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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강독] 9월 20일 <양생주> 첫 시간. 포정해우
기픈옹달 / 2016-09-20 / 조회 2,209 

본문

오늘은 <양생주> 부분의 앞 경구와 포정해우의 고사를 읽었습니다.

 

강독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吾生也有涯,而知也无涯。以有涯隨无涯,殆已;已而為知者,殆而已矣。為善无近名,為惡无近刑。緣督以為經,可以保身,可以全生,可以養親,可以盡年。庖丁為文惠君解牛,手之所觸,肩之所倚,足之所履,膝之所踦,砉然嚮然,奏刀騞然,莫不中音。合於《桑林》之舞,乃中《經首》之會。文惠君曰:「譆!善哉!技蓋至此乎?」庖丁釋刀對曰:「臣之所好者道也,進乎技矣。始臣之解牛之時,所見无非牛者。三年之後,未嘗見全牛也。方今之時,臣以神遇,而不以目視,官知止而神欲行。依乎天理,批大郤,導大窾,因其固然。技經肯綮之未嘗,而況大軱乎!良庖歲更刀,割也;族庖月更刀,折也。今臣之刀十九年矣,所解數千牛矣,而刀刃若新發於硎。彼節者有間,而刀刃者无厚,以无厚入有間,恢恢乎其於遊刃必有餘地矣,是以十九年而刀刃若新發於硎。雖然,每至於族,吾見其難為,怵然為戒,視為止,行為遲。動刀甚微,謋然已解,如土委地。提刀而立,為之四顧,為之躊躇滿志,善刀而藏之。」文惠君曰:「善哉!吾聞庖丁之言,得養生焉。」 

 

다음 시간에는 포정해우의 고사에 대한 곽상의 주석을 읽고 나머지 부분을 읽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대로 10월 첫째 주, 10월 4일에는 간단히 산책을 가지요. 넓은 공원에 맑은 공기를 마시면 참 좋겠어요.

 

세미나 시간에 말씀드린 <장자를 읽다>에서 발췌한 관련 부분을 발췌하여 나눕니다. 동명의 책이 여럿 있는데요 제가 참고한 것은 왕보, 김갑수 역 바다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어요. 지금은 절판되었습니다. 구하기 힘들어 아쉽지만... 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0^

 

 

130쪽:

 

팽조등은 사람을 자연으로 생각한 것인데, 이런 사고 속에서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존재나 사회의 존재에 대해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그들이 처리해야 할 문제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달생>에서 말한 단표와 비슷하다. 그러나 장자는 이와는 다르다. 장자의 문제는 인간 세상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그의 생각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 세상을 떠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의 양생의 문제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자기와 타인 및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복잡하게 뒤엉킨 가시밭투성이의 환경 속에서 몸을 보존할 수 있는 안전한 땅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이 ‘몸을 보존할 수 있는 땅’이란 사실 실제의 물리적 공간, 예를 들면 산속이나 조정과 같은 곳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차라리 그것을 일종의 생존의 태도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생명과 외적 대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등은 양생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인데, 이것이 바로 생명의 중심이 되는 것을 기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생의 뼈대는 결코 양형養形이 아니라 양심養心, 즉 일종의 삶의 태도를 배양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생주>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140쪽: 

 

이 우화의 우의는 매우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우화가 우화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아마도 해석자가 ‘소를 잡는’ 것에 대해 분석하기를 즐겼기 때문일 것이다. 문혜군의 ‘나는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의 방법을 얻었다’라는 말은 화룡점정의 마무리로서 이 우화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것은 해석 과정에서 지나친 자의성을 방지하고 사고를 양생의 범위 안으로 제한한다.

