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넘자] 7장 이른바 ‘본원적 축적’과 자본의 계보학_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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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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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넘어선 자본] 7장 이른바 ‘본원적 축적’과 자본의 계보학
1. 자본의 기원 신화
맑스는 잉여가치가 자본으로 변환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본을 무한소에 가까운 크기로 만들 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원래 자본을 제외한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생산한 잉여가치라고 증명한다. 자본은 노동자가 생산한 것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착취법칙’에 따라 작동하고 성장한다. 자본의 축적법칙은 과잉인구를 반복해서 생산하며, 축적법칙이 이미 그런 과잉인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정치경제학은 자본의 잉여가치를 획득하는 정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증한다. ‘시초의 자본’ 혹은 ‘본원적 자본’은 자본축적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자본 축적의 모든 것이 ‘사전에 축적’되어 있던 ‘본원적 축적’ 없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통해 자본 축적을 반증한다. ‘최초의 축적’을 스미스는 잉여가치의 변환을 통해 이루어진 축적 이전의 축적이란 점에서 ‘사전의 축적’이라 부른다. 베짱이처럼 탕진하던 게으름뱅이와 달리 개미같이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하던 사람은 ‘최조의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개미의 축적이 ‘사전의 축적’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맑스는 이러한 ‘본원적 축적이 비밀’을 “생산자와 생산수단 사이의 역사적인 분리과정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사람들에게서 모든 생산수단과 생존수단을 박탈하여 죽음과도 같은 궁핍과 고통으로 몰아간 역사였고, 그들을 길들이기 위해 모든 국가적 폭력을 동원했던 역사였으며, 그들의 삶의 기초를 이루던 모든 토지의 약탈을 통해, 또 노예무역을 비롯한 식민지의 착취 등을 통해 ‘본원적 자본을 형성했던 역사였다.
‘본원적 축적’의 계기
첫째, 생산자와 생산수단의 분리라고 요약되는 근대적 무산자의 창출
둘째, ‘산업 자본을 위한 국내 시장의 조성’
셋째, 국가장치를 이용한 ‘본원적 축적’
2. 근대적 무산자의 창출
노동력을 상품화하는 것은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된 근대적 무산자를 창출하는 과정이며 어떠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본가가 그들의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종류의 규율에 길들이는 과정이다.
1) 농민으로부터의 토지약탈
- 제1차 엔클로저 운동 (15C - 16C)
토지에 울타리를 치고 농민들을 그 밖을 쫓아내는 운동
영국의 플랑드르 지방에서 양모 매뉴팩처가 발전하면서 양모 수요가 증가하자 영국의 양모 가격이 급등한 것이 계기
“엔클로저 운동은 빈민에 대한 부자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빈민으로부터 공유지 사용권을 박탈하고 아직 망각했던 관습에 의해 빈민들이 자기네 것으로 알았던 가옥들을 허물어 버렸다......” (폴라니, 『거대한 변환』, p.53)
- 제2차 엔클로저 운동(18C)
엔클로저 운동의 주체가 부유한 향신이나 상인들이 대다수로 등장
곡물의 경작이나 목양은 물론 소고기를 위한 소 목축이 대대적으로 행해지기 시작
경작하거나 가축을 기르는 새로운 양상을 포함하고 있어서 계급적 중심 또한 변화
: 대지주들은 엔클로저 법안을 마련하는 의회에 청원하는 데 앞장섰으며, 회의에서의 결정 또한 소유토지의 면적에 비례해 투표권을 가졌다. (망투, 『산업혁명사』 (상), pp.197~198)
이전에 엔클로저 운동이 반-엔클로저 법과 싸우면서 진행되었다면, 이번에는 법을 이용해서 인민의 공유지를 지주들의 토지로 사유화하면서 진행 된 것이다.
엔클로저 운동을 통해 거대한 공유지를 포함하는 대규모 토지가 ‘지주’의 손에 ‘축적’되었다. 19세기에 리카도 등이 ‘곡물법’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릴만큼 지주들이 축적한 권력과 부가 이 시기 산업자본가들과 대결할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 공유재산 횡령
16세기의 종교개혁과 그에 따르는 교회재산의 방대한 횡령은 대대적으로 프롤레타리아를 양산했던 중요한 계기였다. 그들이 토지를 농민들이 소작하고 있었지만, 이 토지가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들에게 증여되거나, 투기적인 차지농업가와 도시 부르주아에게 팔려 넘겨지면서, 종전의 세습적 소작인들을 대량으로 축출하고 경영지를 통합해 버렸다.
