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미나] 모비딕 51장~63장 발제 +2
희음
/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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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제51장~제63장)
- 2016.7.20. 문희정
제51장 유령의 물줄기
몇 날 몇 주가 지나 피쿼드 호가 네 개의 해역을 통과해 세인트헬레나 섬 남쪽의 캐럴 어장을 지나던 고요한 달밤, 페달라는 하나의 은빛 침묵과 같은 물줄기를 발견했다. 저기 고래가 물을 뿜는다, 말하는 그의 외침소리가 너무 인상적이고 열광적인 흥분을 불러 일으켜 사람들은 공포 대신 쾌감을 느꼈다.
그 물줄기는 사라졌다가 며칠 뒤에 다시 보였지만 또 한 번 사라지고 말았다. 영원히 선원들을 유혹할 것 같은 그 물줄기에 대해 모비 딕이라 단정 짓는 이들이 꽤 있었다.
배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자 희망봉 일대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어둠과 혼돈의 바다 위에 우리는 떠 있었고 물줄기 또한 이따금 모습을 나타내곤 했다. 선원들은 불길함과 공포에 휩싸였다. 색칠한 밀랍인형처럼 피쿼드 호를 침묵으로 채웠다.
그 사이, 선실에서 에이해브의 모습을 본 스터벅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눈을 감은 채로도 눈꺼풀 뒤편 에이해브의 눈동자는 목표물(타각표시기)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제52장 ‘알바트로스’ 호
망망대해 위에서 포경선이 마주치면 서로의 배에 방문하는 관례가 알바트로스 호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배가 온갖 불길한 예감과 폐색으로 감싸여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파도는 표백 기술자라도 되는 듯, 그 배는 암초에 걸린 바다코끼리의 해골처럼 하얗게 표백되어 있었다. 이 유령 같은 배의 옆면에는 빨갛게 녹슨 줄무늬가 길게 그어져 있었고, 돛대의 활대나 밧줄은 모두 서리가 덮인 굵은 나뭇가지 같았다.(302)
-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그 머나먼 신비를 찾아서, 또는 언젠가 한 번은 모든 인간의 가슴 앞에서 헤엄칠 그 악마 같은 환상을 힘들게 추적하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돈다 해도, 우리는 결국 황량한 미로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도중에 가라앉고 말 것이다.(303)
제53장 사교 방문
포경선이 사교적인 이유는, 같은 대상을 추적하면서 온갖 고난과 위험을 함께 나눈 데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유대감 때문이다.
사교 방문이란, 두 척 이상의 포경선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교적 교류. 한 쪽 배엔 각각의 일등항해사 둘, 다른 쪽 배엔 각각의 선장 둘이 잠시 머물게 된다.
제54장 ‘타운호’ 호 이야기
타운호 호의 백인 셋이 공유하던 비밀을 그 중 하나가 타슈테고에게 비밀지령처럼 알려주었는데 그가 그걸 잠꼬대로 하는 바람에 우리 배의 몇몇이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리마의 황금여인숙에서 두 친구에게 말하던 때의 방식으로 서술한다.
항해사 래드니는 구멍 난 배에서 물을 빼기 위해 펌프질하던 스틸킬트에게 고함을 지르고 갑판 바닥을 쓸게 하고 삽으로 돼지 오물을 치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합리한 명령이었기에 스틸킬트는 그에 불복한다. 래드니는 그에게 도끼를 휘두르고 스틸킬트는 래드니의 턱뼈를 날린다. 그로 인해 스틸킬트는 한 차례의 감금을 당하고 운하인인 선원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상황이 정리되었을 때에도 스틸킬트는 보복의 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비 딕이 출현했고 그는 래드니와 한 보트를 타고 나간다. 거기서 사건은 벌어진다. 래드니가 창을 들고 뱃머리로 뛰쳐나갔을 때 보트는 암초에 부딪힌 것처럼 옆으로 누웠고 래드니는 바다에 빠지게 된다. 모비 딕이 래드니를 물고 솟구치는 것을 본 스틸킬트는 밧줄을 잘라 버렸다. 잠시 뒤 드러난 모비 딕의 이 사이에는 래드니의 붉은 털옷 조각만 끼어 있었다.
- 교회당이 던지는 긴 그림자 아래, 바람이 미치지 않는 교회당의 아늑한 그늘에서 그들을 보게 될 거야.(317)
제55장 터무니없는 고래 그림들
잘못된 그림의 주된 근원은 인도와 이집트, 그리스의 옛날 조각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 엘레판타 섬의 석굴 사원의 고래는 사람과 고래가 반씩 섞인 모습인데, 고래부분은
꼬리만 있고, 그마저도 사실과 다르다. 그리고 위대한 기독교 화가 구이도의 괴상한 고래 그림, 호가스의 그림, 스코트랜드 시 벌드의 [서설]에 나오는 고래, 성서와 기도서의 요나의 고래 출판업자의 고래 등이 있다.
