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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와 근대철학] 칸트의 비판 철학 :: 0720 후기
선우 / 2018-07-23 / 조회 1,365 

본문

1.

<<경험주의와 주체성>> 서문에서 들뢰즈는 “철학은 오류에 대한 비판이기보다는 불가피한 착각의 고발이다.”라고 말합니다. 들뢰즈를 읽을 때 늘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해도, 와~ 하며 감탄하고 설레는 문장들을 만납니다. 오류의 문제가 아니라, 착각이 문제고 그 착각은 불가피하다.

 

이번 책 <<칸트의 비판철학>>에서 들뢰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칸트는 사변 이성의 착각과 이성이 야기하는 그릇된 문제들을 들추어낸다. 그 그릇된 문제란 영혼(자아), 세계, 신에 관한 것이다. 칸트는 전통적인 오류 개념을 그릇된 문제의 개념과 내적 착각의 개념으로 대치한다. 그는 이 착각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심지어 이성의 본성에서 유래하는 결과라고까지 말한다.”

들뢰즈의 철학에 대한 앞 정의는 아무래도 칸트를 읽은 후 나온 것 같습니다.^^

 

2.

인간이므로 감정과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말고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vs 인간이 어떻게 정념에 휩싸이지 않아? 이성은 정념의 운동일 뿐이고 정념을 합리화하는 장치잖아.

같은 ‘인간’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 ‘자연’의 목적이니 ‘문화’의 목적이니 하는 이야기는 인간을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보는 방식인거죠. 인간은 동물과 달리, 다만 먹고 싸고 낳고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성을 가진, 사유하는 존재로 ‘문화’를 형성한다. 예전엔 동물과 인간의 차이, 구분이 익숙했었는데요. 실험실같은 공부 공간에서 들은 얘기 읽은 책에 의해 인간과 동물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중입니다. 소위 ‘인간중심주의’에 대해, 그것이 갖고 있는 폐해 이런 걸 공부하니, 그리고 그 말들에 충분히 설득당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인간에 대해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잖아’하며, 그 고상함을 강조하는 듯한 칸트를 만납니다. 아, 이건 그 시대 유럽 엘리트 남성들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네. 하고 퉁치고 가볍게 넘어가기에는 뭔가 좀 걸리는 게 있긴 있습니다. 물론 이성의 형식성을 보편의 근거로 본 것은, 너무하네... 할 수 있더라도 말입니다.

 

인간이 동물하고 뭐가 달라. 자기 먹고 사는 일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자기 생존만이 우선인 존재야. 라고 하면 인간에게 뭐 별로 기대할 게 없습니다. 그렇게 기대하지 말고 살까요? 그런데 그럼에도 여전히, 그래도 인간이니까... 하며 동물성을 ‘넘어서고’ 싶은, 넘어서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지난 세미나 후 계속 이런 생각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3.

“믿음과 욕망이 사회를 구성한다.”

칸트의 욕망에 대한 정의: 욕망이란 그 자신의 표상을 통해서 표상들의 대상들을 실재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능력이다.

성서 히브리서에 있는 믿음에 대한 정의: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비슷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 인간.

경험 가운데 주어진 것을 ‘넘어서는’ 인간.

무언가를 욕망하며 믿는 인간. 욕망과 믿음의 내용들을 실재하게 하고 싶어하는 인간.

 

나는 무엇을 욕망하며 믿고 넘어서기를 바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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