또 하나 농촌주민으로부터 토지를 빼앗은 최후의 대수탈과정은 이른바 ‘사유지 청소(자유지로부터 인간의 청소)’였다. 스코틀랜드 고지의 켈트 족은 씨족으로 조직되었다. 각 씨족은 자신이 정착하는 토지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이 토지의 명목상의 소유자인 씨족 대표자는 ’명목상 소유권을 사적 소유권으로 전환시켜 씨족 구성원들을 토지에서 추방했다...... 18세기 제일인[스코틀랜드 고지인]들은 토지에서 축출되었을 뿐 아니라 국외로 이주하는 것 마저 금지되었는데, 그들을 글래스고나 기타 공장 도시들로 몰아넣기 위한 것이었다.‘
2) 유혈입법과 감금
노동력을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토지로부터 분리시키고 그들로부터 일체의 생산수단을 탈취하는 과정이었다. 노동조건들이 자본으로 집중되며 노동력 이외에는 아무것도 팔 것이 없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했으며 자발적으로 자신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만으로도 불충분했다. 자본이 요구하는 새로운 규율에 순응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노동력의 상품화가 유효하게 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 빈민법
15세기 말 - 16세기
대대적으로 발생한 부랑자와 ‘실업자’를 겨냥
16세기 이래 영국과 유럽 전역에 ‘실업자’들, 극빈자와 부랑자들이 넘쳐남
빠른 속도로 신흥 매뉴팩처에 흡수될 수 없었으며, 16세기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자본의 성장은 미미했다. 질서와 안녕을 삶의 신조로 삼는 지배층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으며 이들이 보기엔 이 부랑자들은 ‘도시로 모여들어 공공질서를 깨뜨리고 마차를 에워싸며 교회와 주택의 문 앞에서 큰 소리로 구걸하는 사회적 해충’ 이었다.
따라서 국가와 입법자들은 이들을 ‘자발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노동할 조건이 없음에도 그들이 노동하지 않는 것을 그들의 의지 문제로 간주했다. 노동능력이 없는 거지는 면허를 발급받아야 했고, 건장한 부랑자는 ‘달구지에 결박되어 매를 맞은 뒤 출생지 또는 최근 3년간 거주한 곳으로 돌아가 노동에 종사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부랑죄로 두 번 체포 되면 다시 태형에 처하고 귀를 절반 자르며, 세 번 체포되면 사형에 처한다.’
1547년 법령 (빈민법/구빈법)
‘노동하는 것을 거절하는 사람은 그를 게으름뱅이라고 고발하는 사람의 노예가 된다.’
노예가 도주해 2주일이 되면 그는 종신노예의 선고를 받으며 이마나 등에 S자의 낙인
세 번 도주하면 반역자로 사형
부랑자가 3일간 일없이 돌아다니면 출생지로 끌려와 불에 달군 쇠로 가슴에 V자의 낙인
도로작업 및 기타 작업에 사용
누구나 부랑자의 자녀를 빼앗아 도제로 남자는 24세, 여자는 20세까지 사용할 권리
- 대감금
17세기 - 18세기
실업자, 가난뱅이, 게으름뱅이, 거지, 광인, 범죄자를 잠아서 감금
17세기 초 대량 발생한 실업자를 강제 감소시킬 것을 결정
1607년 파리의 거지들은 공공장소에서 채찍질을 당하고 어깨에 낙인이 찍히며 머리털을 깎인 뒤 도시 밖으로 내쫓김
이들이 도시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성문에 경찰 배치
1657년부터 모든 형태의 구걸을 금지
17세기 유럽 전역에서 수용소 제작, 프랑스는 이 수용소를 ‘종합병원’이라 부름
목적 : ‘모든 무질서의 원천인 구절과 게으름을 막는 것‘
17세기 파리, 시민의 1/100을 ‘종합병원’에 감금
- 노동교화
감금의 목표는 가둔 사람들을 노동을 통해 교화할 수 있으리라 믿음
수용소에서는 노동에 대한 필요성을 중요하게 생각
노동은 일반화된 하나의 도덕적 힘
수용소에서의 노동은 윤리적 의미를 가짐 > 일이 없는 사람에게 의미없는 노동을 여가활동으로 강요.