옛날 서적의 장식무늬에선 고래의 물기둥이 강조되어 있고, 영국 해군 함장 콜넷 대령이 쓴 책의 향유고래의 축소도에는 고래 눈이 너무 크게 그려져 있어 마치 창문 같기도 하다. 골드스미스의 동화책 [동물지]에는 고래를 다리 잘린 암퇘지처럼 그려놓았다.
가장 으뜸가는 실수는 1836년에 고래 연구서를 펴낸 퀴비에가 그린 향유고래인데 그는 그것을 찌그러지고 뭉크러진 무언가처럼 그렸을 뿐이다.
사람들이 발견한 고래는 해안에 좌초한 고래뿐이라서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고래 뼈를 가지고도 고래를 상상해내기는 힘들다.
고래의 형상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윤곽만이라도 파악하려면 포경선을 타고 고래를 잡으러 나가는 방법뿐이다.
제56장 가장 오류가 적은 고래 그림과 정확한 고래잡이 장면 그림들
빌 책의 향유고래 그림, 스코스비 책의 참고래 그림은 아주 좋지만 인쇄 상태가 좋지 않다.
프랑스, 가르느레의 대형판화 두 점이 가장 좋은데 첫 번째 판화는 향유고래가 심해에서 보트에 구멍을 내고 부서진 널빤지 조각을 등에 얹은 채 공중으로 솟구치는 장면을 표현했다. 두 번째는 참고래가 이끼 낀 바위처럼 검은 몸뚱이로 달아나는 걸 포경 보트가 쫓는 장면을 묘사했다.
- 고래가 내뿜는 물줄기는 수직으로 올라가고 검댕처럼 새까맣다. 굴뚝 속에 그렇게 연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그 밑의 커다란 창자에서는 멋진 저녁 요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여러분은 생각할 것이다.(339)
H. 뒤랑의 판화 두 점도 좋다. 한 점은 태평양 섬들의 고요한 대낮 풍경을 그린 것으로 해안 가까이 프랑스 포경선 한 척이 한가롭게 물을 보급받고 있는 장면. 또 한 점은 참고래와 나란히 달리는 배와 수면과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보트 한 척이 있고 본선에서는 고래를 끓이는 연기가 나는 것을 그린 것.
제57장 그림, 이빨, 나무, 철판, 돌, 산, 별 등에 나타난 고래들
런던 부두 타워힐 쪽에는 자신이 고래에게 다리를 잃는 그림을 들고 구걸하는 절름발이 거지가 있다. 그림 안의 고래는 훌륭해 보이지만, 그는 눈을 내리깐 채 슬픈 듯 서 있을 뿐이다.
태평양 전역과 낸터컷 등에서 고래잡이들이 직접 새긴 그림이 있는 세공품들을 볼 수 있다. 시골집의 노커 자리에는 놋쇠 고래가 대신 매달려 있고, 교회의 첨탑 위에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철판 고래가 있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우연히 고래의 형상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산악지방에서 산등성이가 만들어내는 윤곽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별이 빛나는 하늘에서도 거대한 고래와 그 고래를 뒤쫓는 보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58장 보리새우
크로제 제도에서 보리새우가 우글거리는 거대한 바다목장을 만난다. 그것은 참고래의 좋은 먹이다.
- 그 괴물들은 풀을 베는 듯한 기묘한 소리를 내면서 누런 바다 위에 낫질한 자취를 남기며 헤엄쳐 간다. 푸른색의 그 자취는 끝없이 이어진다.(345)
- 바다의 음흉함을 생각해보라. 가장 무서운 생물은 물속 깊이 들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남빛 아래 숨어 있다.(347)
- 섬뜩할 만큼 무서운 이 바다가 푸른 초목이 무성한 육지를 둘러싸고 있듯이, 인간의 영혼 속에는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 찬 외딴 섬 타히티가 있고, 더구나 그 섬은 절반밖에 알려지지 않은 삶의 공포에 둘러싸여 있다.(347)
제59장 오징어
피쿼드 호가 보리새우 목장을 지나 자바 섬을 향해 달릴 때, 다구의 눈에 정체 모를 유령이 보였다. 커다란 흰색 덩어리였다. 길이와 너비가 200미터쯤 되는 흐늘흐늘한 그것은 크림색으로 빛났고, 방사상으로 뻗은 긴 팔은 아나콘다의 둥지처럼 뒤틀리고 꼬여 있었다. 형체도 없이 우연처럼 사는 망령 같았다. 그것은 대왕오징어였다. 선원들은 그것이 향유고래의 유일한 먹이라 믿고 있었다.
