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정신의학의 권력> 9/9 후기 +2
삼월
/ 2016-09-13
/ 조회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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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영국의 미친 왕 조지 3세와 그를 잡아 가두고 묶어서 얌전하게 만드는 시종들의 관계를 보면서, 그 안에서 권력의 두 가지 유형을 함께 발견합니다. 미친 왕의 격노는 군주가 주체가 되는 주권권력입니다. 이 관계는 상징과 폭력, 위협, 약탈 등으로 유지됩니다. 반면에 왕을 규제하는 시종들의 권력은 익명과 침묵을 통한 규율권력입니다. 규율권력은 진실과 관계없이 존재하면서, 주권권력을 점차 대체합니다.
규율권력은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수도원 같은 곳에서 시작되어, 17 ~ 18세기 고전주의 시대를 거쳐 19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흐르면 주권권력을 대신하여 거대하고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됩니다. 군대와 경찰, 도제식 교육, 작업장과 학교에서 이 규율권력이 작동해왔고, 지금까지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규율권력이 활용하는 것은 끊임없는 감시와 문서기록을 통한 정보의 축적입니다. 감시는 규율을 습관화하게 만들고, 문서기록은 도식화와 권력의 중앙 집중화를 이룹니다.
규율체계 내의 이동은 정해진 기준이나 선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체계들의 연결은 유기적이며, 코드화와 도식화를 통해 다른 장치로의 이행도 순조롭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 성적은 사회의 위계로 연결되고, 군대의 위계는 사회 체계로 원활하게 흡수됩니다. 위계는 각 체계로 잘 흡수되고 반복되지만, 규율권력 안에는 여백이 존재합니다. 규율은 필연적으로 규율 밖의 존재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규율체계의 권력은 익명의 권력이며, 탈개인화되고 탈신체화된 권력입니다. 벤담의 <판옵티콘> 모델이 그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규율권력 내에서 상층부의 개별성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말단에서는 강력한 개별화 경향이 나타납니다. 권력은 중앙집중화되고, 권력의 대상은 예속된 신체를 가진 개인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가 개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권력을 신체에 고정시키는 메커니즘의 작용에 의해 나타난 결과일 뿐입니다. 여기에 철학적이고 법률적인 추상적 개인의 관념이 규율대상인 신체와 결합하여, 신체와 정신을 가진 개인이라는 환상을 확고하게 만듭니다.
푸코가 규율권력의 사회체계 안에서 여전히 주권권력의 형태로 남아있는 제도로 눈여겨보는 대상은 가정입니다. 가정은 개인을 학교와 군대와 작업장 등 규율권력의 장치 안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가정은 핵가족화를 통해 응축된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규율체계 내에서 강력한 주권권력의 소단위가 되었습니다. 규율은 가정의 소단위화를 돕는 동시에 가정의 기능을 대체하려고 합니다. 가정을 규율적으로 대체하는 조직화 내에서 심리학적인 것의 기능이 출현합니다. 이 심리학적인 것은 가정의 기능을 대체하려고 함으로서 가정이 가졌던 힘을 대체하려고 합니다. 심리학이 가정의 기능을 통해 제도와 개인의 신체, 나아가 담론으로서 규율장치를 관리하게 되는 힘까지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 어딘지 모르게 공부나 활자에 지쳤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지난 한 주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코앞에 닥친 발제를 하느라 푸코의 강연록을 읽다보니, 새삼 다시 푸코의 통찰에 빠져들게 됩니다. 낯익은 듯, 익숙하지만은 않은 분석과 통찰로 다시 권력과 주체라는 문제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됩니다. 저녁 시간이라는 여유로움과 이제는 친숙해진 멤버들이 주는 아늑함도 거기에 한 몫 하고 있겠지요? 여러 가지로 저는 즐거웠습니다.
댓글목록
라차님의 댓글
라차
오 역시 깔끔한 정리네요^^
지난 주 세미나를 기점으로...
그동안 공부하지 않았음이 개탄스러울 정도로 느낀 게 많았습니다.
막스도 안 읽은 인생이었음도 절감했구요.
땅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들게 만드는 국가에 사니까요..
모두 그나마 안전한 연휴들 되시길 바래요.
유택님의 댓글
유택세미나 시간에 항상 푸코를 읽다보면 맑스의 것들과 비교하게 되는데요. 삼월이가 항상 잘 정리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직 이것도 저것도 잘 파악이 안되고 있지만 가늘고 길게 공부하려고요. ㅎㅎㅎ 세미나원들 대부분이 여성분들이라 추석 연휴 여러모로 바쁘시겠어요. <나꿍꼬또 기싱꿍꼬또>로 신속하게 사랑받고 여러모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추석 연휴 되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