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생명정치권력의 탄생》1,2강 후기 (2/3) +2
삼월
/ 2017-02-06
/ 조회 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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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이번 책에서 《안전, 영토, 인구》에 이어 통치술을 더 논의해보려고 한다. 여기서 통치술은 정치적 주권권력으로 행사될 때의 통치술에 한정한다. 그리고 이 통치술은 실제의 통치방식이 아니라 통치의 자기인식에 관한 것이다. 연구는 통치실천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통치실천의 개념화가 시도된 방식을 파악하려 한다. 이는 주권자, 주권, 인민, 신민, 국가, 시민사회 같은 보편개념들을 방치하는 방식이다. 푸코의 목적은 이 보편개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데 있지 않다. 이 보편개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어떻게 역사를 기술할 수 있는가에 있다.
30년전쟁(1618~1648) 이후 유럽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외부로 팽창하려는 국가이성을 제한하기 시작한다. 평화는 복수의 국가들이 비슷한 규모로 유지될 때 쉽게 이뤄진다. 이때부터 국가이성에서 정치경제학과 내치, 그리고 상비군과 외교의 정비가 중요해진다. 17~18세기부터는 국가이성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18세기에 들어오면 정치경제학이 통치이성 내부에서 통치이성을 변형시킨다. 정치경제학을 통한 통치이성의 변형은 복수의 국가를 유지하려는 국가이성의 목표와 맞아떨어진다. 정치경제학을 통해 통치술 안에 중요한 두 가지가 도입된다. 하나는 자기제어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의 문제이다.
정치경제학과 더불어 나타나는 통치의 원리는 ‘최대/최소의 원리’이고, 이에 따라 정치에 있어 일정한 진실의 체제가 성립된다. 진실 체제는 담론을 구축하는 동시에 실천유형이고, 참과 거짓을 나누어 실천에 규칙을 부여한다. 이 체제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무엇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광기, 질병, 범죄, 성의 문제가 이데올로기임을 밝히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실천을 통해 강압적으로 현실에 각인된 것들은 오류나 환영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각인을 참과 거짓의 분할에 복종하게 만드는 지식과 권력의 장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18세기의 새로운 통치술에서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정치경제학)이다. 이제 국가들의 근본적 문제는 정체政體가 아니라 통치의 간소성이다. 자유주의 통치술에서 중요한 장소는 시장이다. 16,17세기까지 사법과 정의의 공간이었던 시장은 18세기부터 진실형성의 공간과 메커니즘이 된다. 가격은 진실의 척도이다. 시장은 가격을 통해 통치실천과 관련된 진실을 말하고, 사법메커니즘에 명령을 내리며 지시한다. 푸코는 진실의 생성이나 오류를 파헤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집중해야 할 것은 오류를 진실로 인정해주는 진실진술의 체제이다. 진실이나 거짓의 역사가 아닌, 진실진술의 역사만이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통치이성의 제한이 정치경제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면, 공권력 행사와 같은 통치실천의 제한도 유용성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자유의 개념은 엄밀하게 말해 두 가지 이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인권으로부터 출발하는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피통치자의 독립에 관한 자유이다. 푸코가 제안하는 전략의 논리를 통해 두 이질적 의미들을 연결해 사유해보자. 19세기 이래로 통치이성 내부에서 자유 개념은, 공권력에 유용성의 개념을 도입한다. 통치이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근본원리들은 시장에서의 교환과 공권력에서의 유용성이다. 교환과 유용성은 이해관계라는 범주 안에 있다. 이제 통치는 사물이나 인간이 아닌 이해관계에 관심을 가진다.
결국 자유주의는 경제의 문제인 동시에 정치의 문제이다. 경제와 정치는 이미 우리의 현실에 강압적으로 각인된 무엇이며, 우리의 실천규칙들이다. 그러면 문제는 다시 자유주의로 돌아간다. 사물의 가치를 교환이 결정하는 사회에서 통치행위의 유용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그 통치의 유용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그래서 다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문제로 돌아왔다. 마르크스와 다른 방식으로 정치경제학을 사유하고, 역사를 구성해서 도달한 문제 지점이다. 진실이나 오류 자체보다, 진실이나 오류를 만들어내는 체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면서 이번 책도 열심히 푸코를 따라가 보아야겠다. 일단 떡 벌린 입부터 좀 다물고.
댓글목록
아라차님의 댓글
아라차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잡히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이해는 돼"라는 어떤 지점에 이른 듯한 느낌입니다.
이제 "보편개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데 있지 않다. 이 보편개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무엇을 통해 역사를 기술할 것인가?"의 문제가 "진실이나 오류 자체보다 진실이나 오류를 남들어내는 체제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문제와 같아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1/2강 삼월의 발제와 후기여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문장을 따라가다보니 정리가 되요^^
많이 배우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삼월님의 댓글
삼월
이런 과도한 칭찬은 저도의 안티행위인거 아시죠? ㅎㅎ
고생한 시간들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아라차님에게 여러모로 배우고 있고,
가끔 진짜 멋진 사람이란 생각도 합니다.
후후 꼭 칭찬받아 이러는 건 아님다.
이번 주 아라차님없는 세미나, 많이 허전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