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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모비 딕> 8/10 발제문 (79 ~ 89장)
삼월 / 2016-08-08 / 조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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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인간, 놓친 고래와 잡힌 고래 (<모비 딕>제79장 ~ 제89장)

    

 

제79장 대초원

인상학적으로 보면 향유고래는 변칙적 동물이다. 향유고래에게는 코가 없고, 이 사실은 고래의 위엄을 더해준다. 향유고래의 이마와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얼굴이 없다. 이것은 고래의 ‘신성’과 무서운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향유고래의 천재성은 피라미드 같은 침묵으로 드러난다. 고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향유고래의 이마에 새겨진 바빌로니아의 문자들을 한번 읽어보시라.

 

제80장 머리 (원서에서는 사람 머리를 뜻하는 ‘호두’)

골상학적으로 보면 고래의 뇌는 기하학적 원이다. 고래머리 표면에서 6m나 들어간 곳에 한 줌밖에 안 되는 고래 뇌가 경뇌유 저장고에 둘러싸인 채 있다. 살아있을 때의 고래 머리는 골상학적으로 완전한 속임수다. 거대한 존재가 다 그렇듯이 고래도 세상을 기만하고 있다. 향유고래의 뇌는 몸에 비해 놀랄 만큼 작지만 척수는 몸에 비해 놀랄 만큼 크다. 척추골 위에는 향유고래의 거대한 혹이 부풀어있는데, 이 혹이야말로 향유고래의 단호함과 불굴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기관이다.

 

제81장 ‘피쿼드’호가 ‘융프라우’호를 만나다

바다에서 만난 ‘융프라우’호가 ‘피쿼드’호에 기름을 얻으러 온다. 기름을 얻어 돌아가던 ‘융프라우’호의 보트가 본선에 닿기 전 향유고래 떼를 나타나고 두 배 모두 고래 떼를 추격한다. 표적은 뒤쳐져있는 늙고 병든 고래이다. 전력을 다한 ‘피쿼드’호 선원들이 ‘융프라우’호 보트를 앞질러 고래를 공격하고, 고래는 죽는다. ‘융프라우’호 선원들은 ‘피쿼드’호의 보트들을 막고 먼저 고래를 공격하려고 하다 물에 빠지게 된다.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늙고 병든 고래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죽은 고래의 몸에서는 부식된 작살과 돌로 만든 창끝이 발견되는 등 예사롭지 않은 흔적이 있다. 그러나 고래가 불가항력의 힘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으므로 선원들은 고래를 매단 쇠사슬을 잘라버린다.

고래가 가라앉고 얼마 후 ‘융프라우’호가 다시 고래 추격을 시작했다. 그들이 쫓는 것은 향유고래의 물줄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잡을 수 없는 긴수염고래였다. 세상에는 향유고래와 닮아 우리가 목표와 착각하기 쉬운 긴수염고래도 많고, ‘융프라우’호의 선장 데리크처럼 배은망덕하고 어리석은 자들도 많다며, 이슈메일은 탄식한다.

 

제82장 포경업의 명예와 영광

최초의 고래잡이는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였다.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출하고 잡은 짐승은 용이 아닌 고래였다. 고래에게 먹혔던 헤라클레스도 고래잡이로 보아야 한다. 페르세우스와 성 조지, 헤라클레스, 요나, 그리고 힌두교의 최고신 비슈누는 모두 포경업의 영광을 대변하는 고래잡이들이었다.

 

제83장 역사적으로 고찰한 요나

성서 속 요나의 이야기를 믿지 않거나, 과장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일은 어리석고 불경스러운 자만심과 성직자에 대한 혐오스러운 반항심을 보여줄 뿐이다. 오히려 터키의 이교도들은 요나의 이야기를 믿으며, 터키의 사원에는 기름 없이 타는 등잔이 있다.

 

제84장 창 던지기

퀴퀘그가 보트바닥에 열심히 기름칠을 한 날 정오에 고래 떼를 발견했다. 보트가 고래를 쫓아 고래에게 창을 꽂았다. 명랑하고 신중한 동시에 냉정하고 차분한 스터브는 창 던지기에도 뛰어나다. 스터브의 창은 재빠르게 날아가 고래의 급소를 찌르고, 고래는 이제 물보라 대신 붉은 피를 내뿜는다. 뿜어져 나오는 고래 피를 포도주에 비유하며 승리에 취해 창을 던지던 스터브는 고물에 서서 팔짱을 끼고 묵묵히 고래의 죽음을 지켜본다.

 

제85장 분수

고래가 뿌리는 물줄기가 물인지, 수증기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래는 아가미 대신 허파를 갖고 있어 공기를 들이마셔야 하지만, 인간만큼 자주는 아니다. 고래의 물 뿜기가 정기적인 것으로 보아 이것은 호흡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고래잡이들이 수면으로 올라온 고래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의 생리적 요구 때문이다. 고래의 분수공이 호흡만을 위한 것이라면 고래는 후각도 없고, 소리도 내지 못한다.

