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안전, 영토, 인구 - 12강 발제 +2
주호
/ 201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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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영토, 인구』 12강
1978년 3월 29일
들어가며
푸코는 11강에서 국가이성에 따른 새로운 통치술을 특징짓는 첫 번째 기술적 총체로서 외교와 군사체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12강에서는 그는 두 번째 기술적 총체로서 내치에 대해 설명한다.
국가이성에 따른 새로운 통치술을 특징짓는 두 번째 기술적 총체 :: 내치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의미와 전혀 상관없이 폴리스, 즉 내치內治는 16세기까지 공적 권위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공동체나 단체의 형식을 의미했다. 정치적 권력이나 공적 권위 등의 것이 행사되고 있는 인간사회를 뜻했으며 공적 권위 아래 공동체를 지배하는 여러 행위의 총체 또한 폴리스라고 불렸다. 또한 적절한 통치의 결과, 실정적이고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결과 자체를 뜻하기도 했다. 그러나 17세기 들어 폴리스는 이전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적절한 국가질서를 유지하면서 국력을 증강할 수 있는 수단들의 총체를 폴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질서와 국력증강 사이의 동적이지만 안정적이고 제어가능한 관계를 확립할 수 있게 해주는 계산과 기술을 아울러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그 전까지 이것은 ‘장려함’이라고 불렸다. 장려함이란 징서의 가시적인 아름다움인 동시에 자기를 표명하고 현시하는 힘의 위광이기도 하다. 즉 폴리스는 빛나는 힘, 가시적 질서로서 국가의 장려함을 의미한다.
유럽의 균형체계와 내치 :: 통계학의 발달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상황
내치는 유럽의 평형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의 평형이 국가가 강해지는 데도 불구하고 국가 간의 평형을 유지하는 문제라면, 내치는 국가질서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도 국력을 최대화하는 문제이다. 국가 간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은 한 국가의 국력이 다른 국가의 국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각 국가는 다른 국가와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자국의 국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절한 내치를 해야 한다. 만일 한 국가가 적절한 내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말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유럽의 평형은 국가들 전체로 하여금 각국의 내치가 적절하게 행해지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며 각각에 그러한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
유럽의 평형과 내치에는 공통적인 도구가 있다. 통계학이 그것이다. 유럽의 균형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각국이 스스로의 국력을 인식해야 하며, 스스로의 국력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국력을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 국가는 자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인구, 군대, 천연자원, 생산, 통상, 통화 순환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유럽의 평형과 내치를 위한 통계학은 내치에 의해서 확립될 수 있다. 내치와 통계학은 서로를 조건화한다. 통계학이란 국가에 관한 국가의 지식이며, 그것은 자국 자체에 관한 지식이기도 한 동시에 다른 국가에 관한 지식이기도 하다.
17세기, 종교전쟁과 그 수습 기간 동안 유럽 각국의 국토가 분열되거나 통합되었다. 이때 이탈리아는 크고 작은 국가들로 분열된다. 통일 국가를 만들지 못했던 이탈리아에게 내치는 결여되어 있었고 그보다는 늘 외교의 문제가 우선이었다. 프랑스의 상황은 이와 달랐다. 프랑스는 영토의 통일, 강력한 중앙집권적 군주제, 행정이 신속하고 때 이르게 발달해 있었다. 프랑스에서 내치가 발견되는 것은 군주를 가르치는 교육자들에게서였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내치국가라는 표현은 독일의 경우에만 정확히 상응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영토의 분열이 내치를 결여시키고 외교 우선주의를 가져오는데 반해 독일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내치가 발달하는 계기로서 작용했다. 독일 내에서 벌어졌던 개신교와 가톨릭간의 30년전쟁은 베스트팔렌 조약의 체결로 끝이 난다. 베스트팔렌 조약은 정치가 종교의 영향에서 벗어나 국가 간의 세력 균형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새로운 체제를 가져왔다. 이때 독일에는 300여개의 소국들이 들어서게 되며 각국은 그들의 영토 안에서 독자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며 다른 나라와 자유롭게 동맹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의 봉건적 국가에서 벗어나 근대국가의 초석을 놓던 이 시기, 독일은 프랑스와 같은 행정관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독일은 대학으로부터 행정관들을 양성했고 국력 신장을 위해 사용해야 할 기술들을 공급받았다. 그 결과 독일 대학들에서는 유럽에서 거의 전례가 없던 내치학이라는 학문이 출현하게 된다.
튀르케 드 마이에르느의 『귀족민주주의적 군주제』 :: 4대 업무와 4대 관리
튀르케 드 마이에르느는 『귀족민주주의적 군주제』라는 텍스트에서 이상적인 내치국가에 대해 설명한다. 어떻게 내치를 행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4대 업무와 4대 관리가 필요하다. 사법을 담당하는 대법관, 군대를 담당하는 총사령관, 재정을 담당하는 재무장관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제도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치의 보수장관이다. 내치의 보수장관은 앞에 열거한 각각의 장관과 동등한 위상을 갖는다. 내치의 보수장관은 각 지방에 4개의 사무국을 관할한다.
