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백-오픈세미나] 발표문 +3
희음
/ 2016-09-28
/ 조회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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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진의>라는 제목으로 발표문 올립니다.
제가 시작 테이프 끊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올리는데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여러분 의견 들은 뒤에, 수정해야지요.^^
<<백석 시의 문체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진의>>
발표자: 문희정
시 공백 세미나에서 우리가 살펴본 백석의 시는 <수라>, <국수>, <바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까지, 총 6편이었다. 바퀴벌레를 세 번 쓸어버리는 행위를 통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한 우리 안의 연민과 슬픔과 정서를 환기하고, 나아가 그것에게 우리네 생을 이입하게까지 하는 <수라>. 우리가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이루지 못하고 끝내 이르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에 대해, 그 불가능성과 비애의 정서를 백석 만의 빛나는 감각적 어휘로 형상화하고 있는 <바다>. 사랑하는 여인, 그 여인을 닮은 흰 당나귀, 그리고 외로이 방 안에 앉아 그 둘을 그리워하고 있는 화자(흰-백석)가 검은 밤 위에 겹쳐져 있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 시는 1차적으로 아릿하고 찬란한 사랑의 언어로 점철돼 있는 것으로 보이나,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시인의 자기위로와 자기연민이 더욱 짙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정서는 <흰 바람벽이 있어>와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에서 더욱 심화되고 구체화된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인으로서의 삶, 그 삶의 고독과 곤혹을 지탱해 내려는 화자의 숭고한 의지는 두 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다른’ 목소리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난다. 그 목소리는 어떠한 외부에도 기대고 의존할 여지가 없어진 화자가 내는 그 내부의 목소리이자, 그 자신이 스스로 고귀하고자 하는 의지의 목소리이기도 할 테니까. 즉 시 안에서 뜬금없이 봉기된 것처럼 보이는 ‘다른’ 목소리는, 현실의 누추한 삶과 대비되는 자기 존재의 고귀함을 상기하고 되새기는 행위로써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읽은 6편 중 5편에 대한 복기이자 감상이다. 1편이 빠졌다. <국수>라는 시다. 그것은 그 시간, 보조 자료로 제공했던 <여우난골족>과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앞 단락에서 이야기한 마지막 시 두 편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것이 바로 시 안에서의 ‘다른’ 목소리의 출현이었다. 그 목소리 안에 든 내용적 의미보다는 그것의 출현 자체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즉 다른 목소리가 난데없이 ‘왜’ 끼어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형식적 고찰을 통해, 그것이 이 시들에 기여하는 바와, 그것을 통해 이 시가 어떤 정서적 의의를 획득하는지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때로는 하나의 문학적 작품 안에서 그것의 형식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형식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모습을 드러내고야 마는 어떤 진의가 그것의 내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 백석의 <국수>와 <여우난골족>을 통해서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국수를 낭송해 보자.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서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자타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짚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故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어떠한가. 눈 쌓인 어느 겨울날 흰 김을 피워 올리며 끓고 있는 국수가 생각나는가. 그 국수 주변으로 모여드는 가족, 이웃, 오래 만나지 못했던 모든 그리운 이들이 생각나는가. 잔 소름이 돋을 만큼 따뜻한가, 아득하고도 가까운 누군가의 부드러운 살갗이 떠오르는가. 그렇다. 백석은 이렇게, 국수를 삶고 국수를 나눠 먹는 풍경을 빌어, 국수 주위로 모여드는 종횡의 인간사(史 혹은 事), 또는 그것의 환기, 그리고 그것의 환기로 인해 휩싸이게 되는 정서를 시 <국수>의 온몸에 담아 그 온몸으로 현현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댓글목록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오 ~~ 좋아요 ^^ 저는 넘 바빠서 내일 오후에나 되어야 올릴 수 있을 듯 해요 ^^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최고의 수확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자유의 공간을 희음님이 만들어주신듯 ~~ 굿입니다.
희음님의 댓글
희음
앗 어쩌죠, 케테르 님. 이게 제가 쓴 거 1/3 밖에 안 되는 분량입니다. 너무 초반에 잘렸어요.ㅋㅋㅋㅋ
실험실에 저녁하러 왔다가 원본 파일 담아온 거 첨부했습니다.^^
케테르님의 댓글
케테르큭 저도 원고 초안은 대충 습작했는데 이거 5배는 되던데요 어쩌죠? 넘 기나 짧나 재봐야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