고래가 내뿜는 물줄기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그 물줄기로 인한 수증기를 쐬었다가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그 물줄기가 안개라고 보면 그것은 육중하고 심오한 사람들이 깊은 사색에 잠겨 있을 때 머리에서 올라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증기 같은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고래의 머리 위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고래는 말을 하지 못하므로) 명상이 낳은 증기가 덮여 있는 것이다. 현명한 고래처럼 인간에게도 의심과 직관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진다면, 신자도 불신자도 되지 않고 양쪽을 공평하게 바라볼 수 있다.

 

제86장 꼬리

꼬리는 고래의 힘이 응집되어 있는 곳이다. 이 놀라운 힘은 우아한 유연성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유연한 움직임은 놀라운 힘에서 가장 섬뜩한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진정한 힘은 결코 아름다움이나 조화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고래는 고래들끼리 싸울 때 머리를 이용하지만, 사람을 공격할 때는 경멸하듯 주로 꼬리를 이용한다. 이슈메일은 고래 꼬리의 움직임을 알아들을 수 없어 안타까워한다. 이슈메일에게 그것은 자신이 고래를 모르고, 영원히 모를 것이라는 사실의 근거가 된다. 고래가 아무리 자신에 대해 알려주려 한다 해도 무엇보다 고래에게는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이 없다.

 

제87장 무적함대

항해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향하는 순다해협으로 접어들었다. 말레이 해적선이 나타나 사납게 공물을 요구하는 곳이다. ‘피쿼드’호는 모비 딕이 출현할 거라 믿는 곳으로 곧장 가고 있으므로 육지에는 들를 계획이 없다. 해협을 지날 때 향유고래의 대함대를 만나 뒤쫓기 시작하고, 뒤에서는 해적이 쫓아온다. 에이해브는 해적과 고래 떼 사이에서 치명적인 종말로 나아가는 자신의 길이 격려 받고 있다고 느꼈으리라. 그 두 가지 격려로 인해 더 빨리 해협을 빠져나온 ‘피쿼드’호는 보트를 내려 고래 떼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멈춘 고래 무리가 겁을 먹고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퀴퀘그가 바깥쪽에 있던 고래에게 작살을 던지자, 고래는 보트를 매단 채 고래 무리의 중앙으로 달아난다. 고래 무리의 중앙은 평온하고 고요했다. 그것은 모든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숨어 있다는 매혹의 고요였다. 투명한 바다 속으로는 작고 온순한 암컷과 새끼들이 보였다. 전쟁터와 같은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서 즐기는 고요와 부드러움은 작살에 맞아 날뛰는 고래 한 마리로 인해 깨져버렸다. 물속의 고래 신부방과 육아실도 사라졌고, 고래 무리 전체가 가운데로 몰려들자 스타벅과 퀴퀘그는 바삐 움직여 아슬아슬한 탈출을 감행했다. 이 와중에 퀴퀘그의 모자가 희생되었고, 이 날의 사건은 포경업계의 명언인 ‘고래가 많을수록 수확은 적다’를 증명해주었다.

 

제88장 학교와 교장

스무 마리에서 쉰 마리 정도의 작은 고래 무리를 학교(school은 ‘어군’이라는 뜻도 있음)라고 부른다. 학교에는 암컷 무리와 젊과 힘센 수컷 무리가 있다. 암컷 무리에는 젊은 수컷이 한 마리 끼어 암컷들을 돕는다. 이 수컷은 암컷들의 사랑을 받으며 방탕하게 살다가 나이가 들면 우울과 권태 속에서 혼자 지내고 싶어 하며 훈계를 일삼는 노인이 된다. 이 수컷을 학교의 우두머리, 즉 교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향유고래 중 외톨이고래는 거의 이 교장이라 불리는 늙은 수컷이다.

젊은 수컷들의 학교는 젊은 대학생들처럼 무모하고 난폭하다. 더 나이가 들면 이들은 흩어져 암컷 무리 속에 끼어들어 살아가게 된다. 암컷들과 수컷들 무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료가 잡혔을 때 드러난다. 수컷들은 재빨리 동료들을 버리고 달아나지만, 암컷들은 걱정스러운 몸짓으로 주위를 오래 배회하다가 자신까지 잡히기도 한다.

 

제89장 잡힌 고래와 놓친 고래

어떤 배의 공격을 받고 도망친 고래가 다른 배에 잡히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이럴 때의 분쟁을 대비해 미국 어부들의 독자적 법규에는 간결한 두 개의 조항이 있다.

1. 잡힌 고래는 잡은 자의 것이다.

2. 놓친 고래는 먼저 잡는 자가 임자다.

문제는 잡힌 고래가 무엇이며, 놓친 고래는 무엇이냐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소유가 법의 절반’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소유가 법의 전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잡힌 고래’와 ‘놓친 고래’에 관한 두 원칙이야말로 인간 세상 모든 법체계의 근본이다. 모든 소유와 침략행위, 도둑질의 성공은 ‘잡힌 고래’가 되고,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 종교적 믿음과 지구 자체는 ‘놓친 고래’가 되어버린다. 이슈메일은 우리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대도 역시 지구 안의 인간으로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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