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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공백] 2017_0120 발제, 다니카와 슌타로 +2
주호 / 2017-01-19 / 조회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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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카와 슌타로 (1931 ~ )

 

일본 시인들 중에는 한국 시인들이 시만 쓰고 먹고 살 수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도 시만 써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일본에 직업적으로 시쓰고 먹고 사는 시인이 딱 한 명 있다고 말한다. 바로 다니카와 슌타로다. 

1950년 19세의 나이로 「네로」 외 다섯 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냈다. 첫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래 거의 모든 출판물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10만 권 이상 팔린 시집을 몇 권이나 갖고 있는 시인이다. 그 이전의 시들은 태평양 전쟁과 패전으로 인한 감상적인 어법의 시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니카와 슌타로는 눈물을 일시에 제거하고 ‘깔끔한 청순함’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겼다. 

 

다니카와 슌타로가 문단에 등장했던 1952년은 피 냄새만 풍기는 살벌한 시기였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자마자 1950년 옆 나라에서 전쟁이 터져 동족끼리 피비린내가 나는 살육전이 있었다. 1952년 5월 1일에는 황궁 앞으로 진입하는 데모대에 경찰이 발포를 했던 소위 ‘피의 메이데이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과는 달리 다니카와 슌타로는 너무도 신선하고 태연하게 삶에 대한 재미, 경쾌하면서도 감각적인 언어, 가볍고도 친근한 리듬으로 시를 썼다. 노는 것 같으면서도 죽음을 넘어서고, 심각한 것 같으면서도 따스한 풍경을 그는 노래했다. 

 

그렇다고 그가 복잡한 현실 세계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정치 사회에 대한 짧은 시를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죽은 남자가 남긴 것은/아내 하나, 아이 하나/다른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묘비 하나 남기지 않았다//죽은 아이가 남긴 것은/시든 꽃 한 송이, 아이 하나/다른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옷 한 벌도 남기지 않았다(후략) 

- 「죽은 남자가 남긴 것은」의 일부 

 

 

생명력 넘치는 시인은 이 시에서 잔혹하리만치 일상적인 현실에 눈 돌리고 있다. 그는 역사를 이야기 할 때도 너무 심각하지 않고, 눈물 흘리지도 않는다. 그저 현실을 깔끔하게 담아낼 뿐이다. 그는 2004년에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유명CF의 CM 혹은 유명 가수들의 노랫말이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딩곡을 작사하기도 했으며 그림책 작가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현재까지도 그는 동화, 그림책, 산문집, 대담집, 소설집, 번역서 등 꾸준히 활동 중이며 ‘노인 홈’이라는 치매 노인들의 양로원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시를 쓰고 있다. 

 

 

하얀 개가 이 집을 지키고 있다/끊이지 않고 떨어지는 수돗물 소리가 이 집을 헹구고 있다/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이 집을 축복하고 있다/그런데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어떤 단어도 건방진 소리다//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 여든네 살이 있다/투덜투덜 계속 떠드는 여든여덟 살이 있다/노인들은 이제 인생을 묻지 않는다/다만, 거기 있는 것으로 인생에 답하고 있다/그 답이 되돌아온다/당신에게 우리들은 중요합니까 라고//연방 떠드는 여든여덟 살이/한마디도 말하지 않는 여든네 살의 가슴에 손을 내민다/허리가 직각으로 꺾여 있는 아흔세 살이/왠지 내 소년 시대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그 목소리는 쌀쌀한 소녀 목소리 같다//한 명 한 명의 인생이/한 명 한 명 신기하다/하얀 개가 이 집을 지키고 있다/알지 못하는 신이 보낸 사자처럼

-「하얀 개가 있는 집-노인 홈 요리아이에서」 전문

댓글목록

선우님의 댓글

선우

시상에, 하루에 발제를 두 개나 한 단 말이지요?? 와~~
역시 젊은 피...^^

주호님의 댓글

주호 댓글의 댓글

마감에 쫓기는 기분이 싫어서... 발제는 하루나 이틀 전까지 끝내놔야 속이 후련합니다.
잠순이가 잠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슬플 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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