제60장 포경 밧줄
포경 밧줄로는 대마 대신 더 부드럽고 탄력 있는 마닐라 삼이 주로 쓰인다. 그 굵기는 겨우 1.5센티미터이나 51가닥의 꼬임실이 50킬로그램의 무게를 버틴다. 밧줄 전체는 3톤을 견디는 셈이다. 그 길이는 3.6미터가 넘고, 보트의 고물 통 쪽에 나선형으로 감아놓게 된다.
포경의 순간에 밧줄은 복잡하게 말리고 뒤틀리고 모든 방향으로 꿈틀꿈틀 기면서 보트 전체를 뒤덮으므로 무척이나 위험하다. 그러나 그때보다, 포경 밧줄이 풀려 나가기 전, 노잡이들 주위를 조용히 굽이치고 있는 우아한 평안이 그들에게 더욱 공포스럽다.
- 인간은 누구나 포경 밧줄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모든 인간은 목에 밧줄을 두른 채 태어났다. 하지만 인간들이 조용하고 포착하기 힘들지만 늘 존재하는 삶의 위험들을 깨닫는 것은 삶이 갑자기 죽음으로 급선회할 때뿐이다.(354)
제61장 스터브, 고래를 죽이다.
잔잔하고 무더운 바다 위에서 거의 모두가 졸고 있을 때 향유고래가 나타났다. 평온하게 헤엄치는 고래는 추격을 눈치 채자 머리 쳐들기를 하면서 물살을 갈랐다. 스터브가 작살을 던지자 밧줄이 빠르게 감기며 뜨거워졌다. 무섭게 흔들리는 보트 안에서 연거푸 창을 던진 끝에 향유고래는 피를 토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들의 것이 되었다.
- 기울어진 해가 바다에 생긴 이 진홍빛 못을 비추며, 못에 비친 자신의 영상을 모든 선원들의 얼굴에 되돌려 보냈다. ~ 그러는 동안에도 고래의 분수공에서는 끊임없이 하얀 연기 같은 물보라가 고통스럽게 뿜어져 나왔고, 흥분한 보트장의 입에서는 담배연기가 맹렬히 뿜어져 나왔다.(359)
- “죽었어요! 스터브.” 다구가 말했다. “그래. 파이프도 둘 다 불이 꺼졌어.” 대답하면서 스터브는 자기 입에서 파이프를 떼어 담뱃재를 수면에 털었다. 그러고는 자기가 해치운 거대한 시체를 생각에 잠긴 눈으로 바라보며 잠깐 서 있었다.(360)
제62장 작살 던지기
작살잡이가 작살잡이 노라 불리는 맨 앞의 노를 젓게 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활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작살잡이는 이미 지쳐 있기 때문이다. 작살잡이는 빈둥빈둥 놀다가 중요한 순간에만 최대치의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제63장 W형 작살받이
작살 두 개를 걸어놓기 위해 작살받이가 필요하다. 그 두 개의 작살은 하나의 밧줄에 간격을 두고 매달려 있다. 연달아 같은 고래에게 던져서 처음의 작살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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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님의 댓글
삼월
불길한 평화와 격정, 그리고 장엄한 죽음이 함께 했던 이번 시간 <모비 딕>.
거기다 중간중간 설명까지 더해져 매 장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통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있다고는 믿기가 어렵지요.
희음 님은 발제문 속의 문장도 아름답지만, 자기 시선으로 텍스트를 읽어내려는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
옆에 앉아있으면 그 열정의 온도에 저도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 때문에 서로 다른 마음, 생각, 온도, 목소리들이 섞여들어가는 세미나의 매력에 대해서도 다시 느끼게 되고요.
무엇보다 함께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음님의 댓글
희음
문장 얘기 나와서 이상한 문장 두 개 바로 고쳤다는.^^;;
제가 삼월 님께 정말 많이 배워요.
함께한다는 건, 함께 공부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이렇게 다른 서로의 말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도 들을 수가 있구나, 하고요.
삼월 님의 계란말이와 쫀득쫀득한 잡곡밥을 먹고난 뒤부터
함께 공부하고 싶단 생각 줄곧 했었는데, 이제서야 그 꿈을 실현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함께 모비딕을 읽는 우리 토라진 님, 자연 님, 걷는이 님, 에스텔 님의
각기 다른 매력들, 조금씩 다른 독법과 화법과 시선과 웃음소리를
알아보는 시간이 참 좋아요. 소박하고 나지막한 아름다움의 시간이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