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넘자] 후기 :: 5장 잉여가치와 계급투쟁② +1
피오
/ 2017-01-06
/ 조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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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계가 등장하면서 거대한 기계와 공장으로 이뤄지던 산업은 기계를 움직이는 정보기계로 대체 되고, 공장으로 노동자들을 모으는 방식에서 공장 밖으로 노동자들 내모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대량생산을 위한 대량소비가 장려되는 윤리. 도덕적 가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소비에 따라 생산이 유연해져야 하고, 유연한 생산을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요구되었다.
기계의 자동화는 인간의 정신 노동 영역을 컴퓨터가 대신하고, 인간은 자동화 된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노동의 주체를 인간에서 기계로 바꾸었고, 노동은 기계에 포섭되게 된다. 자동화와 정보화 사회에서 기계는 인간의 소비를 부추기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에 접속한 인간들은 자신의 필요와 관계없는 소비를 요구받는다. 정보화는 네트워크와 접속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가치화하고 착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사회의 시작을 어느 시점으로 보아야 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의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기까지 나의 삶을 살펴 볼때 다양한 변화들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의 컴퓨터는 거의 모든 가정에 하나 이상씩, 더러는 거의 개인마다 한두개의 자기 컴퓨터를 소장하는 현실에 이르렀지만, (스마트폰 또한 컴퓨터 영역에 넣는다면 그 규모는 더더욱 많아 질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컴퓨터는 무척 고가품이었고, 소장하는 가정이 많지 않았었다. 1메가 겨우 넘는 용량의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들고 다니며 게임을 즐기던 시절 이었다. 고등학교 다닐무렵 하이텔과 같은 통신사에서 인터넷 상품을 제공 했었고, 당시 어얼리 어답터들은 집의 전화선을 끊고 인터넷을 사용했었다.
당시 인터넷은 지역 정보들을 이야기하는 채팅 프로그램을 제공했었다. 본인은 잘 즐기지 못했지만, 채팅으로 하는 게임도 있었던 것 같다. 20대 접어 들어 처음으로 ID라는 것을 만들었다. DAUM 사이트에서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해야 했었다. 그 무렵 나도 인터넷 세계에 빠져든 것 같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인터넷을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해외 음원들이나 뮤지션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당시는 채팅 사이트가 많아서 '번개팅'이라는 것이 유행했었고, 다양한 만남도 이루어졌었다. 군대에서는 '정보검색사'를 양성하겠다고 전역을 앞둔 이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곤 했었다.
20대를 보내며 정말 대부분을 인터넷의 바다 속에서 살아간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 포트리스 등 온갖 온라인 게임들이 등장했고,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생기고 정보들을 제공했다. 그 쏟아지는 정보 중 내가 누렸던 양은 극히 미비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의 20대는 거의 인터넷 정보 속에서 살아간 것 같다.
언젠가부터 생활을 통해 생겨나는 생각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정보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생각이다. 무언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이나, 보안 프로그램들을 설치해야하고, 간단한 정보를 얻는데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발달은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캐쉬라는 가상 화폐를 만들었고, 이를 위한 소비를 가져왔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되어 요금으로 자동적으로 결제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가상세계와 실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어떤 이들은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판타지를 이뤄가기도 한다. 정보화 사회는 한 때 나에겐 신세계의 달콤함을 맛보게 했지만, 요즘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약관이나 설치 시스템의 주의사항들을 살펴야 하는 불편을 주고있다.
5장의 발제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나의 일상을 되짚어 보게 된 것같다.
이미 정보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이지만, 그 속에서 적절한 분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산업혁명 이후, 근대사회가 가져온, 학교, 공장, 국가의 형태가 무너지고 있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정보화 사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제국의 거대한 스나미 앞에 놓인 느낌을 받는다. 문득 멜 깁슨이 감독한 영화 '아포칼립토'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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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인터넷-IT 버전의 '응답하라 1990년대'를 보는 듯합니다.
컴퓨터 보급 - 플로피 디스켓 - 천리안, 하이텔 같은 통신사 - 다음, 네이버 같은 인터넷포털의 등장 - 온라인 게임, 가상회폐.....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이제 정보기계가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되었고,
정보기계 없는 생산, 정보기계 없는 인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한편에서는 정보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여 실업과 비정규직을 만들어냈다면......
우리는 정보기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피오님, IT버전의 1990년대 풍경도 추억을 되살렸고, 문제의식도 잘 읽었어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