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고원] 1129_7강 후기 +9
유택
/ 2017-11-30
/ 조회 2,527
관련링크
본문
Affection
Affection 정동 감응 정서 감화. 오늘의 주제어였답니다. 딱 말로 떨어지진 않지만 보이지 않게 사람들 마음속에서 비롯되고 또 마음과 마음속을 오가며 교차되고 반응을 일으키는 이 affection. 그러나 ‘정동’을 통해 생각해야 하는 것은, 가치판단이나 휴머니즘은 아닐테고요. 비인간주의! 비인간적 정동! 의식적으로/의지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어찌 보면 무의식적 차원으로 ‘정동되었다’라는 표현처럼 초점이 아예 다른 것입니다. 인간주의 반대편으로써가 아니라 평행하게, 그 자체로! Affection 들에 의해 모든 사회/인간적 관계들이 변화(변용)해 가면서 종국엔 ‘배치’가 바뀌는 걸로! 그럼 ‘동일한 삶’이 ‘다른 삶’이 되는 건가요? 아 어려워~~ 세상이 바뀌려면 제도가 그리고 법이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의 정동, 이 affection의 변화 없이, 감각의 변화 없이, ‘다른 삶’을 꿈꾼다는 건 사실 모순이겠지요. 그래서 Affection 개념이 요즘 많이 이야기 되고 있다고 합니다.
XX-되기 (여성-되기 / 소수화-되기 / 동물-되기 / 음악-되기 등등)
‘여성-되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제가 넘겨 생각했던 것은 ‘배려 있는 여성성을 제발 키워라 이 남자들아~~’였는데요. 절대 그런 류가 아니었습니다. ‘무의식은 성별이 없다’라는 말처럼, 의식적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규범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남성동성애자에게 “넌 상대와 관계 맺을 때 여성 역할 하니?”라고 묻는 것도 다분히 성별 이분법적인, 아주 의식(!)적인 질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궁금해 죽겠는데 예의상 질문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요? 그 질문은 나쁜 질문인가요? <천의 고원>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을 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다. 인식의 틀, 문제 설정 그 자체를 바꾸어라. 그랬을 때 다른 질문이 나올 것이다.
‘여성-되기’는 ‘타자-되기’입니다. 여성/타자가 된다는 것은 무언가요? 사회적 규정성의 한계를 벗어나자는 말입니다.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복종과 예속의 삶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내 안의 타자성, 외부적이고 차별 받는 바깥을 내 안으로 끌어 들이고 감각해보는 것. 그래서 한 꺼풀 해석을 입은, 단단한 알맹이처럼, 발견 되어지길 오매불망 기다리는 내 주체가 곱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들려요. 들려~ 오히려 발견 보다는 발명 같아요! 그러면서 소수자(화) –되기, 음악-되기 등등 마구마구 되기~가 나옵니다.
선분적/몰적이지 않은 분자적 생성, 분자-되기, 나와 너의 구별도 없는 강도 0의 기관 없는 신체가 되기... 여기서 사족. 그런데 과연 그거(기관 없는 신체) 가능하냐고, 홀로 독 아리랑 되는 거 아니냐고, 왕따 되는 거 아니냐고, 삼월 반장한테 수업 끝나고 따져 물으니, 그거 아니라고, 그건 실제로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건 하나의 관념이라고, 지향하는 관념의 문제이기에 계속적인 추구/지향으로써의 과정(삶)이라고, 다다라야 하는 목적지가 제발 아니라고. 그래서 저의 결론은 일단은 “나 기관 없는 신체 추구해~”라고 속삭여 보기로! ㅋㅋ *^^*
리듬과 스타일
무수한 ‘XX-되기’가 강조하는 것은 ‘리듬’입니다. 정동/감응은 바로 이러한 리듬의 현행성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타일’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수한 변주를 통해서 나의 강도를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변용할 수 있는 것. 나의 스타일 너의 스타일 세상을 이루는 만물들 각각의 스타일?...! 그러면서 우리의 ‘리토르넬로’가 나옵니다. 후렴구. 반복되지만 그 안에 관통하는 리듬을/스타일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되기. 카오스와 리토르넬로가 다르지 않다. 결국 관통하는 것은 ‘리듬’이다. 카오스모스! 이럴 때 갖다 붙여도 되나요?
