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안전,영토,인구> 1,2강 세미나 후기 (12/9) +4
삼월
/ 2016-12-11
/ 조회 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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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이번 책(강의)은 생명관리권력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강의에서 푸코는 주권권력과 규율권력을 비교해서 설명해왔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생명관리권력, 그리고 안전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규율권력을 대체하는 생명관리권력이 있고, 그 생명관리권력이 집중하는 문제가 안전이란 말인가? 문제나 결론이 이렇게 단순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물론이고 푸코의 견해도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푸코의 논의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생명관리권력은 안전장치를 통해 작동되는데, 안전과 규율은 서로 의지하고 보완하며 작동한다. 규율은 안전장치를 통해 활성화되고, 안전은 규율의 총체에 호소하는 식이다. 규율의 시대, 안전의 시대가 구분되는 것이 절대 아니며, 대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변하는 것은 각 메커니즘이 맺는 상관관계의 체계이며, 우리는 여기서 각 권력의 형태들이 사용하는 기술의 역사를 포착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앞의 강의에서보다 이번 강의에서 푸코가 주목하는 부분이 생명관리권력과 안전에 대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1,2강에서는 안전장치의 일반적 특징 중 두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 가지는 16~17세기 도시공간 정비를 예로 드는 안전공간에 대한 것이다. 이때부터 도시공간은 주권의 정치적 효율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되며, 순환과 균형, 그리고 미래를 향한 지속적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하게 되었다. 규율이 목적에 맞게 공간을 구획하고 건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안전은 이미 주어진 상태에서 작동한다. 이제 완전한 억제 대신 확률로서의 안전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안전장치의 일반적 특징 중 두 번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이다. 통치술은 사건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우연들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푸코가 그 예로 드는 것은 17~18세기의 식량난 문제이다. 프랑스 정부가 식량난을 통제하려 한 이유는 반란의 위험성 때문이지만, 식량난을 불운이나 인간의 악한 본성의 문제로 보는 이전까지의 시각은 식량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식량난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했다고 평가받는 정책은 18세기에 확립된 무역과 곡물순환의 자유 추구였다. 이 정책은 중농주의자들이 주장한 학설에 대한 정치적 실천으로도 볼 수 있지만, 푸코는 이를 안전장치라는 기술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로 본다. 영국 의회가 명예혁명 다음 해인 1689년 의회에서 곡물순환과 곡물통상의 자유를 인정한 예를 비롯하여, 여러 국가들에서 이런 정책을 식량난에 맞서기 위해 실시했다.
규율이 법이나 조절의 체계를 만들어 예방하고 규제하는 방식이라면, 안전메커니즘은 미리 예방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 대신 곡물의 흐름에 끼어드는 사건으로서의 식량난 문제에 바로 접속하여, 현실의 요소들과 관계를 맺는다. 식량난을 두려워하는 감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구라는 분석집단이 필요해지고, 인구에 대한 치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해진다. 이를 통해 인구 전체가 굶주리는 식량난은 이제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안전메커니즘이 작동되기 위한 일부의 위험으로서의 식량난은 사라지지 않고, 인구 전체를 위해 사라져서도 안 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통치합리성이고, 여기서 ‘인구’가 탄생한다. 규율이 주체로서의 개인을 만들어냈다면, 생명관리권력은 개인들의 무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무리인 인구를 절단함으로서 작동한다. 여기서 인구는 메커니즘이 특정한 효과를 내기 위한 객체인 동시에, 일정한 방식의 처분을 요구받는 주체이기도 하다. 푸코는 여기서 자본주의 발전에 이바지한 자유주의적 조치들이 겨냥한 것이 과연 경제적 문제에 불과했는가를 묻는다. 푸코는 규율적 기술을 자리 잡게 만드는 데 분명히 기여한 그 자유가 통치이데올로기이며, 나아가 권력의 테크놀로지라고 주장한다. 자유는 우리가 흔히 착각하듯 규율에서 벗어남이 아니다.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인간의 자유와 의지가 권력의 안전장치를 작동가능하게 만든다. 자유는 안전의 상관물이며, 권력테크놀로지의 변용을 증명하는 증거물이다.
푸코의 이번 강의를 접하면서 발제자로서 가장 마음이 움직였던 부분은 1강의 첫 부분이다. 푸코가 말하는 생명관리권력을 짧게 정리하면, 인간이라는 종의 생물학적 요소를 정치와 권력의 일반 전략 내부로 끌어들이는 메커니즘의 총체이다. 여기서 정치나 권력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개별 인간이나 인격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인간이다.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이고, 무리지어 있을 때조차 죽이고 살리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은 인간이다. 이렇게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통찰 앞에서, 푸코는 모든 관계 안에 내재해 있는 권력관계의 분석을 시작하자고 말한다. 그 권력관계의 분석이 투쟁과 권력의 전술을 통해 지식의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론도 현실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투쟁과 진실이 순환하고, 철학적 실천과 순환할 때만 지식은 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푸코는 정치를 하지 말라고 제안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철학이 ‘진실의 정치학’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고 못 박는다.
댓글목록
로거스의짐작님의 댓글
로거스의짐작너무 너무 읽었슴돠!! ㅋㅋ 정리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한가다규더ㅠ정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삼월님의 글이 확!! 와닿아 퉁!! 치지않네요, 몇번 더 읽어 봐야겠어요^^ 후기, 정리 감사합니다!!! "아~주, 칭찬해"
주호님의 댓글
주호저는 로거스의 짐작님 댓글이 왜 이렇게 웃길까요? 삼월님의 발제와 후기 솜씨야 익히 알고 있는 거고... '후기의 정석' (혹은 '발제의 정석')이라는 책을 한번 써보심이? 이번 1, 2강은 개괄적인 성격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1강에서 푸코가 떡밥을 잔뜩 뿌려놓기는 했는데 뒤로 가면서 그것들을 수거해갈지... 아니면 떡밥은 떡밥인 채로 끝나는 건지 한번 열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후기 잘 읽었어요. 삼월~! 또 새로 들어온 세미나원들도 반가웠고~
그럼 전 깔끔하게 내년에 뵐게요~ 연말 잘 마무리들 하시고~
P.S. 이번주 토욜 개인 사정으로 실험실 불참~
소리님의 댓글
소리고맙습니다! 후기 덕분에 더 풍요로워진 세미나ㅠㅠ 감사합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