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넘어선 자본 6장.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적 법칙①

피 오

1. 자본의 축적

자본의 축적에 대한 연구는 ‘자본이 어떻게 잉여가치로부터 발생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M - C - M' (M' = M + ⊿M)

⊿M은 자본 교환의 목적이며 교환을 반복하게 하는 동력이다. 증식된 가치로서 잉여가치는 자본의 욕망이다. 자본가로 하여금 자본의 대행자로 행동하도록 하는 ‘힘’을 행사하며, 그리하여 노동력을 구매하여 사용하게 하고, 노동 자체를 포섭하고 장악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본의 권력이 된다.

자본의 축적이란 새로운 자본을 기존의 자본에 추가하는 것을 말하며 이전의 자본이 획득한 잉여가치에서 온다. 잉여가치를 자본으로 사용하는 것, 즉 잉여가치를 자본으로 재전환 시키는 것이다. ⊿M → M (축적)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본의 욕망 내지 권력은 축적되고 집적되어 거대한 권력구성체가 된다. 축적 개념을 통해서 자본을 포착한다는 것은 잉여가치의 집적물로서 자본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본은 그 자체로 화폐의 집적인 동시에 거대한 상품의 집적이고, 생산수단의 집적인 동시에 가변자본인 노동력의 집적이다.

이러한 자본의 축적된 권력은 직접적인 생산과정을 벗어나 모든 삶의 영역을 지배하고 그것을 자본주의적 양상으로 통합하는 권력이 된다. 자본가가 아닌 사람들도 화폐의 증식을 활동의 일반적인 공식으로 삼게 된다. 자본의 일부로 통합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며 자신의 유용성과 유능함의 증명이 된다. 자본의 능력은 자본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를 넘어, 그에 고용되고자 하는 ‘산업예비군’이나 과잉 인구,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보이는 과학자나 철학자, 예술가까지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반화된 권력을 표시한다.

사람의 축적과 자본의 축적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사람들을 보유함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생산가치의 증가가 없었다면 사람들의 축적이라는 문제는 해결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누적적인 다양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야말로 자본축적의 운동을 가속화해주는 것이다. (푸코,『감시와 처벌』, p.284)

2. 자본축적의 일반적 법칙

1) 축적과 재생산

확대재생산 : 새로운 가치증식운동을 하여 이전보다 확대된 규모로 자본을 재생산

단순재생산 : 생산된 잉여가치를 모두 소비하고 동일한 규모의 자본만 투여

자본의 욕망이 가치의 증식이라 함은, 가능한 한 좀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돈을 사용하려는 욕망임을 뜻한다. 자본의 욕망은 일차적으로 잉여가치를 다시 자본으로 재투자 하는 것이다. 훌륭한 자본가는 이러한 자본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 ‘자본가란 자본의 대행자/담지자’ : 한푼이라도 아껴서 축적하고 자본으로 재투여하는 사람

기계적 대공업이 시작된 18세기의 마지막 30년에 들어가면서 사업의 확장과 사치와 향락이 함께 가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의 낭비는 부의 과시로서 신용획득의 수단으로서, 자본가의 사업상의 필요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사치와 향락에 대한 욕망조차 축적의 욕망 안에 존재하며, 부르주아적 ‘합리주의’의 또 다른 양상을 이룬다. 축적욕과 향락욕 사이에서 자본의 축적률이 결정된다.

α:축적률 = (Sc:추가적인투하불변자본 + Sv:추가적인투하가변자본) / (S:잉여가치)

자본 규모의 증가를 표시하는 자본성장률은 기존의 투하자본(c+v)에 추가적인 투하자본(Sc+Sv)의 비율로 표시할 수 있다.

ℽ:자본성장률 = (Sc + Sv) / (c+v)

자본의 축적이 진행됨에 따라, 최초에 투여된 자본은 무한소에 가까운 크기로 줄어들고, 잉여가치에서 연원하는 자본이 실제로 가동되는 대부분의 자본을 차지하게 된다. 이를 맑스는 ‘소유의 법칙’이 ‘자본주의적 영유법칙’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소유를 대신해 착취가 지배하게 된다. 착취한 잉여가치가 자본이 되어 다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영유법칙을 통해 노동자는 자신이 잉여가치에서 더욱더 벌어지고, 더욱더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2) 자본의 유기적 구성

자본은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매하여 생산과정을 시작하고 재시작한다. 생산과정에서 노동력은 생산수단과 결합한다. 노동력과 생산수단은 자본을 구성하는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다. 이 양자의 비율을 ‘자본의 구성’이라고 부른다.

