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대적 고찰Ⅰ] 1, 2, 3 후기 +1
하파타
/ 2016-07-15
/ 조회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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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니체를 만났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사이비 교양(교양의 속물들)을 향하여 칼을 겨누었습니다.
볼품없는 사람이 거울 앞에 서서 수탉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찬탄의 눈길을 주고받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니체는 마치 그와 같은 모습의 사이비 교양과 그에 눈먼 사람들을 보는 것이 도저히 민망해서 견딜 수 없었고, 그래서 칼을 빼들어 그 실체를 까발렸습니다.
그런데, 민망함만이 니체가 칼을 빼든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칼을 빼든 진정한 이유. 그것은 그가 큰 승리로부터의 더 심각한 패배의 냄새를 맡은 것이었습니다. 분명 큰 승리는 크나큰 위험입니다. 승리를 쟁취하는 것보다 승리로부터 더 심각한 패배가 발생하지 않도록 승리를 견뎌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것이니까요. 니체는 그 위험의 냄새를 맡았고, 눈먼 자들을 향하여 어서 눈을 뜨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눈멀게 하고 저 스스로도 눈멀어 있는 사이비 교양을 향하여 칼을 겨누었습니다.
지나간 위대한 영웅들을 모욕적으로 존경하여 한낱 박제로 만들어버린,
그리하여 더 이상 그들의 뒤를 쫓는 진정한 탐구를 불가능하게 한,
비겁한 약자의 안락함으로 사람들을 홀린,
모든 것이 그대로여야 한다며 아무런 창조의 힘도 없는 탐구만을 허락한,
그런 사이비 교양을 말입니다.
그러고서 니체는 본보기로 사이비 교양의 전형적 인물인 다비드 슈트라우스를 사정없이 베기 시작하는데요. 니체의 칼에 자비는 없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슈트라우스는 벌써 너덜너덜해졌네요. 괜히 옆에 있다 칼 맞지 않게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요.
368쪽에 달하는 따분한 후기를 써볼까 하다가 괜히 니체한테 칼 맞을까봐 후기는 이 정도로 끝낼게요.
다들 세미나 때 뵈요.
댓글목록
청안님의 댓글
청안386쪽에 달하는 후기를 썼으면 저한테 먼저 칼 맞았을 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