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스님의 《산스끄리뜨 금강경》 강사인터뷰 :: 인도문화, 인도철학을 향한 힌트
우리실험실
/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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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끄리뜨 금강경 :: 강사인터뷰 - 현진스님] 인도문화, 인도철학을 향한 힌트
빠일리어와 산스끄리뜨어
본디 부처님의 설법은 계급과 인종을 떠나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당시의 민중어인 빠알리어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중이 쓰는 하찮은 언어라는 이유로 불교경전이 당대 지식인 계층으로부터 외면받자 새로운 불교운동이 일어납니다. 빠알리어 대신 귀족의 언어인 산스끄리뜨어로 씌여진 불교경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금강경을 포함한 많은 대승경전들이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산스끄리뜨어 경전이 한문으로 번역되어 오늘 우리가 읽는 경전이 됩니다. 그런데 번역과정에서 중국의 문화, 중국의 사상이 스며듭니다. 산스끄리뜨어 원문의 일부를 생략하기도 했구요. 때문에 한문경전으로는 이해 안되는 부분이나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럴 때 산스끄리뜨어 원본을 대조해서 읽으면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불교는 본래 인도의 종교이지요. 산스끄리뜨어 원문을 읽으려는 것은, 인도의 풍토를 배경으로 불교를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그 과정에서 불교를 다른 시각으로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강경, 눈을 틔워주는 경전
이번 강좌에서는 금강경을 다룹니다. 산스끄리뜨어를 배워서 금강경을 읽는 것은 아니고, 산스끄리뜨 원전내용을 근거로 인도문화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덧붙여 인도인의 시각으로 금강경을 다시 봅니다. 금강경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여는 경전으로서 공부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안내서입니다. 공부할 수 있게 ‘눈’을 틔워주는 경전이지요.
금강경에 ‘저 사람은 아상이 높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불교를 공부한 사람은 이 ‘아상’을 ‘아집, 자아’ 등으로 알고 있지요. 그러나 산스끄리뜨 원전의 ‘아상’은 좀 다릅니다. 브라만교에서 유일한 실재로 여기는 ‘아뜨만(ātman)’과 관련있지요. 고정불변하는 실체라는 건 없고(無我) 공(空)이며 연기법(緣起法)이라는 불교와,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존재한다는(有我) 브라만교의 핵심쟁점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이 쟁점을 알아야 금강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놓치니 금강경이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산스끄리뜨의 학인學人을 찾아
한문은 30~40년은 공부해야 문리가 튼다고 합니다. 산스끄리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문은 상형문자라 그림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공부하면 패턴이 있는 반면, 산스끄리뜨어는 표음문자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요령 없이 암송해야 합니다. 인도의 전통적인 학습방법은 어릴 때부터 산스끄리뜨 경전을 암송하며 외우는 것입니다. 암송하며 외운 내용을 가지고 명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나갑니다.
산스끄리뜨어를 단순히 어학으로만 익히려고 하면 어려운 문법에 질려버립니다. 금강경과 같은 텍스트를 통해 산스끄리뜨어를 배우면 공부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금강경은 산스끄리뜨를 익히기에 아주 좋은 텍스트입니다. 한문본·한글본 등의 참고자료가 풍부해서 산스끄리뜨 원문과 비교·대조하기도 좋고, 비슷한 구문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외우기도 좋습니다. 금강경은 계속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기도 하고 자꾸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라서 외우는 게 좋습니다.
인도문화와 인도철학을 향한 힌트
산스끄리뜨어 금강경 공부의 공덕은 단순히 원전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번역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전을 저술한 인도 선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인성’이 길러지는 것 자체가 값지기에, 다소 낯설고 힘들더라도 도전해볼만합니다. 산스끄리뜨 금강경은 인도문화와 인도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어는 모든 학문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공부에서는 산스끄리뜨어가 매우 중요하지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산스끄리뜨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을 찾기도 힘들지요. 경전원문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대체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디 이런 분들에게 이번 산스끄리뜨 금강경강좌가 좋은 소식으로 전해져서 많은 분과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