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11/30 러시아문학편 후기 +4
훔볼트펭귄
/ 2016-12-06
/ 조회 1,829
관련링크
본문
러시아문학편 후기
막심 고리끼의 「스물여섯과 하나」 이 작품에서 나오는 스물여섯명의 사내들은 우리 대중들과 다름이 없다. 우~ 하고 몰려드는 군중심리나 그 안에서 나오는 영웅심리, 이것은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미하일 불가꼬프는 전직 의사였다. 「철로 된 목」의 스물네살 젊은 의사에게 자신을 투영하지 않았나 싶다.
예브게니 자먀찐이 1920년에 쓴 「동굴」의 주인공들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간다.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경제적으로 힘들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국가는 경제성장의 기치를 걸고 뛰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형편은 그다지 나아지질 않았다. 재벌들만이 경제 성장했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이 겨울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심지어 어린학생들까지도 우리나라를 일컬어 “헬조선”이라 부른다.
“실업률이 너무 높다, 경제성장만이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학교와 병원의 예산이 부족하다. 성장이 예산을 늘려줄 것이다. 환경보호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 이것도 해결책은 경제성장이다. 빈곤의 수렁이 너무 깊다, 성장이 빈곤층을 구제해줄 것이다. 소득분배가 불평등하다, 일단 성장하면 골고루 형편이 나아질 것이다.
이전 세대들은 누리지 못했던 것들, 그 꿈 같은 가능성들이 경제만 성장하면 다 실현될 거라는 말을 우리는 수십년 동안 들어왔다. … 이처럼 경제성장의 매력은 한도 끝도 없다.”
클라이브 해밀턴, 김홍식 역, 『성장 숭배』중에서
「시간」, 나제쥬다 떼피의 작품 속 인물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어느덧 노파가 되었지만 이들 중 한 명은 로망스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곱디곱던 얼굴에도 주름이 생기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만다. 시간의 신이 누구였던가. 크로노스 아닌가.
고대 희랍 올림포스 신전에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의 신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신상은 벌거숭이 젊은이가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있으며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어뜨려져 있지만 뒷머리와 목덜미는 민숭민숭한 모습이었다. 이 신상에 대해서 희랍의 시인 포세이디프(Poseidipp)는 이렇게 노래했다.
시간은 쉼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있고
시간은 창끝보다 날카롭기에 오른손에 칼을 잡았고
시간은 만나는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앞이마에 머리칼이 있다
그러나 시간은 지나간 후에는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가 없다.
글쓰기가 사실 좀 겁이 난다. 그럼에도 후기를 남기는 건 세미나의 소중함 때문이다. 며칠 전 어떤 강의를 듣다 꽂힌 단어가 있다. 크로노스, 싱크로나이즈. 동시에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저마다의 삶에서 빠져나와 해방촌 오거리로 간다.
우리는 싱크로나이즈의 한 팀이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칸칸이 과자가 박힌 상자처럼 다채롭고 재미있는 후기를 넋놓고 읽고 있다가,
마지막에 싱크로나이즈의 한 팀이라는 말에 갑자기 뭉클해집니다.
일주일 동안 그 짧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노력해 왔던지요.
물 위에 드러나지 않는 시간, 물 속에 잠긴 다리를 얼마나 재게 놀리고 있었던지요.
누구보다 서로가 그 시간과 노력을 알고 있을 거라는 애틋함을 새삼 다시 느낍니다.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겁'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것도, 오늘이 지나기 전 기다려왔던 후기를 올려 준 것도
모두 감사합니다.
세미나 시간에는 <동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후기에는 자세히 언급되어 있군요.
이 소설은 볼셰비키 혁명 당시 비참한 대중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공황이나 경제위기가 우리 삶을 파괴하는 것처럼 혁명도 대중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체제나 이념은 대중을 위해서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점 역시 상기하게 되네요.
세미나 시간에 느꼈던 소설의 생동감을 기억하며,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연결해봅니다.
주호님의 댓글
주호
글쓰기가 겁난다는 자기 고백 조차 겁이 났을지 모르는 훔볼트펭귄 님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하는 수요일 그 세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싱크로나이즈의 한팀이라는 말에 저 또한 뭉클해집니다.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발버둥치고 허우적대야겠습니다.
baume님의 댓글
baume
오늘 제가 결석합니다.
치통으로 치과 치료 받는데 읽고 쓰는 정신이 없습니다.
금요일 또 한차례 치료가 있기 때문에 이번주는 쉬겠습니다.
담주에 뵐께요~~~~~~
baume님의 댓글
baume
싱크로나이즈의 한팀..
팀이 있다는 것, 팀원의 한 명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살아내는 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