 

소를 잡는 일에는 세 가지 유형적인 요소가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요리사, 소, 그리고 요리사가 소를 잡을 때 사용하는 도구인 칼 등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형적인 요소도 있다. 그것은 요리사의 기술, 경험 및 이해 등을 포함한다. 이 세 가지의 유형적인 요소 가운데서 장자는 칼의 운명에 대해 확실히 더 큰 관심을 가졌다. 똑같은 칼이라도 다른 요리사의 손에 들어가면 다른 방식으로 소를 잡기 때문에 칼들은 곧 다른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142쪽:

 

이처럼 포정이 자유자재로 소를 잡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문혜군이 품었던 의문이었고, 독자들의 의문이기도 하며, 저 훌륭한 요리사와 보통의 요리사들의 의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만약 소를 잡는 실제적인 과정을 ‘손으로 잡기手解’라고 부른다면 ‘손으로 잡기’ 이전에 포정은 이미 먼저 ‘눈으로 잡았고目解’ ‘눈으로 잡기’ 이전에는 ‘마음으로 잡았으며心解’ ‘신으로 잡았다神解’ 

 

… 이른바 ‘감관과 지각이 멈추고 신의 작용이 시작된다’는 것이 표현하려고 한 것은 일종의 신을 얻어 손이 그에 반응하는 상태인 것이다. 이때 외물에 의존하는 동시에 대상(物)과 나(我)를 구분하기도 하는 감관이 이미 퇴장해 버리고 그 자리를 대상과 나를 하나로 관통할 수 있는 신기神氣가 대신한다. 요리사와 소가 혼연일체가 되고, 이 때문에 소를 잡는 것 역시 완전히 외재적 활동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일인 동시에 예술적 표현인 것이다.

 

144쪽:

 

내가 그 천뢰 소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기로 들으면 그렇지 않다. 이때 나는 비워진다. 나의 비움은 물론 몸 혹은 생명의 소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무하유無何有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내가 사라짐에 따라 대상과 나의 경계 역시 사라지고 세계는 총체적인 하나로 소통한다. 바로 포정이 소를 잡는 것과 같이 이 과정에서 포정과 칼과 소는 이미 하나로 융합되어 버렸다.

 

… 요리사와 칼과 소가 양생이라는 주제 아래서 각각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그것들은 각각 사람, 생명, 그리고 사회를 대표한다. 

 

145쪽:

 

소 잡는 우화를 통해 장자가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한 것은 이것이다. 우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만 우리가 그 속에 몸을 둘 수 있고, 또 상해를 입지 않을 수 있으며, 나아가 유유자적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소는 물론 엄청나게 크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 가운데서 방대한 이 사회를 표현하는 데 소만큼 적합한 동물이 없다. 경험이 없는 요리사에게 있어서 소의 방대함은 처음 그것을 대할 때 요리사를 어쩔 줄 모르게 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줄 모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우리는 그것의 결, 골절, 가죽 등이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하고, 포정이 말한 눈에 소 한 마리 전체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정도에까지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에 대한 모든 것이 마음속에 훤하게 드러나게 되어 칼을 움직일 때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될 것이다. 사회를 대할 때는 어떤가? 우리는 당연히 이와 같이 해야 한다. 그 속으로 들어가려면 그것에 대해 반드시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그것을 훤하게 꿰뚫어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의 갈라진 틈을 발견하여 그 속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을 것이다. 

 

149쪽: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도살은 사람들에게 도살 그 자체를 잊게 하고 완전히 예술적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까지 한다. 그는 아마도 세상은 마치 거대한 도살장과 같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도끼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실제로는 휘두르는 도축용 도끼로부터 몸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150쪽:

 

살아남아야 할 사회에 맞닥뜨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서 그대로 두고 맡겨 버려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는 갈라진 틈을 찾아 그 속으로 기어들고 좁은 틈 속에서 생존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장자는 매우 강한 운명론자였고 또 운명을 편안히 받아들일 것(安命)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운명 속에서 능동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파악한 사람이기도 하다. 운명론은 하나의 기조를 이룰 뿐이지 절대 전부가 아니다. 운명 외에 사람들이 자기의 유한한 지식과 기술을 뽐내는 무대가 있다. 이런 뽐내기에서 생명 속의 자유의 한 측면이 전개 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포정의 손 안에서 넉넉하게 날을 놀리는 칼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포정이 소를 잡은 뒤 느긋하고 만족스러워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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