수용소에서 노동이란 무엇을 생산하는 활동이 아닌 징벌과도 같은 고통을 참고 견디는 훈련
트라바유(travail, 프:노동)는 고문과 관련된 의미가 있음
- 경찰
푸코 : 감금과 노동을 연결하며 그것을 통해 ‘도덕화된 인간’, ‘도덕화된 신체’를 만들고자 하는 조치의 요체는 ‘치안/경찰’의 문제
고전주의 시대의 치안/경찰의 의미 : 노동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모든 이에게 노동을 가능한 동시에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수단들 전체
‘노동’이란 부랑이나 게으름에 반하여 외적으로 주어지는 규율과 명령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순응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자 도덕이며, 강제적으로 시행되는 훈련
- 빈곤의 힘
칼뱅 : ‘민중’, 노동자와 수공업자 대중은 오직 빈곤한 경우에만 신에게 복종한다
막스 베버 : 네덜란드인은 이 말을 ‘세속화’시켜서, 대중은 오직 빈곤에 의해서만 노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저임금의 ‘생산성’에 관한 이론이 나타난 것
18세기 말 19세기 정치경제학자 : ‘빈곤’이라는 말을 ‘기아’로 대체하며 강력한 개념을 사용
타운센드(W.Townsend) 기아의 동물학에 기초해 ‘구빈법’ 제정을 주장
> 무인도에서 사슴을 잡아먹는 맹수와 같이 살아갈 때 건강한 사슴으로 자라난다.
벤섬(J.Bentham) : 빈곤은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자연’이고, 그에 대한 육체적 제재가 기아
버크(E.Burke) : 빈민들에게 주어지는 ‘기아’에서 동정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
- 전방위 감시장치
19세기 벤섬 : 치안/경찰의 정치학적 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전방위 감시장치’를 보여줌
> 원형의 방 가운데 방보다 높은 감시탑 설치를 통해 죄수들의 행동에 항상 감시자가 보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
> ‘팬옵티콘(panopticon) : 모든 방향으로 시선이 동시에 작용하게 하는 광학적 장치
공리주의자 : ‘최소 비용에 의한 최대 다수의 행복’
>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의 유용성을 얻고자 함
> 전방위 감시장치는 공지주의자들의 유토피아를 실현시킴
> 벤섬 : 이기적 본성의 개인은 이런 감시를 통해서만 비로소 요구되는 규율에 따라 ‘선량하게’ 행동하게 된다.
>> 이러한 조치를 통해 사람들은 새로운 규율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쉽게 순응하게 됨
>> 폭력적으로 토지를 수탈당하고 추방당한 후, 법령들에 의한 채찍과 낙인과 고문을 거쳐 임금노동의 제도에 필요한 규율을 얻게 됨
3) 자본의 혈통
자본은 자기증식을 위해 투여되는 화폐이다. 노동자를 착취하여 잉여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때 화폐는 자본이 된다. 가치증식의 조건, 노동력이 상품화될 수 있는 조건이 화폐가 자본이 되는 조건이고, 자본축적이 시작되는 조건이며, 자본주의가 시작되는 조건이 된다.
‘사전의 축적’ 혹은 본원적 축적은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현실적 전제조건이다.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본가가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존재, 바로 그것이 ‘자기증식하는 자본’의 비밀이다. 이를 위해 자본증식의 전제 조건인 노동력의 상품화를 이루기 위해 생산자로부터 토지를 비롯한 생산수단을 약탈하고 그들의 생존수단을 빼앗음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자본의 명령과 자본이 제시하는 규율에 순응하는 ‘습속의 도덕’이 부가 되어야 한다.
상품이나 가치와는 무관하던 삶이, 생산이나 활동이, 이로써 가치를 생산하고 가치화되는 과정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탄생을 위해 요구되는, 화폐나 토지의 거대한 집적보다도 훨씬 더 일차적인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