- 자본의 기술적 구성 : 소재적 측면에서 생산수단과 노동량의 비를 표시

- 자본의 가치구성 : 가치의 측면에서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비를 표시

- 자본의 유기적 구성 : 기술적 구성을 가치량으로 표시

자본의 가치구성과 자본의 기술적 구성 사이에는 긴밀한 상호관계가 있다. 이 상호관계를 자본의 가치구성이 자본의 기술적 구성에 의해 결정되고 또 기술적 구성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 그것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라고 한다.

z:자본의 구성 = c:불변자본 / v:가변자본

노동자가 다루어야 할 기계의 규모가 커지고, 다루어야 할 원료의 양이 증가하면, 자본의 가치구성 또한 증가한다. 이는 통상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수반한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기계나 원료의 개별가치가 떨어진다. 이 경우 기계의 물리적 규모는 증대했지만, 가치는 반드시 증가한다고 할 수 없다. 자본의 가치구성이 기술적 구성의 상승에 따라 상승한다면, 이때 자본의 가치구성을 맑스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 이라고 부른다.

p':이윤율 = s:잉여가치 / (C:불변자본 + v:가변자본)

= s':잉여가치율 / (1 + z:자본의 유기적 구성)

3)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적 법칙

자본의 축적은 불변자본 및 가변자본에 대한 추가적 투자를 통해 진행된다. 불변자본에 대한 새로운 투자는 생산수단의 추가적 구매로 진행되고, 가변자본에 대한 새로운 투자는 노동력의 추가적 구매로 진행된다.

유기적 구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가변자본에 비해 불변자본 비율이 더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즉 노동자에 비해 기계의 비중이 좀 더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자본 구성이 불변인 경우 자본의 축적은 임금에 투여되는 자본의 증가를 수반한다. 유기적 구성이 변하지 않은 채 축적이 이루어지는 경우, 축적되는 자본의 일부는 기변자본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 경우 ‘노동에 대한 수요와 노동자의 생활을 위한 재원은 분명히 자본에 비례해 증가’한다. 나아가 ‘자본의 축적욕이 노동력 증가를 능가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그 공급을 능가해 임금이 등귀할 수 있다’.

이때 임금률의 변동은 자본의 축적 속도에 의해 규정된다. 축적되는 자본과 임금에 추가되는 자본은 결국은 동일한 노동인구의 불불노동과 지불노동 사이의 관계에 불과하다.

자본의 축적은 일반적으로 노동생산성의 발전을 수반한다. 노동력의 양에 비해서 생산수단의 양이 증가한다. 기술적 구성의 상승은 이러한 사태를 표현한다. 기계의 규모나 비중이 커짐에 따라 노동력에 비해 기계에 투여되어야 할 돈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은 바로 이런 사태를 표현한다.

생산성이 상승하면서 유기적 구성이 상승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임금이 줄게 되고, 대신 기계와 기름 값 등에 돈이 투여되게 된다.

이런 경우 자본의 축적이 고용의 증가나 임금의 증가를 수반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고용의 감소나 임금의 삭감을 수반한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은 더욱 높은 비율로 상승하며, 고용되는 노동력의 절대적 감소를 동반할 수 있다. 좀 더 효율이 좋은 기계를 쓰고, 대신 노동자 고용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생산성의 증가는 자본의 기술적 구성과 유기적 구성을 상승시키고, 그에 따라 ‘노동인구는 그들 자신이 생산하는 자본축적에 의해 그들 자신을 상대적으로 불필요하게 만드는 수단을 점점 더 큰 규모로 생산한다.’ 자본의 축적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을 수반하고 이로 인해 노동력에 투여되는 가변자본 부분이 항상 줄어든다.

4) 과잉인구, 혹은 산업예비군

자본 축적이 만들어내는 과잉인구는 자본의 축적에 필요한 새로운 추가적 노동인구를 언제든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노동자가 필요할 때, 특히 노동 수요가 급증했을 때 노동자를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면 자본가에게 이보다 더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그러나 과잉인구가 있기에,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도 자본가는 여유를 부릴 수가 있다. 실업자나 과잉인구란 자본가에게 언제든 노동력에 대한 추가적인 수요가 되는 ‘산업예비군’과 같은 존재가 된다.

자본을 축적하면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그들을 새로 고용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과잉인구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필연적 산물인 동시에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생존조건’이 된다. 이러한 과잉인구가 노동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 임금률의 변동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이다. 자본축적의 일반적 법칙이 자본주의적 인구법칙이라고 한다면, 이 법칙이야말로 노동력 상품을 교환하는 영역에서 가치법칙이 작동하는 전제조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과잉인구의 네 가지 존재양상

- 유동적 과잉인구 : 산업부분에서 고용되었다가 해고되어 다시 고용되기를 기다리는 노동자. 자본축적의 신축에 따라 함께 신축적으로 유동하는 과잉인구.

- 잠재적 과잉인구 : 주로 농촌에 있으면서,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에 따라 도시로 나와 노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 정체적 과잉인구 : 불규칙하고 불완전한 고용, 임시 고용, 가내노동이나 날품팔이 노동과 같은 현역 노동자와 산업예비군에 속하는 하층민.

- 과잉인구의 최저 침전층 : 부랑자 극빈민, 고아, 불구자 등 고용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

맑스는 자본축적의 일반법칙을 경제학적 법칙이라기보다는 ‘인구학적’ 법칙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자본주의적 인구법칙이, 노동력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치법칙의 전제조건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의 축적은 판매할 수 없는 과잉노동력을 생산하여 노동력 상품의 가치를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종속시키며, 노동력 상품의 가치를 끊임없이 저하시킨다. 이는 자본주의적 축적이 노동력이란 상품을 비상품화하는 방식으로만 상품화하며, 노동을 탈가치화하는 방식으로만 노동을 가치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론의 공리계 내부에서 볼 때, 자본축적의 일반적 법칙은 가치론의 공리계에 외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축적의 일반법칙에 대한 맑스의 결론은 노동가치론의 공리계에 대한 또 다른 근본적 비판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