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백] 오픈세미나 후기 +5
반디
/ 2016-10-24
/ 조회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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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공백 세미나 12주의 일정을 마치고 결산의 의미로 오픈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원고를 취합하고 주제를 분류하고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매 일정을 기꺼이 수고해주신 오라클께 감사드립니다.
케테르님과 무긍님께서 점심으로 카레와 반찬들을 컬러풀하게 준비해 주셨고, 손이 빠른 토라진님 곁에서 투덜거리며 반디가 거들어 화려한 식탁과 디저트도 준비되었습니다. 남자 분들이 식사를 담당했는데 주부 코스프레를 할 줄 알았더니 전업주부가 부끄러울 만큼 유연한 몸놀림으로 화려한 밥상을 마련해주셨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도 여러분 참석해 주셨고 다른 세미나 회원들께서도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저희세미나를 함께 진행하다가 그만두셨던 분들께서 오픈세미나에 참석해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아쉽게도 화려한 밥 사진이 없습니다.
세미나는 예정된 2시, 정시에 시작되었습니다. 1부 주제는 <너머와 바깥의 詩人論>으로 세분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1. <이상李箱과 이상理想, 그 이상以上>/토라진
2. 이해의 바깥에서 – 이수명/한지원
3. 황인찬 시에 나타나는 시선의 특이성/황산
세분 모두 각자의 주제를 자신의 관점에서 성심껏 전개해주셨습니다. 제한된 시간을 지켜주셔서 세미나는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1부를 마친 후 참석하신 분들의 질문과 응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늘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세미나에 한 번도 참석하지는 못하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시와 후기들을 지켜봐 오셨다는 ‘주호’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요. ‘주호’님께서는 시인의 시세계를 다룬 토라진님이나 황산님의 글도 좋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시에 대한 솔직한 불편함을 토로해주신 한지원님의 글을 눈여겨보아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들으셨을 뿐일텐데 발표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글들과의 내용비교까지, 놀라운 집중력과 판단력을 가지신 분이라 여겨졌습니다. 제 능력 밖의 질문을 받으면 어쩌나 좀 긴장도 되었답니다.
2부에서는 <존재와 호흡과 오독의 詩論>이라는 주제로 역시 세분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시는 어떻게 존재를 말하나/류재숙
백석 시의 문체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진의/문희정
번역시 읽기의 한계와 희망/김민서
류재숙님은 진은영의 시와 이수명의 시 한편씩을 예로 들어 존재와 존재자 그리고 그것을 말하는 시인의 시적 방법을 철학적으로 분석해주셨습니다. 문희정님께서는 백석의 <국수>와 <여우난골족>을 통해 백석이 시를 이끌어가는 방식과 그 진의를 분석해주셨고, 마지막으로 김민서는 시공백 세미나 1에서 다루었던 외국 시인 네 명의 번역시에 대한 소회를 얘기했습니다.
1부와 마찬가지로 발표를 모두 마치고 참석하신 분들의 질문을 받았는데요. 류재숙님의 발표에 대한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시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시인이 의도한 시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르게 읽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반드시 시인의 의도대로 읽어야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다른 참석자분들의 조심스런 질문이 답변을 대신 하기도 했습니다. 백석 시는 발음도 쉽지 않은 평안도 방언에다가 어디서 끊어 읽어야할지 읽기도 쉽지 않은 긴 나열의 시를 다루었지만 그것을 들으신 분들은 이참에 백석을 맘 잡고 읽어봐야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시의 형식이 중요시 되는 번역시들을 읽을 때 그 형식을 살려서 번역해 낼 수는 없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그런 능력이 없는 제가 드릴 수 답변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단 번역을 하게 되면 원전이 의도한 형식과 운율 같은 것은 대부분 사라지는 것 같다는 것이죠. 우리가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에서 푸가라는 형식을 살펴보았지만 이것은 번역자의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참석해주신 분들께서 모두 한마디씩 언급해주셨습니다.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곳 연구실에서 처음 치르는 행사였는데 재미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이런 시간을 함께 한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오라클님의 댓글
오라클
오픈세미나는 [시의 공백 속으로] 시즌1이 마감되는, 그것에 마침표를 찍는 사건이었지요.
무엇보다 자료집에 실린 모든 글들이 진솔하고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보다 마지막까지 세미나에 참석했던 모든 회원들이 발표에 참석했다는 것이 더 뿌듯했지요.
우리가 하나의 리듬을 만들고, 세미나 전체가 그리고 구성원 각자가 성장했던 사건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의 공백 속으로] 시즌1 :: 오픈세미나가, 말이지요^_^
반디님의 댓글
반디세미나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찬 분들이어서 더 알찬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주신 오라클님의 힘도 컸구요. 서로에게 힘이되는 세미나로 시즌 2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선우님의 댓글
선우
무슨 학회 참석한 거 같았잖아요. 다들 왜 이렇게 잘하시는 거예요?
밥도 잘 먹고, 간식도 잘 먹고, 시도 잘 먹었습니다.~~^^
반디님의 댓글
반디선우님께 먹을 걸 너무 많이 드렸군요. ㅎㅎ 하지만 머 몸이 아니라 영혼이 살찌는 시간이었다고 믿사옵니다. 꼼꼼한 텍스트 읽기를 못들어서 섭섭했었는데 참석해주셔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희음님의 댓글
희음
오픈세미나 준비 과정과 실전과 감상이 고루 잘 녹아있는 후기, 감사드립니다.
오라클 님 말씀대로 세미나원 모두가 발표에 가담하면서 서로에게 힘을 보태는 과정이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밥과 간식 준비해 주신 선생님들께, 그리고 자료집 만드느라 고생하신
오라클 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표지 글자체가 깨졌다고 속상해하시는 오라클 님 보면서 마음이 어찌나 아리던지...^^
이렇게나 멋진 여려분과 세미나를 계속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