동물행동학
동물-되기 라는 말은 왜 나온 걸까요.. 모습을 따라 한다고 그 같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그 리듬에 공명하는 것이다 라고 이해 됩니다. 그런 점에서 견유주의자들의 ‘개-되기’를 떠올려봅니다. 인간이 뒤집어 쓰고 있는, 다분히 인간이 만든, 사회문화적이고 인간주의적인 의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것이 그토록 노래한 견유주의자들의 가치 전도였던 것 같고요. 전도함으로써, 탈영토화함으로써, 또다른 생성을 꿈꾸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탈영토화는 재영토화와 쌍으로 간다! 탈주와 구성의 이항기계는 같이 작동해야 합니다.
주체성
주체와 진실, 그리고 푸코! 굉장히 멋진데 잘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에요.ㅎ 강의록에서도 푸코에 대해 길게 언급이 나와 있습니다.(8~9쪽에 걸쳐) ‘주체’와 ‘구조’를 깨부수면서 시작했던 지난 첫 강의가 새삼 떠오릅니다. 맞아요. 그랬었네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신인가? 부모님인가? 친구인가? 나인가? 타인에 의해 규정되지 말고 ‘정체불명의 변화를 유지하라’ 즉 지각-불가능하게-되기 하랍니다. 내 후배는 결국 트랜스젠더임을 여차저차 고백(푸코적 의미)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외양이 달라지니 여기 저기서 질문이 쏟아지고 너는 누구냐? 남자냐 여자냐? 사회가 ‘트랜스젠더’라는 성정체성으로 규정 내리고 그들에게 수술을 강제합니다. 더불어 그네들조차 스스로 성전환 수술을 욕망하게 만들지요. 그들은 그들의 육체와 정신, 그대~~로 사실 살아가도 그만인 것을! 그렇지 못한 상태(아주 자연스러운 상태)를 ‘괴리’ 되었다 / 불편하니 성별이분법에 맞춰라 / 고로 수술해라 / 주민번호 바꿔라 / 명령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내면화 합니다. 지각 불가능하게 되기.. 혼자서 그렇게 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같이 하자니 몇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또 잘 모르겠네요. 물어봐야겠어요.
조용한 혁명
혁명가는 사실 정신분석적으론, 혁명을 바라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혁명의 진짜 관점은 ‘첨점’을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첨점’이란 정동적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촉발 지점이라 합니다. 조용한 혁명가는 이 첨점을 복잡다단한 맥락속에서 읽어내는 사람일 것입니다. 혁명은 비둘기 걸음으로 온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요 누구죠? 그것두 조용~~~하게?
마지막 인사
제가 그리 열광했던 ‘전쟁기계’ 수업을 결국!! ㅠㅠ 듣지 못한 채로, 이렇게 최진석샘의 <천의 고원> 수업은 7강으로 아쉽게 끝이 났습니다. 그 동안 수고하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천의 고원> 진짜로 열심히 하고 팠는데요 결국 이리 되버렸… ‘ㅊ장ㄲㅂ ㄱㄲ발’ 이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또 아쉬움이 남아야 좋은 법이니깐요. ^^*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이만
댓글목록
연두님의 댓글
연두
아, 정말 유택다운 후기가 흘러나왔네요!!!
수업의 흐름이 그대로 되짚어지는, 유택식으로 잘 정리된 후기.
영성 충만한 상태가 느껴짐. 지난 주 푸코 세미나 내용도 살짝 버무리고!
들뢰즈는 끊임없는 변이/이행에 집중하고, 주목하라고 해요.
그것이 주체의 의식적이고 의지적인 활동이라기보다는 (그것은 주체에 대한 환상일 뿐이고)
차라리 그것은 무의식적이고, 정동적이고, 외부적인 것이죠.
외부의 촉발, 첩점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다른 리듬으로 넘어가보라는 것.