제1사무국은 내치사무국이다. 내치사무국은 아동과 청소년 교육을 담당한다. 아동들은 왕국의 모든 기능에 대비하기 위해 글을 배워야 하며 경건함(종교)과 더불어 무기사용법(군대의 규율)도 배워야 한다. 또한 교육이 끝난 청소년들은 25세가 되면 내치사무국에 출두해 자신의 직업을 결정해야 한다. 어떤 직업도 원하지 않는다면 그는 인민의 쓰레기, 부랑자로 간주되어 처벌당한다.
제2사무국은 자선사무국이다. 자선사무국에서는 건강한 빈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노동을 강제하며 병자나 장애자에게는 수당을 지급한다. 또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등 빈곤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관여하여 미리 예방하거나 수습한다. 또한 영세장인이나 농민 등 금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줘 고리대금업자에게 당하지 않도록 한다.
제3사무국은 상인들을 관장한다. 시장의 문제, 제조의 문제, 제조방식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국에 상업을 조장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제4사무국은 영토사무국이다. 영토사무국은 영주권의 문제, 부동산의 문제, 상속의 문제, 왕의 영지와 공공영토의 문제를 담당한다.
내치사무국이 개인의 교육과 직업을 담당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 구상에서 인간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신분)가 중요했으나 새로운 국가 안에서 ‘무엇임’으로서의 인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며 ‘무엇인가를 하는’ 인간이 중요해진다. 확실한 하나의 활동을 갖고 있고 그 결과 국가의 덕 또한 완성케 하는 참된 신민, 또는 개인을 참된 신민으로 만드는 것이 내치가 갖는 근본적이고 가장 특징적인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다. 내치에서 직업이 중요한 것은, 직업이 국력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내치의 대상 :: 인간의 수, 생활필수품, 보건, 순환
구체적으로 내치는 어떤 것들을 담당해야 할까. 첫째, 내치는 인간들의 수를 담당해야 한다. 17세기에 들어와 인구 수와 영토 면적과 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존재해야 국력이 가장 확실하게 최고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진다. 물론 인간의 절대적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막처럼 넓은 지역에 백만 명의 사람이 있는 것보다 조밀한 지역에 50만 면이 있는 것이 국력에 도움이 된다. 즉, 내치는 인구의 수를 영토의 면적, 천연 자원, 부, 상업활동 등과의 관계에서 조절하는 활동인 것이다.
내치의 두 번째 대상은 생활필수품이다. 인간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므로 식량, 의복, 주거, 난방 등 일차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 생활필수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곡물이므로, 곡물은 내치의 핵심적 대상이 된다. 곡물을 포함한 생활필수품의 상품화, 순환, 식량난에 대비한 비축 등도 내치의 임무이다.
내치의 세 번째 대상은 보건이다. 보건은 인구가 제공된 식량과 생활필수품들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노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가운데 하나이다. 공중위생을 유지하는 방법과 그 대상 범위는 광범위하며, 특히 도시와 관련된 일대 정책이 필요해진다. 도시의 대기가 오염되지 않기 위해서 오염을 발생시키는 요소들(푸줏간, 도살장, 공동묘지 등)은 분산되어야 하며, 도로의 폭 또한 공기 순환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야 한다.
내치의 마지막 대상은 순환이다. 여기서 순환이란, 인간들의 활동으로부터 나온 생산물과 상품의 순환을 의미한다. 국내 및 국외로 생산물과 상품 또는 인간을 순환할 수 있게 해주는 바다, 항구, 다리, 길, 공공광장, 대로 그 외의 공공장소는 순환의 공간이며 내치의 특권적 대상이 된다. 내치가 담당하는 것은 이런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니며 국외로의 순환, 어떤 지역에서는 유랑을 억제하는 것, 숙련노동자들이 왕국을 떠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 등 순환의 영역 전체가 인구, 생활필수품, 보건에 이어 내치의 대상이 된다.
나오며
내치는 살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살게 하는 것 이상의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내치는 생활하기, 생활하는 것 이상의 것을 행하기, 공존하기, 소통하기 등 이 모든 것을 국력으로 변환하는 것을 확보해주는 기술의 총체이다. 니콜라 들라마르는 내치의 유일한 대상이 ‘인간을 자신이 평생 누릴 수 있는 복락 가운데 가장 완벽한 복락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인간들의 복락을 국가의 유용성으로 만드는 것, 인간의 행복을 국력 자체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를 넘어서서 이 안락을 산출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든 것, 그래서 개인들의 행복이 국력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치의 목표이다.
댓글목록
주호님의 댓글
주호인쇄는 제가 할 터이니, 각자 안하셔도 됩니당~
소리님의 댓글
소리짝짝짝!!! 고생하셨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