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삶과 죽음의 곁에서 던지는 질문 (0705 후기) +3
삼월
/ 2017-07-10
/ 조회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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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과거 어느 유명인이 인용했다고 알려진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 구절에서 조국은 당연히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다. 삶의 목적과 과정은 조국이라는 한 대상으로 응결되며, 모든 감정과 노력이 조국이라는 그 대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왜? 무엇 때문에? 대부분 우리가 누리는 삶은 비루하게 보이고, 죽음 앞에서는 완전히 무력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기보다 찬란하고 강력해 보이는 어떤 대상을 우러르고 경탄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리고 지식인이라면 응당 자신의 안위보다는 조국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이 사회의 위계를 굳건히 하는데 도움이 되는 충이나 효와 같은 덕목들이 아직도 그 힘을 발휘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하를 사유의 영역으로 삼았던 중국이라는 나라의 사상들이 망라되어 있는 제자백가 중에도 충과 효, 그리고 법과 도 등을 강조하는 사상가들이 많았다. 사상가들은 전국시대의 혼란기를 헤쳐 나갈 해법들을 각자 내놓았다. 통치에 대한 사상도 있었고, 백성들의 도리에 대해 말하는 사상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강좌를 통해 우리가 공부할 《장자》에는 어떤 독특함이 있다. 같은 도가로 묶이는 노자와도 다른 독특함이다. 그리고 그 독특함 속에는 분명히 혼란기를 살아가는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가 들어있다. 다른 텍스트들처럼 《장자》 역시 시대성을 가진 사회의 산물이며, 어떤 한 인물의 고유한 시선으로 서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자》를 통해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관점과 마주할 수 있다.
《장자》는 《논어》나 《맹자》와 같은 관학이 아니다. 그래서 《장자》를 읽을 때 중요한 점은 해답보다, 질문이 무엇인가에 있다. 《장자》는 무엇인가를 주장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명확한 설명을 위한 텍스트와는 대척점에 있으며, 열려있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해석을 끌어내려고 하는 책이다. 구조를 만들기보다는 허무는 데 집중하고, 무엇인가를 파괴하려는 욕망으로 가득한 책이기도 하다. ‘우화’ 또는 ‘우언’이라는 빗대어 하는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오지만, 이 역시 교훈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데에 목적이 있다. 《장자》 속 이야기는 화두 그 자체이며, 그에 대한 해석과 사유는 책을 읽는 우리의 몫이다.
사마천의 《사기》 속에서 장자라는 인물은 학식이 있지만, 신분이 높은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말하여 등용되지 못하였다고 묘사된다. 《장자》 속에서도 장자의 인물됨에 대한 비슷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장자는 벼슬자리에 연연하는 지식인들을 조롱하고, 권력자 앞에서도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의 명예와 이익에 몰두하는 일이 자신을 더럽힌다고 여겼다. 그렇다고 장자가 속세를 떠나 신선이 되는 삶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다. 장자는 어디까지나 현실 속에서 삶과 죽음을 사유하려 했다. 굶주린 자신을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 붕어’에 비유했고, 자신이 죽은 후 장례를 성대히 치르지 말 것을 제자들에게 당부했다. 장자는 고통스럽지만 비굴하지 않은 삶을 원했고, 죽음을 자연 안의 모든 것이 마주하는 순간으로 보았다.
우리는 종종 비루하고 유한하게 보이는 삶 앞에서 이상향으로 도피하려 하거나, 거대한 이념 속에 매몰되어 버린다. 비루하고 유한한 삶이 다른 세계나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거대한 이념을 완성하는 데 쓰였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장자》는 삶과 죽음의 곁에서 질문을 던진다. 현실의 더러움 속에 바로 우리의 즐거움이 있지 않느냐고. 조국의 미래나 충과 효 같은 것들 대신에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장자의 질문에 답해가면서 우리 삶이 비루하고 유한한 무엇이 아니라, 유한하면서도 색다르고 즐거운 무엇으로 여겨지기를 바라본다.
댓글목록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훌륭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장자>에 나오는 물고기의 비유는 꽤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장자는 다른 곳에서 우리네 삶이 마른 웅덩이 속에서 서로 거품을 내뿜으며 적셔주는 물고기 같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장자>에서 무한을 읽어내지만 이야기한 것처럼 '유한'이라는 것 역시 <장자>의 매우 중요한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무더운 날씨인데... '즐겁게' 지내시고~ ^^
수요일에 뵈어요.
토라진님의 댓글
토라진
마음 한구석에 항상 켜져있던 장자의 조명이 다시 반짝 켜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장자 강의와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빈꽃병님의 댓글
빈꽃병
잘 읽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후기 멋지게 써버리면 뒤에 분들(나만?) 어쩌라구...
@.@ 수요일날 뵈요~ 그럼~ ^^