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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0714 <백래시> 세미나 후기
소리 / 2018-07-18 / 조회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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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래시> 책의 첫 번째 세미나 시간이 끝났습니다. 함께 읽기를 고대했던 책이었던 만큼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제 기대만큼이나 좋았던 구절도 많았던 파트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시감은 저 혼자만 느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우리 모두가 비슷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20세기 말의 미국의 상황이 물론 현재의 한국보다 제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여성친화적이었지만, 이들의 반격은 한국에서의 반격과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여성의 인권이 높아지면서 남성과 동등해질 가능성이 보일 때 취해오는 가부장제의 반격은 훨씬 악랄해졌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준에서의, 문화적 수준에서 가해지는 백색 음모들은 여성들 간의 유대를 다시 한 번 더 갈라놓고, 여성 스스로 반페미니즘적인 생각과 삶을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 또 누군가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반격을 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행동의 결과를, 그 행동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페미니즘적인 행보를 보일 수도 있고,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고 공인 받아도 반페미니즘적인 행보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팔루디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여성 해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여성 자체를 지우려는 갖가지 시도들과, 여성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빻은 목소리들 속에서 우리는 ‘여성해방’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반격이 원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가 여성으로서의 계급을 의식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차별과 배제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여성들 행동들이 여성을 옭아매는 방식으로 행동하게끔 만듭니다. 어떤 이름을 달고 있든지, 어떤 식으로 악마화가 되고, 마녀화가 되어 사냥하려고 하든간에 우리는 어떤 행동이 여성 해방에 도움이 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 중에 굉장히 흥미로웠던 비유가 있었습니다. 여성을 길들이는 방식은 강아지 훈련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강형욱 훈련사처럼 강아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 강압적으로 때리며 훈련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행동 교정의 효과는 훨씬 길고 효과적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가부장제가 여성을 길들이는 방식은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지금은 여성을 대놓고 억압하고, 모욕하고, 티나게 훈육시키려 하지만 여성들의 반발과 의식화를 통해 더 이상 이런 방식만 유지하지 못 할 것입니다. 여성으로서 맞는 행동을 하면 포상을 주고, 회유하고, 스스로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과 긴긴 인내로 여성들을 훈육할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가 그러한 백래시의 성공 사례로 보입니다. 주체적 섹시, 주체적 돌봄노동, 주체적 꾸밈, 주체적 출산 등등. 임금 격차와 가사노동의 편중화, 여성 대상 성범죄, 여성 살해, 인신 매매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여성혐오가 문화적으로 내재해 있지만 여성들은 남성과 거의 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여성의 꾸밈 노동은 사회적 압력과 무관하게 자신의 선택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미나를 하면서 제가 했던 얘기 중에 딸바보 현상에 관한 것과 군인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써볼까 합니다. 딸바보 현상, 딸 선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현상은 분명 여성의 인권이 전보다 높아졌기에 생겼지만, 여전히 여성 혐오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출가 외인이었던 과거의 여성과 달리, 현재의 여성은 직업과 경제력이 생겼습니다. 시가 보다는 당연히 자신의 핏줄에 여성들이 더 마음을 쓰는 경우가 높고, 부모가 노쇠했을 때도 돌보는 비율은 며느리와 딸이 앞도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해도 딸은 경제적, 감정적으로 부모와 가족에게 유대를 이어갈 수 있고, 나아가 딸의 돌봄 노동과 경제적 지원까지 바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자식에게 투자를 하는 것은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부모세대의 의식이 변형되어 투자 대비 산출의 부가가치가 더 높은 딸이 핫한 투자상품이 된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부모들을 서포트 해주는 것도 아들보다는 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도 합니다. 따라서 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진 것입니다.

이 딸바보 현상에서는 부모의 소유 심리도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한 아들은 하나의 인격체이자, 독립된 개인으로서 자립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반면, 딸은 성장해도 보호해야하는, 연약한, 의존적인 자식으로서의 위치가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에서의 딸바보 현상은 여성혐오의 연장선이자, 다른 형식의 변주에 불과합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여성 인권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나,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이자 자유로운 개인으로 보지 않고, 소유물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의 연장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군인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인은 1등 시민이라는 표식입니다. 어떤 나라도 조금의 반동 세력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무기를 쥐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반동 세력은 누가 될 수 있을까요? 바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계층들입니다. 이민자, 여성 등 사회와 국가가 체계적으로 차별하는 집단에게는 절대 무기를 주지 않습니다. 이들이 반란을 일으켜 국가를 전복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여전한 남성들은 군인 징집 당하고, 여성은 군대도 안 간다면서 역차별을 말하는 것은 빈약한 식민지 남성성의 발작 같은 것입니다. 군대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장교의 가족이 있다면 알 것입니다. 군대 내에서 불순하다고 취급되는 병사는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제대를 시킵니다. 그 병사 하나가 수류탄이라도 터뜨리거나 군대 내에서 반란의 여지가 있다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여성들이 국가와 남성들에 대한 분노가 높은 지금의 상태에서 여성들을 군대에 보낼 수 있을까요? 국가와 군대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의 손에 총을 쥐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과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의 사람들과 싸우며 한국을 지키고 싶어할까요? 아니면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짓밟고, 생명을 빼앗고, 범죄 카메라를 찍고 여성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 한국 남성에게 총구를 들이댈까요? 저는 후자 쪽의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가와 군대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입니다. 슬프게도 이런 이유에서 여성은 가고 싶어도 당장 징집되지도 않을 것이며, 징집할 수 있게 나라가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현 체제를 수호하고,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는 자들만이 군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군인으로서 징집될 수 있다는 것은 1등 시민의 표식이자, 권리이고 의무이기도 하기때문입니다.

 

또 우리는 핑크 텍스와 남성의 옷은 얼마나 값싸고 질 좋은지에 대해서, 그리고 옷장 꽉 찬 거지할머니와 같은 비유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여성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그나마 주는 돈은 무가치한 것들에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들고, 결국은 가난하게 만들어서 여성이 결혼 혹은 유사 결혼을 유지해야만 살아남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지요. 그 모든 것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말이 길었습니다. 앞으로 읽어갈 여성을 둘러싼 신화들, 루머들에 대해서도 기대가 큽니다. 함께 끝까지 잘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 숨겨진 백래시들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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