출렁이며 항상성을 놓치는 순간, 다른 음악이 들린다.
오직 내 주변의 것들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유택님의 댓글
유택
출렁인다라.. 출~렁~출~렁~
그러면서 찰카닥 다른 각도로 방향을 트는 순간 다른 음악이 들린다라...
새로운 무언가가 나를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르게 활용함으로써
자기 변형을 한다라.. 멋짐~!
무척 시적이고 감동적임! ^^
삼월님의 댓글
삼월
우와 마지막도 첫끗발같이!
수미일관 열정 넘치고 센스 넘치는 유택표 후기네요.
들뢰즈-가타리와 푸코를 조물조물 버무리고, 이리저리 잘도 갖다붙여서
유익하고, 읽기 좋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그런 후기.
주체성 문제와 되기의 문제는 언제 들어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천의 고원> 읽을 때 첨점이 무엇인지 좀 아리송했는데, 그 부분도 선생님이 진짜 속시원하게 설명해 주셨고요.
ㅎㅎ 유택이 마지막 강의 못 듣게 된 건 제가 다 아쉽네요.
여행 다녀와서 전쟁기계 이야기도 나눠봅시다~
다음주 후기는 namu님, 선우님이 맛깔나게 남겨줄 터이니, 그점은 걱정 마시고!
유택님의 댓글
유택
'끝발'이 아니고 '끗발' 이구나 ㅋㅋㅋ
삼월과 함께 공부하게 되어서 항상 감사한 일 인!
나 말고도 많을듯~ ^^ (아님 말고~)
나무님 선우님의 후기, 동토의 나라 러시아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욧!
올리비아님의 댓글
올리비아
후기를 읽으니 다시 기억이 새록 (하루지났는뎅 . ㅋ) 빠른 후기 항상 감사드립니닷~
전 "여성되기"에서 여성을 타자성으로 놓는것에 대한 자체가 자칫 오해를 불러 이를킬 표현 같아 다른 적절한 표현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 보았습니닷.(첨에 오해한 1인. 접니닷 . 쿄쿄) 동물. 소수화 음악 등 다른 표현들이 있어서 이해 하는데 도움이 댔어요.
이번주도 맘에 와닿는 말이 너무 많았어요 ~~ 무엇보다도 정동!. 스타일..음악되기..리듬...
푸코의 내가 누구인지 강요하지말라! 도, 글코 .. 내가 나 스스로를 누구인지 정하는것도 정체화된 규정이라는것도 ~~
넘 좋은 내용들이였어욥 ~~♥
유택님의 댓글
유택
저도 올리비아님처럼 맨날 깜짝깜짝 놀라며 감동 받아요.
세미나를 하다가도 강좌를 듣다가도 말이에요.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이런 생각을 품고, 풀어낼 수 있을까
하며.. 말이죠. ^^
vizario님의 댓글
vizario
앗 하루만에 이런 후기가!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횡설수설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알흠답게 정리해 주셨네요.^^
한 가지만 수정한다면, '정동' '감응' '정서' '감화' 등으로 번역되는 것은 affect이고, affection은 '변용' '촉발' 등으로 옮겨볼 수 있을 듯해요.... 날이 추운데 다들 감기 물리치시고 다음 주에 뵙죠!!!! (유택님 여행 잘 다녀오시고 다음 기회에 또 만나욥~~~*)
유택님의 댓글
유택
아 그렇구나. affect와 affection의 차이!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최진석샘 강의 듣는 동안 정말 개인적으로 좋았답니다.(Q:뭐가 그리 좋았대? A:안 마래쥬지~비믤~ㅋ)
뭉게뭉게 마구마구 밤새서라도 더 강의 듣고 싶은 욕심을 이제는 정히 내려놓고
동토의 나라로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ㅋㅋㅋ
샘도 건강관리 잘 하시고 또 다음 기회에 총총~~
해랑님의 댓글
해랑이 강의를 아쉽게도 듣지 못한 저로서는 후기의 무드를 통해 무언가가 툭툭 떨어지는 듯 합니다. 그 무언가를 안고 오늘 마무리를 해보아야겠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