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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2017_0120, 안전 영토 인구 - 후기 +3
주호 / 2017-01-23 / 조회 1,251 

본문

지난 20일은 『안전, 영토, 인구』의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몇 주간 우리는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아, '우리가' 아니라 '나만' 인가요?) 

제목은 세가지 대주제 '안전'과 '영토'와 '인구'라고 못 박고 있는데 내용은 아무리 봐도 '통치성'이었으니까요. 

 

올해 강의에 더 정확한 제목을 붙이려고 했다면 저는 "안전, 영토, 인구"라는 제목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고, 실제로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통치성'의 역사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입니다. (p.162)

그렇습니다. '통치성' 입니다. 굳이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붙이자면 '통치성의 계보학'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안전'과 '영토'라면 모르겠지만 '인구'에 대해서, 푸코는 가끔 떡밥만 던질 뿐 명쾌히 설명해 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11강에서 푸코는 통치이성(또는 국가이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통치이성은 우주론적 신학과의 단절을 의미했으며, 이 단절을 통해 '국가'가 탄생합니다. 국가란 무엇일까요? 인식가능성의 원칙으로서의 국가, 목적으로서의 국가, 또한 당위로서의 국가는 오직 국가를 유지하고 증강하는 것, 국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합니다. 우리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잘 알려지지 않은 '30년 전쟁'과 '베스트팔렌 조약'은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제국만이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형식이었다면,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사람드른 제국에 종속되기를 거부하고 국가로서 각자의 정책을 갖고 선택을 하며 국가끼리 동맹을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각각의 국가들은 서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으며 여기에서 연합의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푸코는 국가이성에 따른 새로운 통치술을 특징짓는 두가지 기술적 총체인 '외교'와 '군사'에 대해 설명하며 11강을 마무리했습니다. 또 하나의 기술적 총체인 '내치'에 대해서는 12강에서 아주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12강에서 푸코는 튀르케 드 마이에르느의 『귀족민주주의적 군주제』라는 텍스트를 빌려 내치​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것은 푸코의 말이 아니라 튀르케 드 마이에르느의 말이라는 것입니다) 내치(또는 폴리스)란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의미와 전혀 상관없이 공적 권위 아래 공동체를 지배하는 여러 행위의 총체를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내치는 유럽의 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지요. 그래서 발달한 것이 통계학. 너의 나라에 인구는 몇이지? 너의 나라 혹은 우리 나라에 이용 가능한 자원은 얼마가 있지? 하는 문제는 유럽의 평형을 유지하는 문제와 내치에 있어서 중요했습니다. 여기서 푸코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3개국의 상황을 예로 듭니다. 프랑스는 이미 너무나 '잘' 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내치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는 국토의 분열로 인해 내치보다는 외치 즉, 외교에 집중했고 반대로 독일은 30년 전쟁 이후 국토가 산산히 분열되었기에 어느 나라보다 내치를 중요시하게 됩니다. 국토의 분열이라는 동일한 사건이 이탈리아와 독일에 가지고 온 결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이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13강에서 푸코는 중농주의 경제학자들의 입을 빌려 내치를 비판합니다. 12강에서 기껏 밑줄 쫙쫙 그으며 내치에 대해 정리해놨더니 13강에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발깁니다. (푸코는 새디스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3강에서 우리의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사실 '시민사회'라는 지점이었습니다. 새로운 통치성에 관한 대항품행으로서의 '시민사회'는 푸코가 1978년 1월부터 4월까지 약 3개월의 기간동안 장광성을 풀어왔던 이유이자 결론이었습니다. 국민 자체가 시민 사회의 진리에 대한 보유자가 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국가와의 복종의 연결고리를 끊고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푸코의 결론은 우리에게 가슴찡하게 울리는 그 무엇이 되었습니다. 

 

『안전, 영토, 인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유럽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30년 전쟁'이나 '베스트팔렌조약'을 모르는 상태에서 국가의 탄생을 말하고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지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역사 덕후(나는 빼고)였기에 잘 묻어갈 수 있었습니다. 삼월 님이나 소리 님은 특히 역사 분야에 있어서는 어딘가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푸코 세미나에는 없어서는 안될 인물들...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이토록 자주, 많이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국가라는 것이 일종의 통치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국가라는 것이 통치성의 유형 중 하나일 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층적이고 다양한 절차에 입각해 차츰차츰 형성되어가고, 마찬가지로 차츰차츰 응결되어 특정 효과는 만들어내는 이 모든 권력관계, 이런 통치의 실천에 입각해 국가가 구축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p.346)

지난 30년 간, 또는 그 이상의 시간동안 우리는 국가라는 허상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국가가 있어 국민이 있는 것이다"라는 거짓말에 순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그 거짓말에서 빠져나왔느냐고 말입니다. 사실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사실 국가라는 건 없어, 라는 사실을, 진실을 당신은 (또는 나는) 아직도 부정하고 있지는 않나요? 

허울 뿐인 국가라도 있어야 날 지켜줄 방패막이 있는 거다, 라는 말. 

푸코를 공부하고 있는 지금도 나는(아니면 우리는) 여전히 국가라는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난 20일이 『안전, 영토, 인구』​의 마지막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찝찝한 뒷맛이 남았던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아 아무래도 저는 푸코 안에서 해답을 조금 더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최강한파라는 오늘, 코트 깃을 여미며 저는 또다시 푸코 속으로 들어갑니다.   

다들, 몸도 마음도 건강하세요. 

설이 지나고, 금요일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납시다.  

댓글목록

소리님의 댓글

소리

국가의 허상에서, 그 허상이 휘두르는 권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에 대해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허상으로부터의 탈출이 가능해지는 것이겠지요. 어떤 것이 진실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천천히 푸코와 함께 나아가다보면 각자의 푸코를, 각자의 진실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구정 잘 지내시고 2월에 새 세미나로 만나요.

선우님의 댓글

선우

잘 읽었습니다 주호 님.
11강~13강을 아주 간략하게 핵심을 잘 정리해주셔서
저는 횡설수설 후기로 돌렸습니다. ㅎㅎ

삼월님의 댓글

삼월

우와. 알찬 후기네요.
공부라는 게 텍스트와의 싸움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깨닫게 될 때가 있어요.
요즘 푸코 읽기가 딱 그래요.
그래서 더 못 놓는 거죠. ㅎㅎ
잘 읽었어요. 두고두고 복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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