의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느낌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할 수 있는 능력은 어여쁘다.
- 김행숙은 ‘세계’를 느낌의 조각들로 분해하고 ‘나’를 개별적인 느낌들의 도체로 개방하는 시인이다. 자유자재로 환상적이지만 자기도취 없이 객관적이다. 이 시학이 그녀의 시를 낯설고 매혹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간 한국시에서 통용되어온 ‘시적인 것’의 범주를 주밀하게 탐사하고 창조적으로 이탈한 결과다. 세계도 분해되고 ‘나’도 해체되는, 없는 존재가 세계를 노래하는 것. 그것은 느낌의 공동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2. 시뮬라크르의 세계
- 시는 본래 이데아의 카피의 카피이지만 이데아를 향해 깃발을 흔드는 조난자다. 계통 없는 헛것이기를 긍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데아의 전제를 전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카피의 지위조차 포기하고 한낱 시뮬라크르가 되려 하는 시들이 있다. 한없이 사소해지기를 원하는 시, 순수한 헛것들에게만 헌신하는 시. 시인의 시어는 그 무엇의 상징이 아니며, 형용사들은 실존적인 뉘앙스를 거느리지 않는다. 어떤 시공간과 결부된 특정한 느낌이 있을 뿐이고 그것은 온전히 시뮬라크르다.
- ‘예술은 있었던 경험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들뢰즈의 언명에 이렇게 충실히 부합하는 시인도 없을 것이다. (시 ‘얼굴의 몰락’ 참고)
3. 4인칭 단수의 노래
- 시 안의 그들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름 따위는 무의미하다. 매순간 그들은 모호하고 무수하고 하염없으며 희미하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말한다. 문학은 ‘나’를 운송하는 나룻배가 아니라 무수한 ‘나’들을 발명하는 기계라고. 김행숙의 시-기계는 푹죽 기계 같다. 때론 발랄하게 때론 우아하게, 그녀의 시들은 펑펑 터진다. (시 ‘한 사람 3’ 참고)
*5편의 시는 『이별의 능력』에서, 마지막 시는 『에코의 초상』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