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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고원 제6장 : 어떻게 기관없는 신체를 이룰 것인가? 후기 +4
반디 / 2017-01-17 / 조회 2,493 

본문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아무도 내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을 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그것을 묻고 내가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라고요.

 

아무도 내게 들뢰즈-가타리에 대해 묻지 않겠지만 나는 분명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그들에 대해 묻고 내가 그들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말 할 수 없을 겁니다.  처음이나 6주가 지난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어거지(?)로 뭔가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막막함을 걷어내려 머리속에 맴도는 단어들을 추스려 보았습니다.

 

'기관 없는 신체' 는 앞에서도 꾸준히 언급되었고 이번 장에서는 집약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기관 없는 신체는 알이다.  기관없는 신체는  강렬도 -0다. 기관 없는 신체는 욕망이다. . 등등 많은 정의가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이 기관없는 신체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묻습니다. 어머니 자궁으로 다시 들어갈 수도 없고, 팔순의 아버지를 ...ㅠ.ㅠ(뭘 써야할지 잡히는 게 없어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습니다)

 

잡설은 그만하고,

들뢰즈-가타리는 기관없는 신체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텅 빈 기관없는 신체, 그 둘은 충만한 기관 없는 신체, 그 셋은 암적인 기관없는 신체 인것 같아요. 첫부분에서 저자들은 히포콘드리아적 신체, 편집증적 신체, 분열적 신체, 약물중독된 신체, 마조히스트적 신체 등을 예로 드는데 저는 처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것이 기관없는 신체인줄 알았습니다. 그래서..혼자서 마구 궁시렁거렸어요. 머여?..내가 그동안 환자로 알고 있는 이들이 기관없는 신체라는 거여? 나 우짠데? ㅋㅋㅋ

 

뒷부분으로 가니 저자들은 이들을 텅 빈 기관없는 신체로 정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저자들의 말이 정말 매력있었습니다. 욕망을 결핍이라 보는 정신분석가들에게 '욕망하는 것을 어떻게 결핍하고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을 놓을 때, 또 마조히스트에 대한 설명에서 마조히스트의 고통은  쾌락에 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욕망과 쾌락을 잇는 사이비 결속을 해체하기 위해서 그들이 치르는 대가라고 말할 때, 아주 순간적이나마 들뢰즈-가타리를 읽는 고통기계에서 쾌락기계로 변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암적인 기관없는 신체는  정치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파시즘 같은거요. 이렇게 기관없는 신체를 종류별로 나누어 놓고 나니까 우리가 추구해야할 기관없는 신체는 어떤 것인가가 분명해지긴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을 위한 기관없는 신체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요? 

 

우리는 각자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 부분들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공유해보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주식값이 치솟을때 느끼는 유체이탈, 사정을 할 수 없는 남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역활이 전도되는 느낌, 춤을 추면서 느끼는 감각 너머의 세계,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신안에 내재된 검열기능을 꺼버리고 창작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야기 등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

 

저자들은 기관없는 신체를 이루기 위해서 신중해지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는데, '신의 심판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왠지 신중해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기도 하고,....또 막막해집니만, 욕망이 가장 충만해 지는 순간은 바로 그것이 중단되지 않을 때이니, 끊임없이 충만한 욕망을 흐르게 해야할듯 싶어요. 저는 그저 점점 저하되는 시력의 눈과, 윤활유 떨어진 머리를 극한까지 몰아가서  천의 고원을  완독하겠다는 욕망으로 충만해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상으로 거칠고 서툰 후기였습니다. 

 

 

 

 

 

 

 

 

 

 

 

 

 

 

댓글목록

선우님의 댓글

선우

"욕망을 결핍이라 보는 정신분석가들에게 '욕망하는 것을 어떻게 결핍하고 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을 놓을 때"
이 부분요, 정신분석가들에게 '욕망이 결핍이라고?', 혹은 '결핍된 것을 욕망한다고?(무슨 개소리 ㅎㅎ)'라고 바꾸면 되겠지요?

반디님의 댓글

반디 댓글의 댓글

ㅎㅎ 한마리 늑대인가 여러마리 늑대인가에서의 문장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이것도 같은 뉘앙스이긴 한데 저렇게 부정의 부정으로 말하니까 훨씬 품위있고 씨니컬해보이더라구요. ㅋ

선우님의 댓글

선우

반디 님, 지난 주는 반디 님의 '탱가즘' 경험, 설명으로 기관 없는 신체를 상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가끔이라도 그런 경험들에 노출되면 좋을 거 같은데ㅎㅎ
책 읽고, 그것도 열나 어려운 책 읽어보겠다고 낑낑대고, 살림하는 것만으로는 어째 좀 소원한 듯 싶습니다.
춤추러 다녀야 할까요??^^

반디님의 댓글

반디 댓글의 댓글

선우님 처럼 열나게 책을 읽으시면 북가즘이 오지 않습니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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